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찾아보니, 작년엔 김치를 담았었고 재작년엔 아침상을 차렸었다.
“피곤하게 뭐 하러 와, 그냥 있어요.
K도 시간 안 된다는데 금요일이나 주말에 먹지…….” 라는 H씨와의 통화가 있었다.
아무리 H씨가 양해했고 결혼기념일이 덤덤해질 때가 되었다지만
‘둘 다 쓸쓸히 각자 저녁 먹는 건 아니지!’ 싶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대전서 분당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막힘없었고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H씨 퇴근 전이다.
창문열고 청소기부터 돌린다.
청소기 소리가 유난히 크다 싶더니 퀴퀴한 냄새가 난다.
‘먼지 통이 꽉 찼나 보다.’ 할 수 없이 먼지 통을 꺼내 청소기 청소부터 한다.
청소기 다시 돌리는데, 냄새도 없고 소리도 조용하니 기분이 상큼해진다.
H씨 아침 먹고 나간 후 K가 챙겨 먹었으리라 생각되는 상을 치운다.
삶은 계란과 토마토, 당근, 양파가 자투리로 남은 게 눈에 띈다.
아침에 한 밥은 있고 쌈 채 많으니 비빔밥에 쌈밥과 자투리로 샐러드 만들어야겠다.
냉장고서 쌈 채 꺼내고 당근과 양파를 썬다.
토마토도 적당한 크기로 써는데 종일 실온에 있어서인지 물컹거리며 잘 썰어지지 않는다.
버섯도 한주먹 끓는 물에 데쳐 꼭 짰다.
H씨 왔나 보다.
“세대 차량이 도착했습니다.”는 안내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온다.
바쁜 손놀림과 달리 빙긋이 웃음이 난다.
지인의 집 근처서 함께 한 잔하고 있는데 그 부인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통화 끝나고 지인은,
“하여튼 귀신이야. 집근처에서 술 한 잔하잖아,
그러면 꼭 전화 온다. 마누라한테. ‘한 잔 하나보네.’ 라고.”
서로 ‘귀신이다.’ ‘너 클났다.’ 따위로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좌중의 누군가 “너네, 새 집이잖아?”라고 물었고 “응, 2년 좀 넘었지”라는 대답에.
“바보, 너 아파트에 차 갖다 두고 왔잖아. 요즘 아파트는 차량 들어오면 다 알려줘.”
이 말에 모두 멍하니 ‘그게 무슨 말?’이라는 표정을 짓자.
“요즘은 스티커 말고 주차카드 주잖아,
그게 차량 번호 세대호수 같은 게 등록된 거거든,
그러니 아파트 정문이나 주차장 차단기 통과할 때마다 누구집인지 알 수 있고
그 집에 차 도착했다고 자동으로 알려주는 거야”라는 설명이 있었다.
지인은 바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 했고
“마누라가 ‘그럼 차 들어왔는데 집에 안 오면 술 먹는 거지 밥 먹겠냐?’고 깔깔 거린다.”
이 말에 우린 모두 넘어가며 ‘자~ 건배!’를 외쳤었다.
간장, 참기름, 다진마늘, 설탕 넣고 소스 만들어 준비한 야채에 버무려 접시에 올리고
토마토, 삶은 계란에 잣도 뿌린 야채샐러드와 쌈 채 한 접시 덩그러니 올려놓고
각자 취향대로, 나는 밥에 쌈장을 비빌비빌 해서 쌈 싸먹고
H씨는 맨밥에 쌈 장 얹어 쌈 싸먹고 샐러드 한 젓가락 하는 식으로 양껏 먹었다.
저녁 먹고 부른 배 꺼트린다며 산책 나가
3천 원짜리 붕어빵에 차 한 잔하는 호사도 누렸다.
서늘한 듯 따뜻한 듯 불어대는 알 수 없는 초여름 밤바람이 참 좋더라.
마주잡은 H씨 손 만큼이나.
'그래 올라가길 잘한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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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먼저 심었는데 옥수수가 더 크다.
부추밭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도라지....
어찌 생긴 녀석인지 모르지만 장마 끝나면 꽃보는 재미가 화려하리라.
더덕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이 퍼졌다. 살짝 걱정도 된다. 손 타지 않을까 하는.....
상추를 비롯한 쌈채들
근대
일찍 날이 더워지더니 돌나물이 빨리 꽃을 피웠다.
냉이 꽃, 내년 봄 냉이 캐는 재미를 위해 뽑지 않고 놔뒀더니 활짝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