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어머니 안계시는 동안 외식만 하자"고 해서 그랬는지,
kimys, "언제, 우리 시래기나 한번 해먹지!" 하는 거에요.
아마도, 외식만 하자 소리 안했더라면, "시래기 먹고 싶은데..." 이랬을 텐데...
시래기 지짐이야 저도 좋아하는 것이라 당장 꺼냈습니다.
마침 집에 말린 무우청, 비닐포장에 얌전하게 담아 파는 것이 하나 있었거든요.
불려서 껍질을 벗겨야하는 지 아닌지, 포장지를 살펴보니,
껍질은 벗기지 않아도 된다며,
'하루 저녁 물에 불렸다가 3시간 정도 삶은 후 찬물에 담갔다가 조리하라'고 상세하게 설명해놓은거에요.
그동안 다른 건 다 엇비슷하게 손질했는데, 삶는 시간은 그동안 너무 짧게 줬었나봐요. 3시간씩 안삶았거든요.
설명서 대로 불린 결과 오늘 아침에서야 비로소 시래기 손질이 끝났습니다.
불려놓고 보니 너무 많아서 한번 먹을 것만 놔두고, 나머지는 세덩어리로 갈라서 냉동했습니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식객'에서,
'기다림의 행복'이라는 주제가 던져지자,
그 주제에 맞는 재료로 전복을 택해, 갖가지 음식을 내놓아 호평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복은 5년동안 키워야 비로소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하네요.
전복처럼 길지는 않아도, 시래기 손질하는 것 역시 기다림의 행복이 있습니다.
이틀 이상 손질해서 불린 시래기를 송송 썰고, 쇠고기도 잘게 썰고,
쇠고기와 시래기에 된장과 참기름을 조물조물해서 잠시 간이 배도록 두었다가,
물 혹은 육수를 붓고 푹 끓이는 시래기 지짐,
진정한 밥도둑입니다. 평소 공기에 반 남짓 담아 먹던 밥을 오늘은 거의 주발로 하나 정도 먹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밥이 술술 잘 넘어가는 지..
간장게장보고 밥도둑이라고들 하지만, 짜지않게 지져낸 시래기지짐이야 말로 먹어도먹어도 물리지 않는,
진정한 밥도둑입니다.
시래기 잔뜩 불려놓은 김에...
붕어찜도 한번 해먹고, 감자탕도 한번 해먹고, 상상만으로도 흐뭇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