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쌀국 깡촌 유학생 몽블랑이어요.
중간고사에 연구계획서 발표까지. 미친 2주 가량을 보내고, 오늘 저녁 완전 무장해제된 기분으로 오아시스 같은 키톡에 들러서 글 올립니다.
해 먹은 비중보단 사 먹은 비중이 훨씬 많네요, 그간의 식생활을 돌이켜 보니. 바빠서 냉동 음식으로 때운 끼니도 많고, 집에 와서 스트레스 받는 날엔 혼자 맥주도 일병씩 하기도 했네요.
그나마 해 먹은 거라고는 하는데 시간 얼마 안걸리고 설거지거리도 얼마 안 나오는 한그릇 음식 뿐...ㅋ
사진 나갑니다~
깍둑썰기로 썰린 채 지퍼백에 담겨 냉장고 야채칸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가지를 발견하고는 토마토소스에 넣고, 링귀니랑 섞어서 도시락으로 가져갔어요. 이탈리안 파슬리도 좀 썰어서 뿌리고요.
숏파스타는 도시락으로 가져 가도 그렇게 먹기 힘들지 않은데 링귀니같은 긴 애들은 먹기가 영 불편하네요. 펜네랑 푸실리에 주력해야겠어요.
닭가슴살 통조림에 셀러리, 붉은양파, 당근 다져 넣고 마요네즈 조금이랑 씨겨자에 비벼서 wheat bread에 끼운 샌드위치...인데요...
너무너무너무 짰어요ㅜㅜㅜㅜㅜㅜ 씨겨자에 들어있는 소금 때문인가봐요. 다음부턴 씨겨자 비중을 팍 줄여야겠어요.
공부하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냉장고 야채칸을 열었더니 브로콜리랑 컬리플라워가 구해달라고 측은하게 애원하는 것 같더라고요. 콜린님 레시피 참조해서 올리브오일에 마늘이랑 페퍼론치노 볶다가 앤쵸비 넣고, 거기에 데친 컬리플라워랑 브로콜리랑 푸실리 넣어서 달달 볶은 뒤에 후추랑 이탈리안 파슬리 올렸어요.
들어간 노력 대비 맛이 괜찮더라고요.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콜린님 레시피가 없었다면 제 식생활이 매우 단조로웠을 거예요.
이것도 콜린님 블로그에 있는 '샥슈카'라는 마그레브 (북서부 아프리카라고 하네요) 지역 음식이예요. 양파랑 할라피뇨 볶다가 커민, 파프리카, 마늘을 넣고 토마토 홀이랑 물 넣고 끓이다가 계란을 수란처럼 익히고, 마지막에 파슬리랑 페타치즈를 뿌렸어요. 콜린님은 피타브레드랑 먹는 걸 추천하셨는데 전 피타브레드가 없어서 아쉬운대로 또띠아랑 곁들였답니다.
수란을 어금니 꽉 깨물고 제대로 하는 건 처음이라서 이번엔 노른자가 좀 많이 익었네요.
한입샷이예요. 이렇게 먹으니 되게 배불렀어요. 맛있습니다.ㅎㅎ
이 동네 그리스 음식점에 갔을 때 무사카에 곁들여 나온 쿠스쿠스가 들어간 상큼한 샐러드가 뭔지 검색하다 보니 '타불리'라더군요. 별 특별한 재료는 없길래, 슈퍼 가서 쿠스쿠스랑 민트잎 정도 사들고 와서 만들어 봤답니다.
쿠스쿠스에 다진 토마토, 양파, 파슬리, 민트 넣고 소금후추 뿌리고 올리브오일이랑 레몬즙 뿌려서 섞어줬어요. 이건 만들자마자 바로 먹은지라 맛이 좀 덜한데, 하루 정도 놔뒀다가 도시락으로 가져가니 맛의 조화가 더 잘된 느낌이었어요.
이거 앞으로 자주 만들 예감이예요. 일단 민트잎을 사면 시들해지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 되니까요;;;;;;
벌써 이 이후로 두 번이나 더 만들었지 뭐예요.
전 밥없이는 살아도 ('법없이는'으로 읽으시면 마 곤란하다...마 그래 생각합니다) 면없이는 못살아요 ㅋㅋ
시험 전전날, 극에 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음식 준비하는 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그래서 집 근처 허름한 외관의 중국음식점에 갔어요. 우육면 같은 묵직한 국물의 누들이 먹고 싶었는데 홍콩식 완탕누들밖에 없다 그러더라고요. 차선책으로 시킨 쇠고기가 들어간 로-멘 이랍니다. 시장이 반찬인데다가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였던지라 탄수화물+고기 조합이 축복처럼 느껴졌어요. 고기 얼마 없어 보이는데 아래에 엄청 많이 깔려 있었지요. 허겁지겁 먹었어요.
이건 지난 토요일에 저녁으로 싸 간 도시락이예요. 바스마티 라이스 위에 그린빈이랑 파프리카, 대파를 굴소스 조금에 볶아서 올린 뒤 맨 위에 안주거리로 샀지만 남은 BBQ 윙 네조각을 올려 갔어요. 자리에서 먹고 있는데 중국 아이가 와서 뭐 먹냐고 관심 보이더라고요. 냄새가 엄청 좋다 그러면서요.
언젠간 100% 제가 만든 음식을 먹을 때도 누군가 냄새가 좋다 그래줄 날이 오겠죠?ㅎㅎ
오늘 반 학기짜리 수업을 마무리하는 연구계획서 발표가 있었답니다. 좋은 평도, 미처 대비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안 좋은 평도 받았어요. 어쨌든 끝났다는 기분에 혼자 일잔을 기울였지요.
안주 중 하나로 간택된 프로슈토랑 멜론이예요. 이 동네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진판델 와인이랑 마시니 좋네요. '술'은 좋아하는데 와인 라벨이나 그런건 잘 몰라요. 잘 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와인까지 잘 알고 그랬으면 진짜 학교에서 받는 월급이 와인값으로 다 나갔을 거예요 ㅎㅎ
이 아래는 음식 사진이 아니라 소심한 자랑질 사진이랍니다 ~ 보기 싫으신 분들은 '뒤로'를 눌러 주세요^^
진짜 오랜만에 얼굴인식을 해봤어요. 겉보기 등급이 23세 여자라는 것도 기쁘지만 닮은 사람이 무려 유나킴!!!!!!
6%지만, '그닥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쨌든 유나킴을 6%라도 전 닮은 겁니다!
꺄르르르르르르르르르
한 과목이 마무리 되고, 중간고사도 치고. 절반을 넘겼네요.
후회가 없도록 하자고 그렇게 되뇌었건만, 벌써 후회가 남아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 남은 절반을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마무리 된 과목이 절 내내 괴롭혔던! (읽을 것도 많고 교수님도 매우 깐깐하신) 세미나였는데 끝나서 햄볶네요. 느슨해지지 말고 더 열심히 남은 과목들 잘 마무리 하고, 이제 시작된 연구도 잘 해봐야겠습니당.
음식사진 찍는 걸 자주 까먹기도 해요. 덜 까먹으려고 노력할게요^^
한국 시간으로 내일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네요. 저도 꼭 한표 보태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처지라, 카톡에서 친구들한테 이야기 한답니다. 누굴 뽑을 지는 상관 안할테니 투표는 하라고요.
여기 사람들은 다들 저랑 정치 노선이 달라서, 많이 외롭고 그러네요ㅎ 이야기 하다 보면 혼자 철 모르는 이상주의자가 되는 느낌도 들고요. 실용학문 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이상적인 소리를 하냐는 말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실용학문 하는 저같은 이상주의자 하나쯤 있다고 대한민국이 망하는 건 아닐 테니, 전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 겠다고 조용히 마음먹어 봅니다.
다음에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