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의사선생님들께 들은 이야기로..
잘 치료해야할 환자, 너무 잘하려다가 오히려 잘못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방사선과 의사 하나는 검진센터를 운영하는데,
마침 은사가 오셨길래 건강진단을 해드리면서 대장검사를 하면 고통스러우실 것 같아서,
(이때가 벌써 15년전으로 아마 수면내시경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장내시경을 안봤는데..그만 이듬해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대요. 그 의사 두고두고 가슴아파했습니다.
아니,멀리 갈 것도 없이...
kimys, 아주 가까운 의사, 가끔 골프도 같이 치고 하는 의사선생님께 5년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그만 상처가 덧나서...
그 선생님, 저더러 그러시네요..VIP증후군이라고...잘 해야하는 수술, 가끔씩 이렇게 잘못된다며 쓴웃음을 지으시더라구요...
음식을 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평소에 멀쩡히 잘하는 음식도 특별한 손님이 오거나, 더 잘해야할 때...꼭 실패를 보곤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VIP증후군이겠죠??
내일....저...친정식구들 식사초대했습니다.
명목은 사랑하는 큰 조카가 군대에 갑니다. 대학 마치고, 며칠전 ROTC로 소위 임관했습니다.
일요일날 전남 광주로 훈련받으러 갑니다.
육군 대령으로 제대하신 우리 친정아버지, 너무 좋아하시고..
역시 같은 대학 동문인 우리 오빠도 ROTC로 중윈가로 제대해, 자기 아들이 벌써 소위가 됐다고 기분이 묘한 모양입니다.
장교니까..사병보다야 더 자주 집에 올 것이고..군대가는 것도 아니지만...
며칠전, "형민아, 군대가기 전 고모가 형민이랑 밥을 한번 같이 먹고 싶은데, 맛있거 사줄까? 아님 직접해줄까?" 했더니,
냉큼 " 해주세요!!!"하는 거에요.
녀석, 항상 제 요리 솜씨를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먹어본 기억이 없다나요??
할아버지나 할머니 생신에 포트럭할때 꼬박꼬박 음식해서 들고갔지만..그건 안쳐주나봐요.
그래서 바로 날 잡았습니다. 토요일(4일) 오후 5시..이른 저녁으로..
초대를 해놓고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도...친정친구 초대했던 기억이 나질 않아요.
아마도...한 10년전쯤 남동생이 박사학위 받았을 때 초대해서 같이 밥먹고는 처음인 것 같아요.
참....너무 무심한...
작년에 친정어머니랑 아버지.."니가 해주는 밥 한번 먹고 싶다"고 하셔서, 시어머니께서 따님네 가신 동안 약속을 잡았는데,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시는 바람에 무산됐었어요.
그게 맘에 걸렸는데..드디어 이번 봄방학(?)에 하게 됐어요.
메뉴는...갈비찜, 전복냉채, 해삼탕, 찹쌀탕수육, 파스타샐러드, 녹두전..이렇게 잘 할 수 있는 걸로만 골랐습니다.
어제..갈비 사다가 핏물을 빼고, 아침에 재웠습니다. 아침에 양념장에 재면서...자꾸 눈앞이 흐려져서...
백수를 누릴 줄 알았던 저희 친정아버지 자꾸 건강이 좋질 않으십니다.
지난 3~4년동안 뇌졸중에 폐렴, 백내장, 전립선암에 이어..최근에는 성대에 부분마비가 일어나서 말씀을 잘못하십니다.
얼마나 사실 수 있을지..., 오래오래 사셔야 할텐데...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누르면서 갈비를 재웠더니...간을 잘 모르겠어요, 짠 건지, 싱거운 지...
음식이 맛없게 될까봐..형민이 생각...
먹성 좋던 녀석과의 햄버거집 사건, 베이컨 사건, 용인 자연농원사건(그때 에버랜드가 아니었어요..) 등등..
형민이 생각만 하려고 하는데..자꾸 아버지 어머니께로만 갑니다.
우리 아버지 남은 여생에..제가 몇번이나 손수 지은 따끈한 밥 한그릇 해드릴 지...
참..딸이라는게..별 쓸모가 없나봐요...우리 아버지 어머니 저 낳고 키우실 때 참 힘드셨을 텐데...
조카는 핑계고, 아버지 어머니 잘 대접하고 싶어서...해삼이며 살아있는 전복이랑 준비했어요..
잘 해드리려구요..
맛있게 잘 해드려구 하는데..VIP증후군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걱정입니다...
몇줄 쓰면서....울음보가 터져서..쓰다가 울다가, 쓰다가 울다가....참 어렵게 마침표를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