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주 시드라가 무르익어가는 이맘때입니다.
일전에 시드라를 만들고 보관하는 과정을 견학하기도 했었는데,
드디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산 세바스티안 주변의 아스티가라가(Astigarraga), 에르나니(Hernani) 등지에 몰려있는 시드레리아들은 보통 1월 19일부터 4월 말까지 문을 엽니다. 물론 연중 병에 담긴 시드라를 어디서나 사마실 수 있고, 관광객들을 위해 연중 개방하는 시드레리아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게 익은 시드라를 밤나무 통에서 직접 받아마실 수 있는 때는 지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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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첫 시드라가 나왔어요!"
예전에는 첫 시드라 통을 열 때, 전통악기를 연주해서 온 마을에 알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축제를 벌였다고 해요.
어느 문화권이나 카니발리즘적 풍습, 그 해의 첫 술을 풀어 배불리 먹고 걸지게 노는 풍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전통이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이맘 때 쯤 시드레리아를 방문해서 연간 먹을 시드라를 박스로 사고, 방문한 김에 시드라를 시음하면서 가족과 친지들,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집니다.
전해 가을에 수확해서 직접 담근 신선한 사과주와 이와 어울리는 음식들을 내는 시드레리아들을 바스크어로는 사가르도테기(Sagardotetegui)라고 부릅니다.
시드레리아들마다 가격 차이가 있긴 하지만, 25~32유로를 내면 시드라는 마음껏 마실 수 있어요.
음식은 살짝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염장 대구를 넣은 달걀 부침, 피망 볶음을 곁들인 염장 대구, 석쇠에 구운 스테이크, 디저트로 호두와 양젖치즈, 과일 젤리가 푸짐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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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방문한 곳은 알로레네아(Alorrenea).
밤나무 통에 숙성된 시드라들이 나란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입구에 떡하니 자리잡은 그릴.
여기서 흐뭇한 두께의 Txuleta(출레따)를 구워냅니다.
길다란 커뮤니티 테이블 덕분에 잔치집 분위기가 물씬~
"초치(Txotx)!"
누군가가 이렇게 외치면 시드라 통이 열리니 얼른 가서 받아마시라는 뜻입니다.
공기랑 많이 접촉할 수록 더 부드러운 풍미의 시드라를 마실 수 있어요.
좀 흘려도 괜찮으니 최대한 컵은 멀리 멀리~
짭쪼름한 바깔라오 또르띠야.
안 쪽을 살짝 덜 익혀서 달걀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 비법.
볶은 피망을 곁들인 바깔라오 구이.
두둥,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며 등장한 출레따의 위엄.
겉은 먹음직스럽게 태웠지만, 속은 발그스름, 육즙이 가득합니다.
요래요래 잘 나누어서 먹었지요~
건강한 디저트.
통호두와 이디아사발 치즈에 멤브리요(영어로는 quince라고, 모과 비슷한 과일로 만든 젤리다) 곁들여 먹기.
시드라는 보통 4~5도의 약한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한잔 두잔 더하다보면 얼굴이 곧 발그스름해져요.
모두들 한껏 흥이 달아오른 모습.
이게 바로 Basue Feast!
[출처] Basque Feast, 시드레리아 탐험기 | 작성자 lama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