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습니다.
발동이 워낙 늦게 걸리는 인간이라 82개편에 적극 동참을 못했지라..
정작 감자열풍일 때는 뭐하고 자빠져 있다가 이제서야 감자를...ㅋㅋㅋ
제 발동이 이리 더뎌요.
나는 꼼수다와 트위터에 빠져서 좀 소홀했던 탓도 있고요.
어쨌거나 그동안 올라온 감자 요리를 쏴~악 훑어보니 어디 발 하나 걸칠데도 없더군요.;;;
그런데 간만에 냉장고 청소하다가 이 놈을 발견하고 앗싸!!!했지요.
기상천외한 감자요리,
그것은 바로....
썩은 감자입니다.
태운 거 아니고, 썩은 거에요.
먹는 거니까 혐오사진이라는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시댁(강원도 원주)에 내려갔는데,
어머님이 간식으로 감자를 찌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너 이거 한번 먹어볼래?" 하면서 거무튀튀한 감자를 주셔요.
뭐냐고 여쭤보니 "썩은 감자"라고 하시네요.
감자는 싹만 도려내면 썩은 것을 먹어도 탈이 안 난다고...
어렸을 때는 짓물이 줄줄 흐르는 감자들도 쪄서 먹고 그러셨다고요.
이게 웬일인가 싶으시죠?
저도 그 얘기 들을 때는 이게 어느 별에서 나온 얘기냐... 싶었어요.
잘라보면 대충 이런 텍스쳐.
채소 썩는 냄새가 참 역하잖아요.
그런데 감자는 썩은 거라도 역하지 않고, 구수하면서 콤콤한 그런 냄새가 있어요.
물론 막 향기롭거나 그렇진 않죠.
그래도 썩어서 부패한 냄새라기보다 발효 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호기심에 한 입 먹어봤는데, 꼬릿한 치즈 냄새 같은 걸 느꼈거든요.
물론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더 먹지는 못했어요.
오늘도 보여드리기 위해서 삶은 거지 먹지는 못해요.^^;;;
남편도 그렇고요.
먹고 자란 게 아니라 이게 먹어도 괜찮은 지점인지 어떤지 기준점이 없어서 겁나거든요.
물론 그 맛을 알지 못하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저희 시어머니,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어렸을 때 6.25를 겪으신 분이에요.
그러니 음식 귀하게 생각하시는 마음을 저희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어요.
지금도 감자 상자에서 성치 않은 것들을 골라서 삶아서 드시곤 하세요.
그 때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나중에 강원도 출신 분들께 여쭤보기도 했는데,
연세 많으신 분이 아니면 잘 모르시더군요.
언젠가 향토 음식에 관한 다큐를 보는데,
감자 떡 만드는 과정에서 강판에 간 감자를 물에 담가서 썩기 직전까지 놔두는 과정이 나왔어요.
만드는 아주머니께서 예전에 먹을 거 없을 때는 썩은 감자로 만들기도 했다고 하시대요.
그걸 보면서 비로소 저런 식문화도 있었구나 하고 이해했어요.
저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감자를 대하는 어머님의 모습과 다양한 쓰임으로 짐작컨데
이런게 '강원도의 힘'이 아닐까 하고 결론 아닌 결론을...^^;;;
뭐 이걸 가지고 '요리'냐고 하실 항의하실 분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감자요리 2개 투척!!!
최고의 요리비결에 소개되었던 <감자채전>
레시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재료
-감자 2개, 전분가루, 파마산 치즈가루, 파슬리 가루, 쪽파, 소금, 후추가루 (모두 적당량)
1. 감자를 가늘게 채썬다.
2. 채썬 감자에 전분가루를 적당량 버무린다. (접착제 역할)
3. 달군 팬에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4. 소금, 후추를 뿌려 간을 한다.
5. 감자채전에 쪽파, 파슬리,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린다.
최요비에는 치즈와 쪽파를 흩뿌렸던데, 제가 먹을 때는 이렇게 몽땅!!! ㅋㅋㅋ
원 레시피대로 하면 반찬으로 먹을 때 파마산 치즈가루가 좀 거슬리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간단 버전으로 채칼로 감자 채치고, 양파도 조금, 호박 있으면 호박도 조금 채쳐서
거기에 소금, 후추 간하고 감자전분 대충 뿌려서 주물주물 했다가 부쳐먹어요.
감자전에 대한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렇게 하니까 실패확률도 적고 간단해서 자주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채칼이 필수임;;;
<감자소고기조림>
이건 '최경숙의 일본 요리'에서 나온 거에요.
재료
-감자300g, 소고기(불고기감)150g, 통깨 1큰술, 참기름 조금, 다진파 조금
조림국물
-다시마국물2컵, 간장 3큰술, 청주3큰술, 설탕 1큰술 반, 맛술1큰술
1. 조림국물 끓으면 여기에 소고기 넣어서 익힌다.
2. 소고기 꺼내고 여기에 감자를 조린다.
(감자는 둥글게 다듬어야 오랜 시간 조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3. 국물 자작해지고 감자 익으면 꺼낸다.
4. 국물에 소고기 넣고 국물 없어질 때까지 바짝 조리고 참기름 한 두 방울 넣는다.
5. 먹고 남은 것은 다진파와 통깨, 참기름 조금 넣고 다시 한번 조려 완전히 식힌 후 밀폐용기에 담아 실온에 두고 먹는다.
접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모두 짐작하고 계시는 바로 그것이 맞습니다...
샤브샤브 익히듯 이렇게 넣어서 익혀주세요~
저는 그냥 집에 있는 설도 불고기(기름기 별로 없는 부위)를 이용했는데
그랬더니 고기가 좀 딱딱해지면서 장조림틱한 느낌이 나더군요.
아이가 먹기에는 장조림보다 좋았어요.
(그래서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a)
샤브샤브처럼 얇고 기름기 많은 부위로 해도 부드럽고 맛있을 것 같아요.
책에도 기름기 좀 있는 불고기 부위로 하라고 나왔거든요.
여기에 감자를 넣어서 익혀줍니다.
조림국물은 간만 좀 더 약하게 하면 애들 조림반찬 할 때 전천후로 쓰일 듯 해서 추후에 응용 발전 시킬 예정. ^^
다 조려지면 마지막으로 고기 넣고 바짝 조려줌...
(레시피에는 국물 없이 바짝이라고 했는데, 저는 국물 좀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요리책 비쥬얼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어렵지 않으니 한번 시도해보세요.
아직 82에 적응이 되지 않아 버벅버벅...
좀 더 익숙해지면 자주 올게요~^^
---------------------------------댓글의 댓글이 안 달려서... 예전 방식으로 맨 아래 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