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무렵.
우리가 살던 동네에 중국 사람이 만두며 찐빵을 팔러 다녔다.
동그란 얼굴에 머리는 짧게 깎아 납작 모자를 쓴 그림속의 비단장수 왕서방처럼 생긴 아저씨 였다.
아니. 그때 벌써 할아버지였지 싶은데......
그 분이 구루마(그래야 맛이 살지. 손수레가 아니지)에 연탄 화덕과 찜솥을 가지고 다니면서
따끈한 빵을 팔았었다.
엄마가 주신 반찬 심부름 값에서 떼어낸 돈으로 가끔 사 먹었는데
내가 일을 저지르기만 기다리는 동생들.
여럿이다 보니 큰맘 먹고 사도 아쉽게도 입만 버리기 일쑤.
속이 탄탄한 고기만두를 좋아하는 난 그게 늘 불만이었는지라
호시탐탐 독식의 기회를 엿보았다
어느날 학교에서 갑작스런 행사로 일찍 귀가하다가 만두할배와 딱 마주쳤다.
번쩍! 기회는 찬스다.얼른 한 봉지 담아서 집으로 ~
다섯개는 되었겠지?
얼씨구나하고 부엌에서 종지에 담긴 간장을 가져다 먹었는데.
우째 이런일이?
쓰다.
아니 달디 달아도 흡족치 않을 고기만두가 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얼른 만두 할배를 찾아 뛰어갔다.
"할부지, 만두가 쓴데요?"
"어디 보자."
한개를 잡수어 보신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당신이 드신 만두 한개를 다시 채워주셨는데 집에 와서 먹어 보니 정말 쓴맛.
아아아~~~
미쳐.
구렁이 알 같은 내 만두를 다 쓰레기통에 버리며
'그 할배 인자 만두장사 다 했구만.이기 머꼬?'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날 저녁
엄마가 하신 말씀.
'야아야. 이거 누가 커피를 종지에 담아 놨노?"
머시라!
그람 나는 블랙커피에 만두를 찍어 먹은겨?
아, 동생 많은 언니는 혼자서 욕심내서 무엇이든 먹을 생각하면 이래 이래 벌을 받는기라.
아무한테 말도 못하고 끙끙끙......
지금까지도 돼지 비계가 들어 간 그 할아버지의 고기만두만큼 맛있는 만두는 못 먹어 봤다.
그리고 아직도 고기만두를 좋아한다.
다들 왕만두로 부르는 것에 심한 반감을 가지며......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왕서방 연서......
lyu |
조회수 : 3,069 |
추천수 : 44
작성일 : 2006-10-15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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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밥의향기
'06.10.15 11:42 PMㅋㅋㅋ
2. 달개비
'06.10.16 10:52 AM이기 뭐꼬?
간만에 들어보는 표현이라....참 정겨워요.
언제 맛난 고기만두 함께 먹어 보아요.ㅎㅎㅎ3. 열쩡
'06.10.16 4:07 PM아~아까운 만두 한봉지
안타깝네요4. 콜린
'06.10.17 1:24 AM히히히.(넘 웃겨서 이렇게 웃어버렸어요-.-ㆀ)
고기만두 맛나죵~ 최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해요~
lyu 님 글을 보니 늠 웃기다는... 중학교 때 블랙커피는 안 드셨나봐요? (전 몰래 타 마셨었는뎅...)5. 콜린
'06.10.17 1:25 AM그나저나 저 왕서방 그림 직접 그리신 거여요??? @.@
6. 레모나
'06.11.6 2:01 PMㅋㅋㅋㅋㅋㅋㅋ
7. 야간운전
'06.11.28 8:45 PM아하하하하하하. 저는 왜 류님의 글을 이제서야 봤을까요?
눈물콧물 찍어내며 읽었답니다.
아이구 배아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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