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면 으레 냉이 달래..머 그렇죠.
젤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냉이가
마트에 가면 365일 진열되어 있으니..
늘 그런 줄 알았지 뭡니까?
시골 살아보니 냉이는 짧고 달래는 길~~다.
사실 맘만 먹으면 젤 오래오래 먹을 수 있는게 달래고
냉이는 잠깐 나왔다 후딱 사라지더라구요.
작년에도 '어? 냉이네?'
이러구 바쁜 일 좀 해놓고 캐야지..하여 갔더니만
잡초만 무성하고 냉이는 무심히도 하얀꽃을 잔뜩 피워
먹을수가 없게 되었드라구요.
제가 사는 동네만 그런가?
달래는 냉이가 들어가고 나면 그때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저희동네는 5월말까지도 달래가 나오는데 키가 훌쩍 큰 것이
쪽파만큼 크죠.
양지바른 곳에서 달래 캐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지금 달래는 제 새끼손가락 한마디만큼 여리여리하게 올라오네요.
냉이 들어가기전에 바지런을 좀 떨고 있습니다.
호미들고 소쿠리 하나 끼고
냉이를 캐다 그 옆 친구 쪽파 (작년 가을 뽑다가 드문드문 남겨둔 거)
도 몇 뿌리 뽑아냈네요.
나머지는 좀 더 크라고..냅뒀구요.
식사 준비하려고 주방에 섰더니
오후의 햇살이 눈이 부셔서..냉이색깔이 더 파릇파릇 해 보입니다.
밭에 쭈그리고 앉아 다듬고
살짝 데쳐주고
쪽파 몇가닥 얹어서 전을 굽습니다.
제가 먹어본 결과
냉이를 향으로 먹는 음식이라 한다면 전이 일등입니다.
향이 아주 좋아요.
전을 잘 부쳐서 그런가?ㅋㅋㅋ
다음은 냉이무침
냉이를 살짝 데쳐서 전엔 고추장 양념만 했는데
올해 된장 반 고추장 반 섞어주고
집간장 쪼금 넣어주고 매실청 넣고 마늘넣고 통깨 넣고 들기름 살짝 둘러
무쳐내니 환상적인 맛이네요.
앞으론 꼭 된장 섞어 양념하기^^
만만한게 콩떡이라고
만만한게 냉이국입니다.
국인지 찌개인지의 차이는..늘 국물의 양으로 판가름하는데..ㅉㅉ
이날은 국이네요.
먹다남은 두부 대충 썰어넣고
버섯도 남았길래 넣어주고
냉이 한 줌 넣어..바지락이 빠졌구나.
냉동실에 자고 있는데 깨워야겠군요.
요놈은 만만하게 보고 덤벼도 실패없는..그런 맛입니다요.
이상 냉이로 할 수 있는 요리 세 가지를 ?
누구나 다 알지만 봄 냉이 후딱 지나가면
시골선 다시 못 볼 상차림입니다.
지난 금욜인가?
날이 너무 좋아서
장담그기 했네요.
작년에 엄니랑 삶고 밟고 뭉치고..띄운 메주를
사이좋게 하나씩 갈랐는데
홀수라서 엄니 하나 더 드리고
제가 여덟덩이 담았어요.
미리 씻어둔거 이 날은 살짝 헹궈 물기 빼주고
속을 비운 항아리는 깨끗이 씻어 말려
소금을 푹푹 퍼 넣어 달걀 두 개 넣어 염도를 맞춥니다.
염도계 머..이런 거 없습니다.
제 손꾸락끝에 염도계가 달려 있네요.
요렇고롬 단지의 2/3가 조금 덜 되도록만 채웠어요.
작년에 담근 간장이 제법 많아서
올핸..더 적게.
여기다 건고추와 숯과 대추 좀 넣어주면..끝이네요.
그날 단지를 헐면서 광에 뫼셔뒀던
김치단지도 헐었네요.
겨우내 곰삭은 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지난 겨울이 추워서 더 맛난가?
죄 헐어서 김치통에 담아 김치냉장고 속으로 직행.
동치미단지도 헐었군요.
동치미 그냥 먹기도 좀 질리죠.
그래서 물에 담궜다가 고춧가루와 들기름. 설탕 .통깨 뿌려서 조물조물
무치면 밥반찬으로 아주 그만입니다.
남편 중학교때는 일년 열두달 이 동치미무침.단무지무침만
도시락반찬으로 싸왔다던 친구 얘기를 반찬으로 더해서 맛나게 먹었어요.
쪼 위의 냉이무침은 이 날의 반찬이었나 봅니다.
들깨가루 넣은 시래기도 보이는군요.
마지막으로,
요놈이..뭔가 이 아줌마가 벌레를 키우나?
머 그러지 마시구요.
제가 의심병이 좀 많아서
어느날 사 온 찰현미가 쌀눈이 뵈지 않는 거예요.
밥은 찰지고 맛난데..도무지 내 눈엔 쌀눈이 죄 떨어져 보이드라구요.
그래서 키친타올 깔고 사흘 놔뒀더니..저렇게 꼬물거리며 죄 싹을 틔우더군요.
싹 안 나오면 반쯤먹은 현미 들고 바꾸러 갈라 했는데
...심보가 고약해서 먹히지가 않았나봐요.ㅋㅋ
자꾸 크길래 저라다 논 될까 싶어서 고만 접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