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계획없이 나선 길이었지만 막상 강원도 땅을 밟으니,
대관령 양떼 목장도 가보고 싶고, TV에서 보았던 정선의 레일바이크도 타고 싶고, 동강을 따라서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점점 늘어나는 마당에,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비는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아침 8시반부터, 상원사 월정사, 자생식물원, 방아다리약수, 이효석생가에 허브나라까지 돌고나니,
춥고 힘들고...
솔직히, '비도 오고 하는데 이만 서울로 가자!'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꾹 눌렀습니다.
겨우 1박2일이냐 싶어서요.
행선지를 모두 제게 일임한 kimys는 맘대로 하라고 해서, 해서 내친 김에 강원랜드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게 실수였죠.
강원랜드에 가려고 했던 건...뭐 슬롯머신이라도 한판 돌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리조트가 좋다고 하니까, 하룻밤 쉬고, 다음날 비가 개이면 바이크나 타고 올라오지 했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봉평에서 강원랜드가 저는 그저 서울 은평구에서 경기도 일산시 정도 가는 걸로 생각했는데,
코스 선택을 잘못 했던 건지,
표시판에는 106㎞라고 되어있었는데 거의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모르는 길을 오래 운전하다보니까, 약간 짜증도 나고..(그런데 제가 낼 일이 아니죠, 제가 선택한건데..ㅠㅠ)
막상 강원랜드에 도착해보니, 금요일이라서 그랬는지, 차 한대 댈 곳이 없는 거에요.
주차를 못시켰기 때문에 전화로 숙소를 알아보니, 제일 싼 곳이 무슨 콘도인데 하룻밤에 13만원이라고 하고..
게다가...강원랜드 및 그 일대의 분위기가 아주 생경했습니다.
뭐랄까..사람들이나 자동차나 건물들이나 모두 들떠 있다고나 할까요? 제 선입견인지도 몰라요.
아무튼, 지난 1박2일동안 보아온, 제 맘에 쏙 든 강원도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여보, 그냥 서울로 가자!", 아까부터 하고 싶던 말을 했습니다.
"여기 분위기 좀 그렇다, 밤 늦게라도 서울로 가자"
kimys는 "그러지 말고, 다른 곳으로 나가서 하루 더 자고 내일 가자!" 하는거에요.
강원랜드에서는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영월로 갔습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비빔밥과 황태국, 낮에는 찰옥수수며, 황기찐빵 먹느라 때를 놓치고,
영월에 가서 민물매운탕을 먹기로 하였는데..(분명 동강에서도 좋은 민물고기가 잡힐 것이다 하는 생각에..)
영월에서 먹은 민물매운탕은 사진도 없지만, 실패였어요.


영월에서는 늦게까지 자고 천천히 움직이기로 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영월 시내의 모텔은 거의 호텔수준으로 꽤 쾌적했습니다.
아침에는 고씨동굴로 가서 올갱이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고씨동굴 매표소로 가니까, 그때 시간이 낮 12시인데, 입장은 1시15분에나 가능하다는 거에요.
동굴이 좁아서 인원 제한이 있다고..
일단 매표를 하고는, 동강을 건너서 단양으로 넘어갔어요, 구인사에 가려구요.
예전에 구인사에 가본 적 있다는 kimys는, "거기는 절이 무슨 빌딩같아!"하는 걸, 전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가보니까..정말 한번도 본적 없는 절 분위기!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왔다갔다하면서 다시 고씨동굴로 돌아왔어요.
고씨동굴에 들어가보니, 바로 발밑으로 물이 콸콸 흐르는데, 이런 진풍경은 처음 이었습니다.
고씨동굴에서 나와서, 이젠 뭘할까? 서울로 갈까? 아니면 다시 진부나 정선으로 가자고 할까?
정선으로 다시 가자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싶었는데 kimys가 먼저,"여기는 어디 한우촌 없나?" 하는거에요.
"우리 마누라, 어제 한우 고기 앞에서 입이 헤벌쭉해지는 거 보니까, 한번 더 먹어야할 것 같은데..."
하더니, 여기저기 물어서 주천이라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네이게이션도 없이, 경찰지구대에 들러서 위치를 알아내 찾아간 주천 한우촌입니다.
여기가 평창보다 더 규모는 컸던 것 같아요.
정육점도 여럿이고, 식당도 여럿이고..


그런데 고기값이 100g 당 500원씩 비쌌고,
구워먹는 삯이 2천5백원으로 같았지만, 양파도 한조각 안주고, 버섯도 한조각 안주고...평창만 못했습니다.
게다가...
1+등심이, 평창의 고기는 처음에 씹으면 약간 질긴듯한데,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데,
여기 영월고기는 평창고기보다 연하기는 한데, 고소한 맛은 덜했습니다.
고기를 너무 잘 먹으니까, kimys가 웃으면서,
"근처 한우마을 하나 더 찾아서 하루 더 자고, 내일 한번 더 먹고 올라가자!" 하는 거에요.
뭐..그럴 수 있나요..
주천에서 먹고 중앙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서 신림IC를 찾아가는 길에,
TV에서 보던 황둔찐빵 마을이 나오는 거에요.

찐빵 사가지고,
올림픽 야구 라디오로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돌아왔어요.
이번 여행에서 아쉬웠던 건, 쇼핑을 못했다는 거...
재작년 가을 백암온천 가다가 들른 봉화 유기장에서 유기를 사서, 돌아오는 길이 무척 흐뭇했는데,
이번에는 그저 둥글레차, 말린 취나물, 찐빵, 그리고 쇠고기가 고작!
그래도 나가보니까 너무 좋아서,
앞으로는 1박2일이라도 괜찮으니까 자주 여행을 하자고,kimys와 다짐에 또 다짐을 했습니다.
당장 가을에 단풍 구경가자고...그전에 네이게이션부터 사구요..^^;;
이렇게 해서 2박3일 여행기 끝입니다. 재미도 없는데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