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결혼 16년차라 오곡밥정도야 눈감고도 만들지만
결혼하고 첫 대보름에 만든 오곡밥을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납니다.
신혼시절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장미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 시장 근처가
첫 살림을 시작한 곳이었습니다.
주택에서 방한칸 전세로 시작을 했죠.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데 남편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신혼을 시작했죠.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달랑 서울 한구석에 내버려진 느낌.
신랑은 아침일찍 출근하면 저녁 늦게 오고
혼자서 뒹굴거리다가 오후가 되면 시장에 나가 이것 저것 구경을 하고
반찬거리도 사오고 그렇게 신혼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정월대보름.
시장에 나가니 보름 나물들이며 오곡밥 재료들이 많이 나왔어요.
아주머니들에게 물어가며 장을 봐왔죠.
나물들은 친정에서 먹어본 생각을 하면서 만들고
엄마에게 전화로 물어가면서 나물을 다 만들고서
오곡밥을 만드는데
왜 엄마에게 전화로 나물은 물어보면서 오곡밥은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서 그냥 만들었는지 ....
팥, 수수, 조, 밤, 은행등을 준비해서 찹쌀도 불려놓고....
그땐 압력밥솥도 없어 전기밥솥에다 오곡밥을 하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재료를 모두 씻어서 찹쌀과 함께 밥을 했습니다.
밥솥에 김이 나고 드디어 보온에 불이 들어오고
기대를 하고 밥솥 뚜껑을 열었더니 너무 맛있는 오곡밥이 지어졌어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밥이 잘 되어서 먹어보지도 않고 예쁜 그릇에 한 그릇 퍼서
주인집 아주머니께 가져다 드렸어요.
주인아주머니께서도 오곡밥을 하셨을텐데 제가 한 밥이 너무 잘된거같아
한그릇 드시라고 가져다 드리고
신랑이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려서
드디어 신랑이 와서 오곡밥을 차렸습니다.
나물도 예쁘게 담고 오곡밥도 예쁘게 담고...
둘이서 오곡밥을 한수저씩 먹는 순간 서로 쳐다보면서
으악.....
팥이 하나도 익질 않았어요.
팥을 미리 삶아서 밥을 해야하는데 그냥 콩밥하듯이
같이 씻어서 밥을 한겁니다.
아~~~~주인아주머니께 드리지나 말걸....
도저히 먹을수가 없어 둘이서 밥통째 놓고 젓가락으로 팥만 골라서 냈습니다.
왜그리 팥은 또 많이 넣었던지...
배는 고파 죽겠는데 밥은 못먹고 밤새 팥만 골라내었다는....
다음날 주인아주머니께서 “ 새댁 오곡밥 잘 먹었어” 하시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죠.
그뒤로 저 오곡밥이라면 끝내주게 합니다.
다시는 팥을 그냥 넣지 않거든요.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초보 새댁의 오곡밥
뿌요 |
조회수 : 2,702 |
추천수 : 35
작성일 : 2006-10-14 23: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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