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손님상 차리려고 장 보러 갔었습니다.
요샌 머리가 확 굳어버렸는지...무슨 날이면 뭘 상에 올려야할 지 모르겠고...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요.
아무래도 지난 여름 이후 책 2권을 연달아 작업해서, 머리속이 비어버렸나봐요.
뭘 채워넣을 시간이 없었으니 당연하죠. 작년 1년동안 책 한 2권이나 읽었으려나...부끄부끄...
암튼, '점심 초대니까 가볍게 하지 뭐',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나니 좀 낫더이다.
머리쓰지 않고, 손이 알아서 해줄 수 있을 만큼, 아주 익숙한 것들로 메뉴를 정하면서, 전만큼은 꼭 이걸 부쳐야지 하던 걸 샀습니다.
살만 발라놓은 냉동 민어~.
어려서 아주 특별한 날 어머니는 동태나 대구 대신 민어를 부치셨어요.
동태나 대구처럼 퍼석퍼석하지 않고 입에서 녹는 듯 맛있었던 민어전.
언젠가 민어전이 너무 그리워서,생선가게에서 포 좀 떠달라고 하니까...절 어디 아픈 사람 보듯 하더이다. "누가 이 비싼 민어로 전을 부쳐요? 매운탕이나 끓여드세요..." 이러는 거 있죠.
그러던 참에 얼마전 살만 발라놓은 민어를 보고 찜해뒀었습니다. 드뎌 오늘 한 팩 집어든거죠.
전 순살민어라 하길래, 껍질도 없는 줄 알고, 그냥 얇게 저미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껍질을 벗겨내야하네요.
첨엔 생선을 녹인 다음 포 뜨려니 만만치 않아서 꽁꽁 언 걸 꺼내서 떴어요. 동태포 뜨는 아주머니 들 꽁꽁 언 거 뜨잖아요.
소금 후추 뿌려서 밑간했다가 전을 붙였는데....역시 동태나 대구보다는 맛있어서 부치면서 여러쪽 집어 먹었어요.
그래도 옛날의 그 민어전 맛은 아니네요.
일단 옛날 민어야 생물이었을 테고, 오늘 산 것 같이 작은 것도 아니었을 테고, 달걀도 옛날 달걀이 훨씬더 고소했을 테고...
세상이 변했고, 내 입맛도 변했을 테니까..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p.s.
대문의 팝업창 보셨죠? 31일부터 2월2일까지 서버 증설 작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증설작업이 끝나고 나고도 서버가 안정될때까지는 또 며칠 소요됩니다.
지난 2004년 1월 기억나시죠? 서버 옮기고 글 날라가고 더 접속안되고...서버가 불안정해서 그랬던 거래요.
아예 서버가 안정될 때까지 약 1주일 정도 문을 닫아 버리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2~3일만 닫았다가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문을 여는 게 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