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쓰고, 촬영 하고, 교정 보고,
그리고 또 칭찬받은 쉬운요리 개정판 계약하고, 또 원고 쓰고, 촬영하고...
지난 1년 꼬박...정말 너무 많이 바빴던 것 같아요.
정신 차릴 수 없이 바쁘고 힘들었는데, 드디어 끝을 봤습니다.
물론 4월14일, 보충 촬영도 하루 더 해야하고, 원고 수정, 교정도 해야하지만..
그래도, 지난 일년동안 힘들었던 일이 거의 매듭지어져, 얼마나 개운한 지 모릅니다.
그간 너무 쫓기며 살아온 듯 하여..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한 일년반 정도는 놀기만 할거라고,
낮잠도 자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숯가마도 자주 가고, 여행도 가고, 산책도 하고,
근사한 곳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수도 놓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도 빼고,
하고싶은 일 실컷하면서 놀며 살거라고...
그리고, 무슨 일이든 하고 싶으면 내년 가을쯤, 시작할거라고...

촬영을 마치고, 일을 도와주러 왔던 후배들이 모두 말끔하게 치워주긴 했지만,
그래도 폭탄맞은 듯한 우리 집, 제가 해야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주방도구며 냄비며 팬이며 제가 정렬하는 방식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 모두 제자리에 넣어줘야하고,
촬영하고 나서 아직 넣지 못한 그릇들도 모두 넣어줘야 하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도 정리해야하고...
할 일은 태산인데..그냥 천천히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김치냉장고 한대의 전원을 끄기 위해서 김치냉장고만 정리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재료의 낭비없이 참 알뜰하게 썼어요.
칭찬받은 쉬운요리를 처음 낼때에는 작은 김치냉장고 반쪽밖에는 여유가 없어서,
재료들을 잘 보관하지 못해서, 채소들 버린 것이 참 많았는데,
이번에는 거의 버린 것이 없이 알뜰하게 써서, 나름 뿌듯합니다.

정리하면서 나온 숙주 데쳐서 무치고,
시금치도 데쳐서 무치고,
닭 반마리 삶아서 살만 발라내어 겨자소스에 무쳤습니다.
쓰고 남은 오이채, 당근채, 양파채를 곁들여서, 냉채 비슷하게 해서 상에 올렸어요.
그리고, 콩나물 한봉지 있던 것에, 쓰고남은 등심고기 육수 내어 콩나물 국도 끓였습니다.
이렇게 정신 좀 차리고, 내 가족만을 위한 반찬 준비가 그 얼마만인지...

이제 앞으로 한동안은..
쓰고 남은 재료들을 없애기 위한 음식들로 우리 집 밥상이 차려질거에요.
과일과 쌀만 사면, 보름도 거뜬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