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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러다 키톡도 못 오겠다... 통 밥을 안해요

| 조회수 : 9,445 | 추천수 : 4
작성일 : 2013-03-20 15:22:48

“일주일 만에 처음 밥하네.” 하며 준비한 토요일 아점.

김치찌개와 무조림, 두부부침.



 

K도 집에 없고 요즘 일이 많아 진 H씨 늦게 들어오니 저녁 먹고 오고.

게다가 아침밥 꼭 챙겨먹던 H씨 아침을 거르는 걸로 바꾸니 더더욱 밥할 일이 없어졌다.


 

일요일 아침 텃밭에 갔다.

이랑 만들고 거름 주고 작년 고구마 캐고 뿌려둔 시금치도 솎아왔다.

시금치하면 연상되는 음식 중 가장 많은 건 김밥 아닐까!

 

두어 시간 기분 좋게 햇볕에 몸 움직이고 들어와 김밥 만들어 잔뜩 먹었다.

심심한 김밥에 금방 무친 배추 겉절이랑. 밥이 떨어질 때까지…….

밥 한 솥이면 보통 3~5끼는 먹는데 김밥은 한 끼면 끝이다.




 

일요일 김밥이후 아직까지 밥을 안했다. 아마도 이번 주도 토요일이나 되어야 밥 해 먹을 듯.

이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건지. 그냥 바쁘게들 세 식구 각자 산다.

--------------------------------------------------------------------------------------------------

“점심은 먹었어?

①딸! 문자 한 번 안 하네, 무심하게……”

ㅋㅋㅋ ②아빠도 안했잖아. 칼국수 먹었어.”

“그래, 잘 지내, ③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어제 너와 주고받은 문자다.

우리 문자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니?

서로 안부 묻는 것에 있어서 나는 네 탓을 했고 너는 나와 비교를 통해 그 걸 피했다.

나는 그걸 받아서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또 네게 잔소리를 했다.

사실 걱정은, 너의 생활에 대한 간섭이고 의심에서 출발한 내 걱정일 뿐인데 말이다.

 

①탓하는 것, ②비교하는 것, ③걱정하는 것. 말과 글을 통해 빠지기 쉬운 어리석음 같다.

사소함에서부터 비교하고 탓하고 염려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는 말 이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위 문자가 지적하는 세 가지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며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아’하면 ‘어’하고 대답하는 것만 있지도 않고

서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만도 아니니,

말과 글을 통해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사소함에서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점심은 먹었니? 요즘 어떻게 지내니, 바쁘니?”

“칼국수, 그러게 문자도 못했네. 미안 ☞☜”

“갑자기 들깨칼국수 먹고 싶다. 잘 지내고.”

다음엔 우리 이런 문자를 보내보자꾸나.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emy
    '13.3.20 3:54 PM

    ㅎㅎㅎ
    제가 요즘 그래요..
    뭐 만들고 먹고 하는걸 잘 안오니 그냥 댓글인생으로....-.-;;
    다행히 오늘 한달전에 만든 막걸리식초가 완성되어서
    사진 정리해서 한번 올려볼까.. 고민중이죠.
    안하다보니 글 쓰고 올리는 것도 귀찮아서.......
    마지막 배추겉절이가 침고이게 하네요~~~

  • 오후에
    '13.3.20 3:56 PM

    헉~ 막걸리 식초 @@
    올려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

    밥을 안해먹으니 찍어놓은 음식 사진이 귀해요. ㅋ

  • 2. 소연
    '13.3.20 4:02 PM

    ㅎㅎ 그래도 k양은 착한듯...문자대답도 해주고...
    우리집 아이들은 둘다 대학입학하고 사춘기가 와서는...
    둘이서 셋트로 몇년을 퉁퉁거리고 애먹이드니
    요즘은 조금 사람의 자식으로 돌아온듯......대학교4학년에... ㅎㅎ

    오죽 밥을 재대로 안해먹으면 제가 지난번 포스팅이 거의 6개월만에 ...햇더라구요..

  • 오후에
    '13.3.20 4:53 PM

    ㅎㅎ 조금 사람의 자식으로 돌아온듯.... ===> 이말씀 동감 또 동감합니다.

    오랜만의 포스팅엔 밥을 안해먹었다는 비밀이 있었군요.^^

    저도 그리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밥하는 걸로 봐서는...

  • 3. 게으른농부
    '13.3.20 10:00 PM

    ㅎㅎㅎ 그냥 웃음이 나오네요. ^ ^

  • 오후에
    '13.3.22 9:44 AM

    웃으셨다니 저도....

    산불뒷처리는 다 되셨습니까?

    그저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아자~
    조만간 잘 정돈된 농장과 농부님의 소주병 올라간 밥상 기대합니다.

  • 4. 리본
    '13.3.21 2:47 PM

    K는, 한창 바쁠 때 인 것 같습니다 ㅎㅎ

  • 오후에
    '13.3.22 9:46 AM

    바쁜건지 바쁜척하는건지... ㅎㅎ

    부모가 우선순위에 있을 나이는 아니죠. 그래도 엄마한테는 매일 문자하는 것 같더군요.

  • 5. 후라이주부
    '13.3.21 8:13 PM

    지금껏 저리 수려한 자태(?)의 두부부침을 본 적이 없다는....! ^ ^

  • 오후에
    '13.3.22 9:48 AM

    손~ 번쩍! 저 수려한 자태 두부 제가 부쳤습니다. ㅎㅎ
    심지어 저리 길쭉하게(순전히 이뻐보이라고) 써는 것도 제가했답니다. ㅋㅋ

    그러나 결정적으로 저 두부 뒤집을 때 쫌 애좀 먹었습니다. 부서질까봐...
    구석의 쪼맨한 놈이 부서진 조각입니다. 나머지 조각은 부치면서 제 입으로 쏙~ ^ ^

  • 6. 피치피치
    '13.3.22 10:53 AM

    두부부침 인상적이네요.
    재료를 어떻게 썰어서 놓느냐에 따라 밥상 분위기가 화악 달라지는군요.
    잘 배우고 갑니다^^

  • 오후에
    '13.3.22 3:38 PM

    후라이주부님도 그렇고 두부부침을 얘기하시니...

    재료를 어떻게 썰어 놓느냐에 따라... 이건 저도 생각 못한건데요.
    그냥 너무 작으면 뒤집기 귀찮기도 하고 그날은 왠지 길쭉한 손가락 같은... 그러면 이쁠것같았다는~~

  • 7. 간장게장왕자
    '13.4.1 3:42 PM

    우와 정말맛있어보이네요 침이 꼴까닥 넘어가내여 대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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