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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밥 한그릇 뚝딱!! [우거지 찌개]

| 조회수 : 13,100 | 추천수 : 121
작성일 : 2008-09-19 13:32:57


옛날 옛날,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식구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김장은 무조건 1백포기씩 해야 하고,
김치냉장고는 커녕,
냉장고도 없어서 봄 기운이 스멀스멀 온누리에 퍼지면, 집집마다 군내 나는 김치 처리에 골몰하던 시절~~

친정어머니의 단골 메뉴는,
군내나는 김치의 속은 다 털어버리고,
물을 갈아가며 군내를 우려낸 다음,
김치를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쪽쪽 찢어서,
된장에 조물조물, 간이 배도록 무쳤다가 끓이는 우거지 찌개였습니다.

철없는 어린 마음에,
군내 나는 김치는 못먹는 것인데,이걸로 찌개를 끓이나,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한가? 이렇게 생각했더랬습니다.
가난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알뜰함 때문이었는데요..
그때는 우리 엄마 뿐 아니라, 다 이런 음식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김치냉장고 없는 집이 없고,
김치도 조금 담그니까, 군내 나는 김치 찾아보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김장김치를 우려내서 찌개를 끓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졌구요.

지난 초겨울에 했던 김장김치,
일년 내내 먹고 마지막통을 헐었는데, 무슨 일인지, 좀 짠듯하고, 맛도 다른 통의 김치보다 훨씬 못한거에요.
똑같이 담근 김치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숙성을 했는지 안했는지,김치통에 격지무를 얼마나 넣었는지 따라서~~




오늘 점심에 문득, 우거지 찌개가 생각나길래,
맛없는 김치 한포기 꺼내서, 물에 씻은 후 잠시 물에 담가뒀었어요.
손으로 찢어서 된장이랑 쇠고기, 그리고 비장의 카드, 날콩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해뒀다가,
멸치육수 부어서 끓였어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거지, 시래기, 뭐 이런 것들이요.
밥 한숟가락 떠서 우거지 한조각 걸쳐 먹으니...다른 반찬, 아무 것도 먹지않아도 한그릇 뚝딱입니다. ^^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깔깔마녀
    '08.9.19 1:34 PM

    1등

  • 2. 깔깔마녀
    '08.9.19 1:35 P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론 가문의 영광이
    82쿡 5년차 레벨 7 달면서 처음으로 1등 먹었네요

    이무신^^ 평생에 1등은 2번째입니다 ㅋ

  • 3. 박하사탕
    '08.9.19 1:43 PM

    그럼 전 2등?
    깔깔마녀님 1등 축하해요~~~~*^^*

  • 4. 남이
    '08.9.19 1:56 PM

    가만 보면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요리에 소질이 있으셨던거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요리엔 별 소질없는 전 어려서 엄마가 요리 하실때
    눈여겨 보질 않았던거 같아요 물론 친정엄마는 음식 참 맛있게 하신다는
    말들 많이 들으셨구요 종가집이라 제사등이 많았어요
    지금이라도 배우면 좋겠지만 이미 십여년전 하늘나라로 가셨구요
    가끔 선생님이 여기에 친정어머니께서 옛날에 해 드셨던 음식들
    올리시면 저도 한번씩 해 먹어 봅니다
    엄마 생각하면서요
    참 그리고 요리에 소질은 없지만 여기 82cook에서 본 음식들로 가족들이랑
    주변사람들한테 요리 잘한다는 소리도 가끔은 듣는답니다 감사해요~

  • 5. 치즈케잌
    '08.9.19 2:08 PM

    어머, 저 솔직히 이런 종류 음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사진보니 갑자기 침이 고이네요^^;
    이제 저도 나이먹나 봅니다.
    내일 저녁에 한 번 시도해봐야지~~

  • 6. 또하나의풍경
    '08.9.19 2:55 PM

    우앙...저 이런 음식 킬러예요!!
    저희집엔 김냉이 없어서 그냥 김치를 하거든요.그래서 해먹고 싶어도 못해먹는...ㅠㅠ

  • 7. 지지
    '08.9.19 2:56 PM

    얼마나 맛날까..너무나 짐작이 가기에 괴로워요.^^

  • 8. 체리
    '08.9.19 3:04 PM

    손잡이가 있는 뚝배기가 특이하네요.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류의 음식이 좋아지는데,
    남편은 "재활용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 라고 못마땅해 합니다.

  • 9. 백하비
    '08.9.19 4:32 PM

    언제나 무얼 하시든 맛나게 해서 드시네요.
    보기만 하는데도 침이 넘어가요.
    맛 없어보이는 김치로도 엄니가 해주시면 너무 맛있었어요.
    전 물에 들어간 고기를 못먹어서 늘 날된장에 김치 우린것만 넣어서 끓여먹어요.
    울 아들녀석 무슨 맛이냐고~저 왈 인석아 너도 늙어봐라 이맛이 그리울거다~그래요^^

  • 10. 꼬마아줌마
    '08.9.19 5:51 PM

    침이 꼴.깍. 넘어가요.

    남편은 회식을 한대고 전 오랜만에 엄마한테 국수장국 해달라고 전화드렸는데..
    이 사진을 보니.. 우거지 넣고 한 생선조림이나 청국장..된장찌개도 너무 먹고싶어져요...

    아..배고파라...
    그런데 전 얼만큼 해야 선생님처럼 뚝딱 하면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차릴 수 있을까요....

  • 11. sylvia
    '08.9.19 6:51 PM

    이거 어릴적에 엄마가 많이 해주시던 음식인데...
    이걸 아신다니 너무 반가와요...

    언젠가 그 맛이 그리워 해봤더니...
    저희 신랑은 처음 먹어본다고 하네요...
    그 맛을 모르는지 맛있게 먹어주지도 않고...

    그 다음부턴 해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선생님의 음식에서 엄마의 향기를 느끼고 갑니다...

    (ㅎㅎㅎ 전 어머니보다 엄마라는 말이 더 좋아요~~~
    울 엄마 보고싶어라...)

  • 12. 아로아
    '08.9.19 7:10 PM

    엄마가 날콩가루를 주신게 냉장고에 있는데...때마침...
    선생님 덕분에 횡재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재료가 있어도, 뭘 모르면 꽝이고, 뭘 좀 알면 짱~ 됩니다.
    주말에 실행에 옮깁니다. 행복하세요~

  • 13. 열무김치
    '08.9.19 7:24 PM

    한국에서 떠나 사는 사람으로선 우거지,시래기가 너무 그립습니다 ㅜ..ㅜ 정말 먹고 싶어요

  • 14. 비너스
    '08.9.19 10:52 PM

    저두 한번 해봐야겠네요...
    먹고 싶어지네요~

  • 15. 이규원
    '08.9.19 11:29 PM

    친정엄마가 해 준 그 맛이 저 사진에서 살아나는듯 합니다.
    엄마가 안 계셔서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더 안타깝답니다.
    제가 하면 왜 그 맛이 안 날까요???

  • 16. 맨날낼부터다요트
    '08.9.20 12:11 AM

    아우...속이 쓰려요.
    이 밤에 여긴 왜 자꾸 들어와 이 고생을 사서 한답니까 저는...ㅠㅜ

  • 17. 니양
    '08.9.20 1:30 AM

    으..이거 정말 밥도둑이죠. 맛있겠어요. 먹고싶어라

  • 18. 첼로
    '08.9.20 1:38 AM

    저도 이 음식 좋아해요... 내일 당장 해먹어야겠어요...

  • 19. 그린비
    '08.9.20 2:48 AM

    정말 정말 군침 돌아요. 흑흑... 맛있어보여요. 아웅~~

  • 20. annabell
    '08.9.20 3:53 AM

    외국은 김치가 귀해서 이런거 해먹을려면 손이 떨려요.
    그래도 한번 해먹어 보고 싶어지네요.
    어떤 맛일까 뭐 그런 이유로.

    김치냉장고,,,저도 가지고 싶은데 쉬핑하면
    넘 비싸서,,,,못사고 있네요.

    나이들수록 선생님 말처럼 한국사람은 이런음식을 먹어줘야해요.ㅎㅎ

  • 21. 짱아
    '08.9.20 1:29 PM

    군침 이..............
    입맛이 돌아오는것같아요
    먹고싶당*^___^*

  • 22. 강한주부
    '08.9.20 4:05 PM

    정말로 군침도네요. 밥 두 그릇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23. 우면동미씨
    '08.9.20 4:40 PM

    저도 나이는 어리지만^^ 무지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꼭 묵은지 김치를 우려내야 지대로죠~~
    친정에서 엄마가 해 주셨던 음식은 언제나 생각나고 언젠간 해 먹죠~
    저희 집은 김치를 우려서 된장과 포도씨유,국멸치를 조물주물 무쳤다가
    물 자작하게 붓고 김치가 흐물거릴때까지 끓여서 먹죠~
    (기름을 넣으면 빨리 흐물거려지는 것 같아요)
    저번에 돼지고기를 넣고도 했는데~~ 멸치국물만 못하더라구요~
    얼려 논 묵은지 있는데 한번 해먹어야겠어요~~

  • 24. 혀늬맘
    '08.9.20 5:40 PM

    김냉서 자고있는 김치 깨워서 함 해봐야겠어요^^
    넘 맛나보입니다^^

  • 25. 모야
    '08.9.21 7:40 PM

    뚝배기 디자인이 특이하네요~^^

    워디껀감요?...사알짝 작게 갈쳐주셔용~~~^^

  • 26. 푸른~
    '08.9.23 12:32 AM

    좋은거 알게 되네요...
    비장의 무기가 날콩가루라고라....
    알겠슴다..

  • 27. 배낭여행
    '08.9.23 9:55 AM

    새삼,,,
    엣 추억이 떠 올라요
    맛나게 먹었던 그음식들

    지금 재현해서 먹음,,,맛이 전에 먹었던 그맛이 아니죠!!
    그건,,,음식+그시절 추억도 담겨 있어서,,ㅎㅎ
    그리워요
    지난 시간들이요

  • 28. 뷰티맘
    '08.9.23 2:44 PM

    아~~~우거지 찌개 정말 먹고 싶어요..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많이 해주셨었는데...
    전, 아무리 해도 그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안나네요,,,
    진짜 그시절이 그리워집니다^^

  • 29. 마리아
    '08.9.25 9:15 PM

    김치 냉장고에도 너무 오래 넣어 뒀더니 군내나서 어쩌나 했는데,
    너무 잘 되었네요.
    저도 해 볼랍니다.ㅋㅋ
    고마워요~

  • 30. 그린비
    '08.9.25 10:01 PM

    꺄아~~ 정말...... 소담하면서도 따뜻한 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요리입니다.
    극찬드려요~~ ㅜㅜ

  • 31. 키위주스
    '08.10.15 7:04 PM

    복사해 갑니당~! 저도 우거지 대따 좋아하는 뎁..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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