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희망수첩에 단호박크로켓을 쓰면서 멘보샤 이야기를 썼더니,
뜻밖에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주 반가웠었습니다.
그때 그 추억의 음식, 사춘기를 생각나게 해주는 그 추억의 음식을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다가,
김치냉장고안에서 울고있는 새우를 구제해줄 겸 튀김을 한번 하고 걸러둔 식용유도 써줄 겸 오늘 하게 됐습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며칠전 교보문고에서 요리책 코너를 샅샅이 뒤진 후 한권 건져온 중국요리 책이 있습니다.
그 책 덕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9년에 발간된 이향방선생님 책만 마르고 닳도록 보다가,
2년쯤 전 인터넷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중식당 쉐프의 책을 한권 샀는데, 실망 그 자체였어요.
음식의 역사와 상식에 관한 책을 온라인에서 골라 샀다가 실망해서, 책은 꼭 들쳐보고 사야지했다가 같은 실수를 반복,
더욱 아깝게 느껴졌던 책이죠.
적어도 요리책만큼은 꼭 오프매장에서 사야지 하고 있다가 며칠전 맘에 드는 한권을 발견했는데..볼수록 맘에 들어요.
이향방선생님 책에는 없는 요리들도 꽤 많고, 제가 가지고 있는 중국소스를 활용한 요리도 꽤 있고,
그리고 여기에 바로 그 멘보샤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그냥 새우토스트라고 했지만요.
그 책을 보니, 여전 가정실습때 했던 제 기억이 그리 틀리지는 않은 듯 했어요.
용기를 내어 오늘 시도해봤습니다.
책에는 새우를 다져서 생강즙 청주 녹말 달걀흰자 등을 넣어서 했고,
저는 새우살 다진 것에, 물기를 뺀 후 으깬 두부도 조금 넣었고, 마늘 소금 청주 후추 달걀흰자 등과 더불어 와사비도 조금 넣었어요.
와사비는 너무 조금 넣은 탓인지..별로 맛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어요.
오룡해삼 할 때 새우소와 거의 비슷하게 양념한 후 사등분한 식빵조각 사이에 끼워넣고 튀기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식빵이 너무 두꺼웠어요. 그리고 기름의 온도도 조금 높았던 것 같아요.
식빵에 기름이 배어들어 느끼한 편이었어요.
그렇게 대중적이지도 않은 멘보샤 같은 음식을 중학교 3년동안 몇년하지도 않는 가사실습에 왜 끼어넣었을까 궁금했는데..
오늘 궁금증이 풀렸어요.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튀기기 때문인지 기름이 튀질 않더만요. 아마도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선택했던 건 아닌지...
잠시 그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밥 반찬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구요, 맥주 안주나 간식으로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데..느끼한 편이라, 뭐 그리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아닙니다.
레시피가 필요한 분은 별로 계시지 않을 듯 해서..레시피는 생략합니다.
(혹시라도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살그머니 댓글 달아주세요.
요리책에 나오는 정식레시피는 옮겨드리지 못하지만 제가 만든 엉터리 멘보샤는 올려드릴 수도 있을 듯 하네요.)
p.s.
멘보샤 레시피입니다.
재료
식빵 8쪽, 새우살 250g, 두부 50g, 다진 마늘 1큰술, 청주 1큰술, 소금 후추 조금, 달걀흰자 ½개, 녹말가루 1~2큰술(농도에 따라 가감)
튀김용 식용유
만들기
1. 새우살은 굵게 다져요. 커터에 가는 것보다는 칼로 다지는 것이 식감이 좋습니다.
2. 두부는 물기를 빼서 으깨둡니다.
3. 새우살과 두부에 다진 마늘 청주 소금 후추를 넣어요. 달걀흰자를 넣고 휘저주다가 녹말가루를 넣고 농도를 맞춥니다.
4. 식빵은 가장자리의 단단한 부분을 잘라낸 후 4등분합니다.
5. 식빵의 한면에 새우소를 얹고 다시 식빵으로 덮어요.
6. 170℃로 달궈진 기름에 넣고 튀겨냅니다.
Tip!!
※ 새우소를 만들 때 달걀 흰자를 너무 많이 넣지마세요. 반죽이 너무 물러지면 녹말가루를 더 많이 넣어야하고..맛이 떨어집니다.
※ 두부는 안넣어도 됩니다.
※ 식빵 사이에 새우소를 넣은 후 다른 접착용 식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식빵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습니다.
※ 오븐에 구워보라는 조언에 따라 오븐에 구워봤더니, 튀긴 것과는 좀 맛이 달랐습니다. 이점도 참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