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추석 지나고 이때가 조금 한가한 때 이다보니 시골살이에서
그것도 어른들과 사는 며느리가 이집저집 마실 다니기도 그렇고..
아니 어른들께 어디 마실 다녀오겠다는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지않아
그냥 아침이면 물 한 병 달랑 넣고 뒷산이나 앞산에 올라가 도토리를 줍는다.
제법 많이 모아져서 장날에 양곡상에 넘기기도하고 해마다 하는 일이라
도토리묵을 쑤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별로 내키지 않지만 시골살면서 거친음식이 이젠
입에 맞아 힘들어도 어머님과 해마다 만드는 편이다.
도토리를 빻아와서 물에 한 이틀간 가라앉혀서 윗물만 따라 버리고 아래 가라앉은 가루로 묵을 쑨다.
어머님은 장작불을 피우시고 나는 흥부가 형에게 뺨 맞은듯 한 주걱으로 계속 한쪽방향으로 젓는다.
어느정도 끓으면 주걱을 세워보면 주걱이 곧은 일자로 선다.
그러면 보글보글 끓으면 불을 줄이고 기다렸다가 다른 그릇(묵형태가 나타나게)에 옮겨 담는다.

모두 나간 오후 점심의 가을밥상..들에 다녀온 우리부부와 어머님의 점심상.
붉은고추를 걷어낸 자리를 갈무리하면서 수명이 짧다는 이유로 가을 햇빛을 거부한 녀석들을 따서 모은다(풋고추)
약이 올라도 조금 작은것은 찹쌀가루 묻혀서 쪄서 가을볕에 말려 겨울 밑반찬으로 만든다.
약이 오른 큰것은 소금물을 끓어 장독에 담아 짚으로 위를 마무리하여 큰 돌 하나 찡 박아 끓인 소금물을 부어서 삭힌다.
한 10일이 지나니 아삭하게 삭은 고추장아찌가 모습을 드러낸다.
삭힌 누런고추를 쏭쏭 썰어 된장에 갖은양념하여 조금씩 밑반찬으로 내어 놓는다.
잘 삭혀진 고추를 가위로 조금 칼집을 내어 멸치젓에 갖은 양념하여 밑반찬으로 내어 놓아도 입맛 없을때 짭쪼름하니 밥이 꿀꺽..
작은 풋고추는 찹쌀가루 묻혀 쩌서 갖은양념하여 묻혀 내어 놓으면 식구들이 잘 먹는다.

시골살이는 어디에나 아낙네의 손길을 요구한다.
내 손길 하나 하나가 모이면 우리네 가족의 건강한 밥상이 한 상 뚝딱!!
내 손은 요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