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라는 것이....
꼭 기간을 길게 잡아,
짐을 잔뜩 꾸려 외국으로 떠난다거나,
일정이 빡빡하게 명승지를 주유(周遊)하며,
호화스런 시설에서 먹고 자는 것만이 제 맛은 아닌듯 합니다.
단 하루라 해도,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곳에서 그냥 편안하게 푹 쉬다 오는 것...
정말 달콤한 여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여행이 딱 그랬습니다.
춘천 부근의 휴양림을 향하는 길,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을 잃었었습니다.
내 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이것도 축복입니다.



가는 길에...
'20년 전통'이라는 문구와 식당앞 마당을 메운 차들에 이끌려 들어갔던 막국수집.
역시 차가 많은 식당에 들어가야합니다, 맛이 보장되거든요.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간이 딱 좋았습니다.
우리가 먹은 건 닭갈비와 감자전, 쟁반막국수.
닭갈비 1인분에 8천원씩인데, 2인분,
감자전은 3천원, 쟁반막국수는 1만원...성인여자 3명과 7살짜리 꼬마숙녀, 이렇게 넷이 실컷 먹었어요.

우리 집 앞에서 10시에 출발, 점심까지 사먹고 들어갔는데도, 도착해보니 오후 2시쯤.
바로 산림욕장으로 올라가서, 두어시간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공기도 좋고, 하늘도 좋고, 나무도 좋고, 바람도 좋고, 물도 좋고..뭐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게다가...같이 있는 사람까지 좋았으니...뭐, 말 할 나위 없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데크에서 바라본 풍경...
마음 같아서는 한 일주일만이라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이곳에서 쉬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언제든, 세상과 단절되고 싶을 때 이곳으로 숨어들어야지 하는...공상도 해보았습니다.

몇시간 숲속에서 놀다가,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쇠고기를 어디서 사는 것이 좋으냐고 하니까,
화천까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휴양림에서 나와서 20분쯤 걸려 화천으로 갔습니다.
화천가는 길은 또 왜 그리 아기자기 예쁜지...^^
화천에도 브랜드 한우가 있었습니다. 하이록!!
화천의 하나로에 갔더니, 1등급은 없고, 2등급 등심만 있어서 사왔는데..
결론적으로...꼭 등급이 좋고 값이 비싸야 맛있는 건 아니네요.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착하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았어요.

불을 잘 못 피워서..날이 어두워지는 가운데...쇠고기를 요렇게 구웠습니다.

제가 준비해간 부추전도 부치고..

홍제동 후배가 준비해온 채소들도 펴놓고..
정말, 맛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배들과 제가 처음 만난건 지난 1991년.
회사를 같이 다닌 건 9년 밖에 안되지만, 그후로도 이렇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젠...같이만 있어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그래서 고맙고 또 고마운, 소중한 인연입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종종 갖기로,
또 20년 가까이 이어온 이 만남, 앞으로 30년 40년 유지하기로,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서로 마음으로 다짐에 다짐을 하였답니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비 오는 산은 또 왜 그리 예쁜지...산이며 바람이며 비가 너무 아까워서,
아침 먹기 전에 한번 산책로 산책(거의 등산 수준 입니다..),
밥 먹고 또 한번 산책...그리고 1시에 체크아웃 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점심은 조안의 한 두부집에서 먹었습니다.
비빔밥, 콩탕, 순두부!
저는 콩탕을 먹었는데..비지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것이 아주 술술 잘 넘어갔습니다.
저...강원도가 너무 좋아요...
여건만 허락만한다면 서울 살림 다 정리하고, kimys랑 강원도 어디께로 가서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