지난 봄 석봉이네님께 구입한 쑥쌀가루가 냉동실에서 울고 있습디다.
찹쌀파이할 때 넣어서 잘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세 봉투나 남았네요.
덥고 덥고 또 더운 날,
쑥개떡을 만들어 봤습니다.
더우려면 덥고만 말지, 왜 이리 후텁지근한지..

친정에서는 추석 때 항상 송편을 직접 만들어서 먹기 때문에
송편 반죽하는 것을 기억하며 익반죽을 했습니다.
끓인 물을 살짝 식힌 후 섞어서 반죽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너무 차가운 물로 하면 반죽이 약간 겉도는 느낌이 있고,
너무 뜨거운 물로 하면 익어버리는 수가 있거든요.
쑥이 약간 쓴 맛이 있기에 꿀을 넣고 같이 반죽했습니다.
올리고당을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식 만들 때 사용하는 도장(?)이 없어서 강도령이 가끔 가지고 노는
쿠키모양틀로 찍어봤어요.

대나무찜기를 꺼내려다 더운데 귀찮아서 패스~
걍 웍에 물 붓고 찜망 놓고, 실리콘 패드 깔아 올렸습니다.
저는 떡이 익기 전의 색감이 더 좋아요.파릇파릇하니 생동감 넘치지 않나요?

중불에 약 5분 정도 찐 후 식힘망에 올려놓습니다.
살짝 뜸 들이는 것도 좋아요.
너무 오래 찌면 색깔이 거무튀튀해져서 보기 민망합니다.

마침 눈 앞에 보이는 아무 접시에 올렸는데 쑥개떡 참으로 사진빨 안 받습니다.
식을수록 색깔이 더 진해져서 슈렉이 자꾸 연상되더라구요.
떡 위에 살짝 참기름 바르면 윤기좔좔 때깔이 더 고울꺼 같은데,
개인적으로 기름을 싫어해서 안 발랐습니다.
참기름 바르면 절편이랑 비슷하겠죠?
이벤트라고 올리기에 뭣하나,
쨌든 만들기 쉽고 색감 하나는 정말 끝내주지 않습니까? 우하하~
강도령한테 '옛다! 개떡이나 먹어라~' 이러니깐 무지 놀래더라구요.
반죽에서 성형(?), 완성까지 10분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는 정말 정직한 개떡입니다.
식을수록 또 두꺼울 수록 더욱 쫀득하고 정감이 갑니다.
사실 태어나서 개떡 처음 먹어봤는데 부모님께서 제게 자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개떡같은 소리하고 있네!'
(개떡이 어때서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