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무침" 맛 한 번 못 보고 봄날은 가는구나..-.-이렇게 생각하며 어느 늦은 컴백홈 하던 날!!
저 멀리에 불을 밝히고 있는 마트가 있었으니..
무슨 나방이들도 아니고 저 말고도 불빛을 찾아 서둘러 몰려드는 사람들 많터라구요.
(저희 집 근처엔 12시까지 영업하는 마트가 이곳 하나라서 12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꽤 많아요.)
이리저리 앞,뒤로 둘러봐도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었는데 알뜰코너에서 앞에 계셨던 아저씨가 옆으로
밀어둔 냉이 한 봉지가 보이더군요.
가격은 453원..(원래 가격은 2200원이었다지요.)
상태도 그럭저럭 괜찮구 한 접시 분량은 될 듯 양도 괜찮아서 일단 품에 안았지요.
집에 와서 다듬고,다듬고,씻고,씻고...
봄나물이 맛은 있지만 손질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서 사실 큰 마음 먹어야 하기에
이왕 싸게 샀으니 꾸욱 참았어요.
끓은 물에 잎부분부터 데쳤는데..?
냉이는 데치는 게 아니라 뿌리 때문에 삶아야 되더군요.
잎만 보고 적당히 데쳤더니 뿌리가 딱딱하더라구요.
엄마가 해주셨던 냉이무침은 뿌리도 부드러웠는데 잎도 색깔이 살아있었던 거 같은데..
제가 샀던 냉이는 뿌리가 꽤 질긴 거 보니 오래된 거라 그럴까요?
그래도 갖은 양념해서 무침하니 넉넉한 한 접시가 됐네요.
냉이 한 접시 무치고..
부추김치 담그고 남긴 부추,애호박,당근 썰어 넣고..
부추전도 한 장 큼직하게 부침하고..
오랜만에 콩나물도 한 접시 무치고..
설마 제가 이렇게 허전하게 밥을 먹겠습니까?어쩌다 먹는 집밥인데..
나중에 다시 포스팅 하겠지만 제가 요즘 원플러스 원 때문에 냉장고가 넘쳐 납니다.
홈쇼핑은 아무리 30초 남았다고 호스트가 요란을 떨어도 안 넘어가는데 마트에 갈 때마다
원플러스 원 ,그 유혹을 못 뿌리쳐서 삼계탕용 닭 2마리가 있어서 닭개장을 끓여 봤지요.
요렇게만 먹었음...?
"아..빈혈?" 했을텐데..
대파는 국물에 듬뿍 넣고 끓이고 부추는 뜨거운 국물에 숨만 살짝 죽여서 먹었어요.
닭냄새 없이 잘 끓여진 닭개장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닭개장 아주 잘 먹었다지요.
기름기 제거에 신경 썼더니 기름기도 별로 없이 깔끔했구요..
살짝 오랜만에 무침했던 냉이가 밀렸어요.
닭개장,끓일려고 해서 끓인 건 아니고요, 제가 요즘 "1†1"때문에 냉장고가 숨이 막힙니다.
"4,980원에 닭이 두 마리라니...두 마리.."
딱히 필요한 게 없어도 자주자주 가다보니 원플러스원의 유혹에 넘어갈 확률이 높고 그렇게 사다보니
제가 젤 싫어하는 삼계탕용 닭을 2마리 구입하게 됐네요.
저는 삼계탕을 좀 싫어 하거든요. 냄새 때문에..
근데 2마리를 샀으니 어쩌겠어요. 맛있게 먹어야죠.
닭개장 이렇게 끓였어요.
삼계탕용 닭의 뱃속에 있는 노란 기름까지 다 떼어내고 물에 넣고 한 번 살짝 끓여낸 후..
물을 버리고 다시 찬물을 넣고 통마늘,생강,대추,양파,대파,통후추를 넣고 푹 끓여 줍니다.
어느 정도 끓이냐면요, 살이 뼈에서 분리 될 때까지 푹 끓인 후..
닭을 건져내 살을 발라내고..
고춧가루,다진마늘,파,후추,소금을 넣고 무침해 준비해 둡니다.
기름기를 제거 했어도 이 정도 기름기가 뜨는데요, 이 기름도 양념을 넣기 전 수저로 떠내세요.
물론 닭의 뼈도 건져낸 상태예요.
국물에 양념해 둔 고기를 넣고...
숙주가 있었음 좋았을텐데 저는 없어서 콩나물과 애기새송이를 좀 넣었어요.
그외 큼직하게 썰은 대파와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좀 더 하고 큼직하게 썰은 부추를 넣고 마무리 했어요.
냉이무침,올봄이 가기 전 맛을 봤으니 이 봄이 간다고 해도 아쉬움은 없을 듯 하네요.
냉이무침을 해 보니 두 가지 조리팁을 알게 됐는데요,
1. 냉이는 데치는 게 아니라 삶아야 되더군요.(시금치처럼 살짝 데치면 뿌리가 너무 딱딱해요.)
2.되도록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아야 냉이의 향을 제대로 느끼겠더군요.
(고추장,된장에 무침을 하기도 하시던데 저는 갖은 양념을 약간만했더니 향이 많이 남았더라구요.)
이 두 가지만 신경 쓰면 맛있는 냉이무침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닭개장이 있어서 그거 먹느라 나물 찬을 못 먹어서 다음 날은 남은 냉이무침,콩나물 넣고 쓱쓱..
남들은 봄엔 식욕이 없다고들 하는데...
"식욕" 그거 어찌하면 없어지나요?
없어지지 않아서 다행인지? 아닌지? 어이됐든 제 식탁에도 봄날은 왔었네요. 며칠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