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처음 밥하네.” 하며 준비한 토요일 아점.
김치찌개와 무조림, 두부부침.
K도 집에 없고 요즘 일이 많아 진 H씨 늦게 들어오니 저녁 먹고 오고.
게다가 아침밥 꼭 챙겨먹던 H씨 아침을 거르는 걸로 바꾸니 더더욱 밥할 일이 없어졌다.
일요일 아침 텃밭에 갔다.
이랑 만들고 거름 주고 작년 고구마 캐고 뿌려둔 시금치도 솎아왔다.
시금치하면 연상되는 음식 중 가장 많은 건 김밥 아닐까!
두어 시간 기분 좋게 햇볕에 몸 움직이고 들어와 김밥 만들어 잔뜩 먹었다.
심심한 김밥에 금방 무친 배추 겉절이랑. 밥이 떨어질 때까지…….
밥 한 솥이면 보통 3~5끼는 먹는데 김밥은 한 끼면 끝이다.
일요일 김밥이후 아직까지 밥을 안했다. 아마도 이번 주도 토요일이나 되어야 밥 해 먹을 듯.
이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건지. 그냥 바쁘게들 세 식구 각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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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먹었어?
①딸! 문자 한 번 안 하네, 무심하게……”
“
ㅋㅋㅋ ②아빠도 안했잖아. 칼국수 먹었어.”
“그래, 잘 지내, ③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어제 너와 주고받은 문자다.
우리 문자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니?
서로 안부 묻는 것에 있어서 나는 네 탓을 했고 너는 나와 비교를 통해 그 걸 피했다.
나는 그걸 받아서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또 네게 잔소리를 했다.
사실 걱정은, 너의 생활에 대한 간섭이고 의심에서 출발한 내 걱정일 뿐인데 말이다.
①탓하는 것, ②비교하는 것, ③걱정하는 것. 말과 글을 통해 빠지기 쉬운 어리석음 같다.
사소함에서부터 비교하고 탓하고 염려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는 말 이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위 문자가 지적하는 세 가지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며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아’하면 ‘어’하고 대답하는 것만 있지도 않고
서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만도 아니니,
말과 글을 통해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사소함에서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점심은 먹었니? 요즘 어떻게 지내니, 바쁘니?”
“칼국수, 그러게 문자도 못했네. 미안 ☞☜”
“갑자기 들깨칼국수 먹고 싶다. 잘 지내고.”
다음엔 우리 이런 문자를 보내보자꾸나.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