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참한 밥상? K 옆태 공개

| 조회수 : 11,888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03-11 15:54:29

잎마늘,시금치,딸기 참~ 참한 밥상이다. 


[어떻게 기억하나? 어떻게 기억될까?]

토요일 저녁, TV보다 H씨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야?”

“응?” 웬 뜬금없는, 무슨 의도로 묻느냐는 표정의 H씨에게,

“나중에 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으냐고” 재차 물었다.

“글쎄, 멋있는 사람. 지금도 멋있어. 감정표현이 좀 가파르고 거칠긴 하지만,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하는 H씨 물음에,

“그냥. 낮에 책 읽다가, 떠난 사람 묻고 기억하는 문장이 있어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하고…….” 대답했다.

H씨, “나는 어떻게 기억할 것 같은데” 묻는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 목선이 이뻤던 사람. 어느 면에서 특히 사람관계에서 굉장히 대범했던 사람. 이 정도…….” “또 있네, 일관성 없음의 일관성을 가진 사람. ㅋㅋ” 라고 대답하고 “추상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람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기억되고 싶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미지는 너무 막연해.”하는 얘기를 더했다.

한 시간쯤 뒤, K의 방.

K에게 신학기 선물로 준비한 네 권의 책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물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아?”라고.

“이상한 사람” 예상외로 바로 답이 돌아왔다. 동그랗게 뜬 내 눈을 보고, “나쁜 뜻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특이함이라고 고쳐줄게!!”라며 “ ‘남쪽으로 튀어’에 나오는 아빠 같은, 중학교 때 그 책 읽으며 아빠랑 똑같다고 생각했어. 그 아저씨처럼 막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지만 생각하는 게…….” 하는 설명을 부친다. ‘K에게 비친 생소한 내 모습’을 처음으로 들었다. “생각은 비슷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용감하지 않아. 걸리는 것도 많은 사람이고.”라고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나는 K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추상이 아닌 구체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K말고 H씨 또 다른 가족, 친구, 지인들을……. 아무 관계없는 소설 속 한 문장 때문에 생각가지가 많이도 뻗어나간 주말이었다. ‘하긴 나도 나를 모르는데, 어찌 타인이 나를 깨알같이 묘사할 수 있을까?’며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그들도 나도 덜 외롭지 않을까 하고.


나물밥, 달래양념장, 고추조림,시금치 



-------------------------------------------------------------------------------------------------- 

K에게

작년 이맘때였을 거야. 20대의 네게 “스승을 찾아 나서는 열정과 겸손, 용기”를 기도했던 게. 봄이다. 새로운 학기 시작이니, 다시 처음 얘기를 해주고 싶구나. 토요일 집에 오는 길, 날씨가 너무 따뜻해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사주풀이 할아버지한테 친구 00와 사주와 관상을 봤다는 얘길 들으며 ‘불안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 네 마음과는 다를 수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궁금증 뒤편엔 알 수 없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재미로 보는 심심풀이일망정.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손에 잡히는 내일은 없고 경쟁은 치열하기에, 삶의 가치가 모두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에서 천천히 삶을 사유하고 걷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너희들에게 “삶이란 본래 알 수 없기에 불안하게 느끼지만, 괜찮아! 청춘이니까, 어떤 삶이든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도전한다면…….” 하는 위로는 또 다른 성공을 향한 채찍질 일수 있겠다   ‘잠시 울림이 있을 수 있지만 열정과 겸손으로 진리를 구하고 기꺼이 스승을 찾아나서는 용기를 내게 하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이 그렇게 물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긍정하는 건 중요한 삶의 태도다. 또 자존감을 높이는 것, 자아 성찰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과잉은 때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나친 자기 긍정과 성공 쫓기는 모든 게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제어할 수 있다. 자아의 지나친 성장, 과잉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나를 내려놓는 배려, 타자성을 체험해야 하는 이유다.

 
 <미나리와 느타리버섯 무침>

K야, 스승을 찾는다는 건 어떤 걸까?

너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고 기회를 마련해주는 사람을 구하는 걸까? 내 생각에 스승을 찾는다는 건, 묻는 것이다. 절대 진리를 묻든, 20대 네 삶의 가치와 길을 묻든, 단순한 네 고민을 묻든, 묻는 것이다. 삶이란 길에서는 질문이 있어야만 스승과 만날 수 있다. 스승은 너를 성공으로 이끌어주지도, 기회를 만들어 주지도 않지만 너의 질문에 답하고 너의 질문이 한 발짝 더 나가도록 이끌어주는 ‘이’란다. 질문과 대답이 있기에 스승과 제자, 요즘 말로 멘토와 멘티는 기본적으로 1:1관계다. 이 일대일의 관계가 꼭 교수나 유명인과의 관계는 아니다. 또 사람과 사람의 관계일 필요도 없다. 때론 고전의 한 구절이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주고 영원한 스승으로 자리매김 되기도 한다. 시장통 노인의 지혜 담긴 한마디가 너의 질문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오래도록 깊게 교유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난다면 더 없는 복이겠지만. 이 또한 네가 애쓰지 않고 저절로 찾아오는 건 아니다.

스승은 질문할 때만 만날 수 있다는 것, 본래 일대일 대면 관계라는 것, 무엇보다 겸손해야만 스승을 모실수 있다는 걸 명심하렴. 마지막으로 이 또한 집착하게 되면 가르침이 반감된다는 것도 잊지 말고.

많은 사람이 쉽게 ‘루저’가 되고 그래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자아긍정과 자존은 모든 것의 원인이자 극복의 열쇠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잉은 금물이다. 만일 네가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냐고 루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자아와 배려 사이 균형’ 그 속에서 묻고 스승을 만나라 대답하겠다. ‘시대와 불화’도 길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부디 겸손과 질문으로 스승을 대면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K야, 오늘도 행복하렴

 

요즘 너무 자주 포스팅 하는 것 같아 + 소연님 록군 뒤태공개에 필 받아

보너스로 K 옆태 공개합니다. ---> 이것도 딱 오늘까지만,

이거 허락받지 않은거라... 노파심에서.... 퍼가기 없기(굽신)

햇살좋은 날입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명진
    '13.3.11 4:03 PM

    목이 늘씬 허니 처지 인물이 참 곱습니다. ^^

  • 오후에
    '13.3.11 4:11 PM

    ㅎㅎ 그 처자 저를 닯아 곱습니다. 3=3=3=3=3

  • 2. remy
    '13.3.11 4:38 PM

    연꽃여인이네요..^^;;
    어느 아빠가 안그럴까 싶지만
    구구절절이 따님에 대한 애정이 철철 흘러내리는 이유가 있네요..^^;;

  • 오후에
    '13.3.11 5:15 PM

    ㅋㅋㅋ 연꽃 여인... 근사한 칭찬인데요.

    애정은 그저 글에서 그럴뿐이지요. 애정을 갖고 읽으시니 더 그리 보이기도 하고.^^;;

  • 3. 소연
    '13.3.11 5:11 PM

    순간 노천명 시인이 생각나는 목선..........이쁘네요...
    k를 찻아내서 아빠의 이런 모험을 고발해?????말어.........?

  • 오후에
    '13.3.11 5:18 PM

    마옵소서....

    이게 다 소연님 록군 공개에 시기심 불끈해서...
    나도 다리 말고 목이 긴 딸 있다~~ 자랑질중입니다. 고발만은....

  • 4. 달빛
    '13.3.11 6:27 PM

    옴마야,,,
    선글을 써도 풍기는 아우라~~
    너무 너무 고운 처자네요^^

  • 오후에
    '13.3.12 8:57 AM

    ㅎㅎ 고운 나이때죠.. 감사

  • 5. 자수정
    '13.3.12 12:05 AM

    멋진 아빠시네요.
    따님이 기숙사 있는 학교에 다니나보다...했는데
    유학중인가봐요.

    제 남편은 아이들에게 유머러스한 말만하는데
    오후에 님의 절절한 마음을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다 늙은 처지에 그런 아빠를 둔 따님이
    부럽습니다.

  • 오후에
    '13.3.12 8:59 AM

    학교 기숙사에 있는 거 맞고요. 물론 한국이고요.

    저 사진은 여행 사진입니다.

    저는 유머가 없어서 유머 좋아하는 아이의 말을 못알아들어요 ㅠ.ㅠ

  • 6. 글로리
    '13.3.13 2:24 PM

    오후에님 같은 아빠가 있는 k양이 부럽네요.너~~~무!

  • 오후에
    '13.3.13 5:15 PM

    세대가 다른 것이지요.

    저도 살짝 K가 부럽습니다. ㅎㅎ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좋은 하루 마저 보내세요

  • 7. 은서mommy
    '13.3.13 7:33 PM

    와~ 완전 봄이네요~ 맛있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나물반찬들~
    오늘은 봄이 가득한 나물 반찬들이 많이 올라오네요.

  • 오후에
    '13.3.14 9:22 AM

    봄이니까요...
    나물반찬이 먹을때` 쉽게 없어지는데
    다듬는게 귀찮아서~ 누가 나물반찬 매일 한상 가득 차려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땐

  • 8. 꼬꼬와황금돼지
    '13.3.13 8:09 PM

    밥상이 봄 그대로이네요? 따님도 이쁘구~~^^

  • 오후에
    '13.3.14 9:23 AM

    좀 이른 봄이죠.
    사실 요즘 시절이니 맛볼수 있는... 이맘때 딸기. 잎마늘이죠.

    딸래미는 절 닮았다고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강력히 주장해봅니다. ㅋㅋ

  • 9. lately33
    '13.3.14 12:46 AM

    달래는 색깔이 참 예쁜 것 같아요, 이름도 그렇구요!

  • 오후에
    '13.3.14 9:24 AM

    예.. 이쁘죠...

    향도 좋아요

  • 10. 간장게장왕자
    '13.4.1 3:57 PM

    우와 정말맛있어보이네요 침이 꼴까닥 넘어가내여 대박입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7588 달래 시리즈(2)-달래오이소박이,키즈달래닭고기완자덮밥 9 손사장 2013.03.18 6,047 3
37587 봄나들이나 아이들 소풍갈때 멸치 도시락 13 경빈마마 2013.03.18 13,366 1
37586 오랜만에 먹은 장어 8 beach 2013.03.17 5,326 0
37585 바비큐와 맥주로 신랑하고 데이트했네요!! 10 코코둘기 2013.03.16 8,765 1
37584 세상의 모든 봄나물을 다 먹는 그날까지~~ 36 둥이모친 2013.03.16 14,386 5
37583 스시케익과 유부초밥... ^^;; - >')))>&l.. 41 부관훼리 2013.03.16 18,176 8
37582 따뜻한 한 끼.. 밥상 이야기 49 보라돌이맘 2013.03.15 29,643 13
37581 레사네 식탁^^ 12 레사 2013.03.15 11,838 1
37580 맛있는 나물 2가지와 아침 - 냉이나물, 근대쌈 말이 6 딩동 2013.03.15 8,761 3
37579 이젠 남편과 먹고 살아요;;;; 22 딸기마녀 2013.03.15 13,910 1
37578 달래 시리즈(1)-향신료 발라 구운 돼지고기와 달래겉절이 12 손사장 2013.03.15 8,068 3
37577 손이 큰 여자 19 기념일 2013.03.14 17,349 2
37576 Peanut butter bread 11 kjw 2013.03.14 8,236 2
37575 37차 모임후기...(행복 굴보쌈과 양갱갱!! ) 41 카루소 2013.03.13 11,688 20
37574 그래도 먹어야 한다~ 라면이라도...... 199 게으른농부 2013.03.13 22,099 30
37573 사위 오는 것도 아니고, 군대간 아들 첫 휴가도 아닌데... 23 오후에 2013.03.12 16,001 2
37572 우울한 날에 딱 어울리는 메뉴 15 피치피치 2013.03.12 13,529 2
37571 냉이와 사랑에 빠진 날 31 둥이모친 2013.03.12 10,982 6
37570 미니핫도그-조카에게 사랑받고 싶은 고모,이모 다 모이세요. 18 손사장 2013.03.12 11,383 4
37569 망고깍기 23 부관훼리 2013.03.12 18,197 3
37568 퀘벡 메이플시럽 농장 17 ilovemath 2013.03.11 10,458 2
37567 주방이랑 조금씩 친해지고 있어요- 12 아베끄차차 2013.03.11 11,209 1
37566 참한 밥상? K 옆태 공개 21 오후에 2013.03.11 11,888 3
37565 초짜도 성공하는 부드럽고 쫄깃한 프렛쯜빵과 니스식 샐러드 7 딩동 2013.03.11 9,174 4
37564 딸이 거부한 밥상....ㅠㅠ 52 피치피치 2013.03.10 21,934 3
37563 우리집 장독대랍니다~~ 9 경이엄마 2013.03.10 8,776 2
37562 미트로프 & 그라바록스 18 도토리또 2013.03.10 7,238 4
37561 엄마 생신상 차리기 59 꿈꾸다 2013.03.09 35,79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