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덥다고 난리더니
ㅈㅔ법 서늘해진 가을 날씨에 이불을 끌어당기게 됩니다.
어젠 평상에 늦도록 앉아 있었더니
소름이 오소소 돋더라구요.
고마 얼릉 뛰 들어와 버렸네요.
아이들은 개학을 했구요.
저는 그동안 아이들 밥 해먹인다는 ..덥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밭일을 하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고 있답니다.
가을맞이들 어찌 하시는지요.
자..그럼 묵은 사진들을 좀 꺼내볼까요?
이 매콤한 국수를 보니 여름이군요.
남편이 국수를 좋아하는데 시도때도 없이
국수 말아내라고 해서..
이날은 구구만 삶고 열무김치국물에 노각도 좀 넣고
매콤한 고추장물을 한수저 퍼 넣어서 비빔도 아닌것이
물국수도 아닌것이..여튼 국적불명의 국수를 해 줬더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뚝딱 먹어치우드군요.
먹구 썩 나가거라~~!
나도 좀 쉬자.ㅎ
여름부터 저희집 마당은 제 것이 아닙니다.
아침이면 널고
해지면 거두고..눈뜨면 젤 먼저 하는 일이 고추널고
녹두 널고..그렇게 시작됩니다.
장에 언제 갔더노? 싶네요.
여름내내 마트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사러 갔을까?
도무지 풀떼기에서 벗어나지질 않는군요.
그래도 군소리 없이 잘 참아내는 울 둥이가 참 대견하죠이~~
딱 어릴적 시골밥상 아니겠습니까?
깻잎에 단호박째개에 가지무침에 노각김치.ㅎㅎ
밭이 우리 가족에게 주는 것들을 감사히 먹습니다.
봄에 씨 뿌린 근대는 긴 장마도 보내고 여름도 보내고
서리내릴때까지 꿋꿋하게 버텨서 저희집 국거리를 제공합니다.
첫해엔 근대는 시금치처럼 그냥 한번 올라오면 뽑아서 한번 먹고 치우는 작물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근대를 툭 뽑아서 국 끓이고는 땡이었죠.
마트에 가면 근대가 싼 이유를 이제야 좀 알겠다는 거죠.
잎도 커다란 것이 상추처럼 잎만 한 장씩 따서 계속 먹으니..완전 본전 뽑고도 남는 밭작물입니다.ㅎㅎ
아침에 마땅히 국거리 없으면 밭에 나가 근대를 한 움큼 쥐어 옵니다.
다시국물 내서 끓여주면 입맛없어도 밥 한그릇 뚝딱이죠.
전 ..근대를 사랑해요.
드뎌. 울 영감이 오늘 아침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올핸 더이상 노각김치는 고만 담궈라.
여름내내 먹고..가을엔 사람답게 살자. ..라더군요.
사.람.답.게?
그럼 지금까지는 개 였을까요?
그러게 제가 열무농사를 잘 지으면 맨날 열무김치를 담궈줄텐데..
이놈으 열무농사는 번번이 실패입니다.
왜 그럴까요?
손사장님 포스팅보고 사다 쟁여둔 납작만두.
간식으로 궈 줬더니..이건 사기다.
이름만 납작만두지..완전 반달찐빵수준입니다.
큰 봉지에 딸랑 여섯갠가 들었으니..그 크기가 얼만큼인지 아시겠죠?
돼지목살처럼 두툼하니..참 거시기 하드라구요.
나두 대구가서 납작만두 먹고 싶다고요...ㅎ
이건 방학 중 어느날의 점심이었을까요?
단호박과 채두와 ..넘의살이 필요해서 멸치도 좀 넣어주고
국물 자작하게 볶아 밥 위에 얹어 줍니다.
한끼식사로 아주 좋아요.
맨날 이렇게만 먹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춧대를 뽑고 그 두둑에 무우를 심을 작정이라
고추를 왕창 따 버렸네요.
애고추는 맵지도 않은것이 아주 맛나요.
그냥 볶다가 간장과 올리고당만 넣어서 뒤적여주고 먹어줍니다.
요즘은 깻잎도 한참이군요.
보양식도 가끔은 해 먹여야겠죠?
마늘넣고 한참 수확중인 녹두도 넣고
단호박도 넣고 또...여튼 벼라별것들을 넣어 닭을 푹 삶아서
발라서 죽을 끓여 두 그릇씩 먹어줍니다.
고추가 옆으로 살짝 밀리고..
울 영감이 제발 매운고추부각을 해 달라고 주문이 들어왔네요.
주문하고 계산은 언제 하실라나?
매달 한다구요? 허긴..
그런데 나두 그건 은행에서 지들끼리 이리저리 가져가지
정작 현찰은 몇 장 만져보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울 영감이 미운짓하면 겨우내 두고두고 튀겨줄라고
아주 매운 고추로 고추부각을 했네요.
이거 하면서..어찌나 매운지 눈물콧물을 다 뺐다구요.
찹쌀가루를 넉넉히 입혀 튀기지 않아도 씹으면 와사삭 소리가 납니다.
울 영감은 바싹 말린 것을 소쿠리째 가져다놓고
tv보면서 먹더라구요.
안맵다고 진짜로 안맵다고 하길래..이상하다?
한 개 입에 넣었다가 속쓰려서 돌아가실 뻔 했답니다.
미울때 튀겨주긴 커녕..이쁠때 줘야겠군요.
여튼..찌고 말리고 튀기는 과정이 번거로운 고추부각 만들기입니다.
동치미에 쓸 고추도 소금물 부어서 준비해두고요.
봄부터 술 담그고 효소 만들었던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걸러내고 있습니다.
조로록 선 병들은 돌나물주 입니다.
돌나물로 술을 담궜더니 색은 참..고운데 풀향 비스무리도 나고
아..여튼 술을 잘 모르는 저는..그냥 그렇습니다.
뒤로 꿀병에 든건 돼지감자 효소를 거른건데요.
아이들에게 한 잔 타줬더니 꿀물이라네요.
아카시아와 밤꿀의 중간정도 향이 납니다.
정말 꿀맛입니다.
모처럼 비가 마구마구 퍼 붓던날은 호박전을 부쳐 먹구요.
저 호박전으로 시작해서 울 남편 친구들이 열명쯤은 모여들어
어죽도 끓여먹고 하루를 놀다 가셨나 봅니다.
곧 태풍도 온다는데..호박전을 다시 함 궈봐?
수세미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런데 울 집 수세미는 왜케 긴거야?
70-80cm 쯤 하더라구요.
누구닮아 그리 길쭉길쭉 하더냐?
꼭 원숭이 얼굴처럼 생겼죠?ㅎㅎ
수세미는 수액이 상당히 많습니다.
자른 단면에서 금방 수액이 송글송글 맺히네요.
설탕에 버무리고 10분쯤 지나자 벌써 물이 양푼이 가득 차 오릅니다.
이건..또 어느날의 밥상일까요?
부추가 아주 야들야들하니 맛있어요.
요즘 부추가 그러네요.
양푼이에 넣고 슥슥 비벼 먹었습니다.
둥이 개학도 하고..
체력이 딸리면 안되니까 괴기 좀 궜네요.
남편 없는 날로 골라서 우리끼리 맛난거 먹고
남편은 밖에서 맨날 맛있는 거 먹고 다니니까..ㅎㅎ
양파.가지.호박을 소금 후추만 살짝 뿌려 들기름에 궈 내구요.
며칠전 땅속에서 꺼낸 묵은지 올리구요.
디져~트로 파인애플 한 그릇 담고.
매일..이렇게만 먹으면 설거지 아주 쉽죠잉?
개학하고 아침에 입맛 없다는 둥이를 위해서
아침부터 열나게 유부초밥 쌉니다.
미니김밥도 싸 줍니다.
영감은 신김치에 참치캔 하나 넣어 끓여주고 보내고 나서..ㅎ
무씨를 사왔더라구요. 영감이.
맛이 좋고 몸매 고운?
니가 아무리 몸매가 고와도 내 다리통 만 하겄냐? 이럼서 혼자 실실 웃습니다.
먹다남은 호주산 스테이크 고기로 장조림도 하고
애고추 넣어 멸치도 볶구요.
또 하루를 마감합니다.
이건..개학첫날 학교가는 울 둥이 모습이네요.
걷는폼도 어쩜 저리 똑 같은지..ㅉ
손은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터벅터벅 걷습니다.
가끔은 학교 돌아가는 골목까지 동행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몸빼바지 입고는 학교근처에 못 오게 하니까..ㅎ
큰 길 들어서기 전에 뒤돌아 옵니다.
울 애들은 제가 몸빼 입고 데리러 가면..엄마가 차에서 내릴까봐 겁을 냅니다.
짜식들 쫄기는..!
나도 배움이 있는 사람이다 왜이래?
울 아들들 저기 쯤에서 손 한 번 흔들어 줄거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정말 손을 번쩍 드네요. ㅎㅎ
수세미효소는 커다란 병에 두 통 담궈두고
나머지는 말립니다.
바싹 말려서 물을 끓여 상시복용하면 아주 좋다고.. 울 영감이 어디서 듣고 왔나봅니다.
너무 좋은거 많이 먹어서 병날 지경이다 이거 왜이래?
닭갈비를..했냐구요?
샀어요. 이너넷으로.ㅎㅎ
주문하면 택배로 쓩~~보내주는 이 좋은 세상.
오래오래 살아야할텐데.
시골살이 불편하지 않냐 하시지만 저야..너무 편하죠.
택배기사님들이 죽을 맛? 이겠죠.
우리동네서 택배 차 왔다하면 우리집.
ㅎㅎ
소문 나겠어요.
그 닭갈비에 고추도 좀 넣고 양파 썰어넣고
채두 듬뿍 넣어서 들들 볶아 깻잎 상추에 싸 먹으면?
막거리를 부르는 맛 입니다.ㅎㅎ
많이 먹고 기운내서
풀 뽑으러 갑니다.
풀 뽑고 보입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