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소설로도 읽고, 영화로도 보면서..제일 갖고 싶었던 것이 고래힘줄로 만든 코르셋이었습니다.
침대의 기둥을 잡고 숨을 꼭 참으면 뚱뚱한 흑인유모가 꽉 매주던..그 코르셋...
그거 하나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랬던 탓에 예전에는
한여름에도, 더워서 스타킹을 신지않고 맨다리로는 다녀도 코르셋만큼은 죽어라 입고 다녔습니다.
그것도 넙적한 철사가 여기저기 들어있는,
입고 벗기 너무 힘들고, 밥을 조금만 먹으면 금방 헉헉 대야하는...
삼복염천에 조차도 그 코르셋을 꼭 입지않으면 마치 속치마만 입고 정작 거죽옷은 입지않은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이었는지는 모르지만...30대 초반, 중반까지만 해도...살 걱정은 그리 하지 않고 살았었습니다.
'무인도에 갈 때 가지고 갈 세가지를 써보세요'
이런 질문에 답을 쓸 때면 코르셋을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그렇게 제게도 코르셋을 사랑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살 두살 나이를 먹으면서,
뭔가 몸을 옥죄는 것이 싫어서...코르셋이며 올인원 속옷 서랍에 잔뜩 넣어두고도 쳐다보지를 않았습니다.

그랬는데...문득...이러면 안되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지난 가을부터 5개월 동안 체중을 좀 뺐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시면서..1㎏? 1.5㎏? 살이 도로 쪘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때문에 매일 눈물로 지새고, 너무 우울해하니까..
저를 좀 달래보겠다고 kimys며, 아이들이며 들어올 때마다 초콜렛을 사다주며,
"우는 것보다는 살 찌는 게 나아요" "좋아하는 초콜렛 먹고 울지 마" 뭐, 이러는 통에...^^ 진짜 초콜렛을 먹는 동안 안울었어요.
아몬드가 들어있는 허시 초콜렛이며, 키세스 초콜렛이며...한동안 끊었던 초콜렛에 다시 손을 댔습니다. 어흑.
초콜렛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울다울다 지쳐서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더 이상 울지않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는데,
문제는 그 초콜렛 살
초콜렛 먹고 찐 살이 모두 배로 몰려든은 거죠. 얼굴살이나 탱탱해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한동안 꺼내입지 않던 코르셋들을 꺼내입어봤는데..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거에요.
작기도 하지만 아직 몸에 맞는 것도 입으니까 숨을 쉴 수 없고 너무 답답한 거에요.
그러다가 새로운 걸 발견했어요.
러닝셔츠처럼 생긴 브래지어인데 러닝셔츠는 아니고, 올인원처럼 생겼는데 올인원은 아닌거...뭔 말인지 아시죠?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서 입어보니까..생각보다 괜찮은 거에요. 어깨끈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몸을 쨍쨍하게 받쳐주기도 하고.

오늘 저녁에 부추에 청량고추와 홍고추 깻잎을 좀 넣고 부추부침개를 아주 얇게, 거의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부쳤습니다.
그거 한장을 혼자 다 먹고, 밥은 반그릇도 채 안되게 먹었는데...지금...숨도 못쉴 정도로 배가 부른 거에요.
'갑자기 왜 이러지?'하고 생각해보니...
아, 이 속옷 때문인 것 같아요. 철사같은 것이 배를 눌러주니까...포만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이에요..앗싸...
배만 조금 눌러주면...하는 바램이었는데..뜻밖에도 포만감까지 주다니...
혹시..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옷은 얇아지고, 겨우내 찐 살이 드러나 걱정이시라면...속옷 서랍을 한번 뒤져보세요.
분명히 이런류의 속옷들이 한벌쯤은 있을거에요. 코르셋이든, 올인원이든, 롱브래지어이든...
살을 빼기 위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식사량을 줄이는 거라는데...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런 속옷들이 도움이 될거에요.
그렇다고 무작정 새로운 속옷을 사지는 마세요...적응에 시간이 상당히 필요합니다요...가격도... 부담되는 가격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