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저 자랄 때...저희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샌드위치는...
속에 달걀 햄 오이를 끼운 것 이었습니다. 간혹 치즈를 구하시면 달걀 대신 치즈도 끼워주시고...
달걀은 노른자를 깨뜨려서 얄팍하게 부치시고,
오이는 빵의 길이만큼 길고 얇게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빼놓으시고,
햄은 팬에 지져 놓으시고..
그리곤 빵의 한면에 마요네즈나 버터를 바른 다음 달걀 얹고, 빵 얹고, 그위에 오이 얹고 빵 얹고, 또 햄 얹고 빵 얹고...
이걸 촉촉한 행주에 싸서 꽉 누른 후 식빵의 가장자리 단단한 부분을 떼어낸 후 예쁘게 썰어주시곤 했죠.
빵이 무려 네쪽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지만..오빠랑 동생과 서로 경쟁하듯..그걸 다 먹었었습니다.
이렇게 삼색샌드위치는 좀 특별한 경우의 샌드위치였고..보통은 잼이나 땅콩버터를 발라주시곤 했어요.
제가 고3 때에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는 해도, 그걸로는 모자라니까 늘 저녁 때에 먹을 샌드위치를 싸주셨어요.
온가족 아침 해먹이면서 세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에,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야 하니까 삼색샌드위치는 못만들어주시고,
'양키물건 장수'에게서 어렵사리 구한 오렌지마말레이드나 집에서 손수 만드신 딸기잼 같은 걸 발라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어요.
당시 지금처럼 모든 소비재가 풍족하지 않은 때라...
친정어머니는 물건을 싸가지고 온 비닐을 진 것 마른 것 가려내어, 진 것은 쓰레기 담을 때 쓰시고,
마른 것은 잘 개켜뒀다가 음식을 싸신다든가 다른 물건 넣어두시는 등 요긴하게 재활용하시곤 했어요.
제가 학교에 가지고 가는 샌드위치도 깨끗한 비닐 골라서 담아주셨어요. 도시락통에 담으면 부피가 커서 가방에 다 안들어간다고..
당시 어떤 친구들은 결코 흔치 않았던 알미늄호일에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와서 먹고나서는 알미늄호일을 꿍꿍 뭉쳐서 휙 버리곤 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알미늄 호일이 부러웠는 지 모르겠어요.
쓰던 비닐에 싸온 샌드위치가 부끄러워서, 학교 안에 있는 노천극장에 나가서 먹거나 아니면 책상밑에서 껍질을 벗겨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별게 다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엄마의 정성은 안중에도 없고 그까짓 포장재가 부끄러웠다니...
허긴 그때 제 나이 열일곱 열여덟...30년도 더 전이니까...철이 없을 만도 하네요...
암튼 친정어머니는 샌드위치를 하나 만드셔도 정성껏 조신하게 만드셨던 것 같은데..전 이렇게 엉성하게 만듭니다.
빵은 딱 두쪽...빵을 여러쪽 하면 칼로리 높다고... 속재료도 되는 대로 이렇게 쌓습니다.
식빵의 가장자리도 안 잘라냅니다. 잘라낸 가장자리 처치곤란이라서...
오늘 아침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구운 식빵 사이에 양상치, 달걀, 치즈, 햄, 말린 토마토 차례 대로 쌓고 잘 누르지도 않고 대충 반으로 갈라서 접시에 담고보니..
예전 저희 친정어머니의 얌전하던 솜씨가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아마 이 샌드위치 보면..혀를 끌끌 차실 지도 모르겠어요..얌전치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