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께서, 연세 탓인지, 영 기운이 없으신 것 같아요.
따님네서 2주동안 머무르셨는데요,
그동안 큰 시누이가 얼마나 잘 해드렸을 지, 안봐도 비디오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독이 덜 풀리신 것 같아요.
연세가 연세인지라 자동차를 타고 다니시는 것만도 피곤하신지,
토요일 나들이의 피로가 영 안풀리시지 않아 어제도 하루 종일 기운없어 하시는 거에요.
닭이나 푹 고아서 드시게 하면 기운을 차리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영계 두마리 사왔어요.
평소 하는대로 마늘 대추 황기 넣고 고는 것보다 좀 특별하게 해드리려고,
흑마늘과 능이버섯을 넣었어요. 요즘 길에 가다보면 능이백숙을 하는 집이 많길래, 저도 좀 해보려고 했던 건데요,
그랬더니 마치 오골계라도 곤 듯 국물이 이렇게 새까맣게 됐답니다.
능이버섯은 물에 불린 후 넣어야 하는 건가봐요, 마른 상태로 그냥 넣었더니, 닭은 푹 물렀는데,
능이는 완전히 다 무르지 않았더라구요, ^^;;, 담에 꼭 불려서 해야겠어요.

얘네들이 능이버섯과 흑마늘입니다.
국물을 떠먹어보니, 닭국물 같지않고, 흑마늘 국물 같습니다.
닭의 느끼함, 닭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어요.
닭고기도 너무 푹 끓여서,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은거 있죠?
'물에 빠뜨린 닭'은 잘 안먹으려고 하는 kimys까지도 아주 잘먹어주네요.ㅋㅋ...

제가 아주...정신을 놓고 다니고 있습니다.
영계 두마리 덜렁덜렁 사가지고 오면서 찹쌀은 안 사가지고 온 거 있죠?
할 수 없이 현미찹쌀을 두시간 정도 불렸다가 밥을 지었어요.
그 밥을 백숙 국물에 넣어서 죽을 쑤었는데요, 보통 찹쌀 넣고 하는 것보다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네요.
어쨌든, 덕분에 울 시어머니께 고맙단 소릴 다 들었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잘 먹었다" 소리는 아주 가끔 하셔도,
"잘 먹었다, 나한테 잘 해줘서 고맙다" 소리는 오늘 처음 들은 것 같아요.
능이와 흑마늘에 감동하신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