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날은 장을 잔뜩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날부터, 혹은 그 다음날부터 먹을게 없어서 걱정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날은 별로 사온 게 없는 것 같은데도, 그럭저럭 먹을 게 있는 날이 있는데요,
(헉, '다'체가 입에 붙어서 자꾸 나오려고 해요..)
오늘은, 아니 어제는 돈도 적당히 쓰고, 똘똘한 반찬거리를 사와서,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었어요.
집밥이 많이 그리울 조카,
가겠다는 거, 저녁 먹고 가라고 몇번을 붙잡아 앉혀두고, 새 반찬들로만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병어조림입니다.
제가 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무를 적당히 썰어서 냄비에 넣고, 고춧가루와 식용유를 뿌립니다. 식용유는 고춧가루가 무에 잘 들러붙으라고 뿌려요.
2. 물을 아주 넉넉히 넣고 불에 올려 무를 삶아요.
3. 무를 삶는 동안, 고춧가루, 청주, 국간장, 왜간장, 참기름, 설탕, 다진 마늘 등을 잘 섞어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4. 병어를 깨끗히 씻은 후 어지간히 삶아진 무위에 올리고 그위에 양념장도 올려 조립니다.
5. 병어가 조려지는 동안 풋고추, 양파, 파 등 부재료들을 썰어두었다가, 병어가 거의 다 조려졌을 때 위에 올려요.
6. 잠시 좀더 조려줍니다.
오늘 병어조림은 좀 일찍 부터 시작해서 좀 길게 조리했더니, 잘 조려졌어요.

과천에서 사온 그 많은 얼갈이를 데쳐서 일단 우거지를 만들었습니다.
워낙 여린 얼갈이여서 였는지...찌개를 끓여놓으니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어요.
오늘 한 우거지찌개의 순서는요,
1. 얼갈이를 데쳐서 우거지를 만들어요.
2. 만들어진 우거지는 물기를 대충 짠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냄비에 담고, 차돌박이 썰어서 같이 담은 후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해서 잠시둡니다. 된장과 고추장의 비율은 대충 4:1 정도로 된장이 많아요.
3. 10~20분쯤 지난 후 물을 붓고 끓여요.
4. 어지간히 완성되어갈 무렵, 어슷어슷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서 마무리합니다.

훈제오리가 ¼마리 있었어요.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려 지졌습니다.
가운데에는 오늘 과천에서 사온 치커리 등등 쌈채소 담고,
가장자리를 뺑둘러 오리를 담았습니다.
가운데 소스는 오이피클을 넣은 허니 머스터드 소스입니다.

오늘 사온 감자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감자샐러드도 한접시 했습니다.
늘 그렇듯,
삶은 달걀 넉넉하게 넣고, 감자 오이 사과로 만듭니다.
맛의 포인트는 마요네즈로 버무리기 전에 프렌치드레싱으로 밑간을 한다는 거!

공짜로 얻어온 부추도 전을 부쳤습니다.
반죽은 밀가루 5에 밤묵가루 1을 섞어 만들었어요. 아 소금도 조금 넣었습니다.
밤묵가루를 넣어보니, 색이 마치 도토리가루 부쳐놓은 것처럼 진해졌습니다.
솔직히, 부추맛이 강하다보니 밤맛이 나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밤묵가루 파는 아저씨 말마따나 기름을 많이 두르지도 않았는데 전에서 윤기가 반드르르 흐릅니다.
그리고 밀가루만 부치는 것보다 훨씬 바삭바삭한것이 식감이 좋습니다.

독사진이 없는데요, 조기 뒤에 있는 느타리버섯무침도 오늘 인기가 좋았어요.
느타리버섯을 데친후 물기를 꼭 짠다음에,
채썬 풋고추와 채썬 양파를 넣은 후 소금과 들기름으로만 무쳤습니다.
파 마늘 넣지 않았는데요, 딱 요렇게 별 재료, 별 양념이 없어도 맛이 좋았어요.
다만, 생양파 싫어하는 사람들은 좀 거슬릴 수도 있겠네요.

평소 같으면 아마도 병어 조리고, 부추전 정도 부쳤을 거에요.
그런데 오늘은 조카 좀 먹여보겠다고 음식을 6가지나 했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래봐야 조카가 먹으면 얼마나 먹었겠어요, 다 우리 식구들이 먹었지요.
어쨌든 조카에게 따끈한 밥 한끼 먹여보내서, 제 마음이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