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도 넘어서 물 마시러 주방쪽으로 나갔다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지난 번 강화갔다가 2천원씩 주고 두덩이 사놓은 늙은 호박중 한덩이를 난짝 들고와, 난도질을 시작했어요.
뭐, 어머니 성당가시기 전에 아침식사로 드시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한거긴 한데...하려면 좀 일찍이나 하든지 한밤중에...
그래도 호박이 워낙 작은거라..손질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근데 호박이 참 좋네요. 속살 색깔이 어쩌면 그리 이쁜지...물도 많은 것 같고...
한덩어리에서 한 1/8 정도 남겨뒀어요. 늙은 호박전 부치려구요....
호박을 손질하면서는 계획은 슬로쿠커에 넣어두고 자는 거 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경우 자다말고 일어나서 쌀가루를 넣어야하는 불상사가...
하여, 두번에 걸쳐 압력솥에 삶았습니다. 금방 아주 자알 삶아지네요...주걱으로 만지기만 해도 으깨질 정도...
삶은 호박에 물 조금 더 붓고 쌀가루와 황설탕을 부어두고 잤어요.
물론 아침에 일어나보니, 호박죽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슬로 쿠커에 호박죽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냄비에다 대고 손으로 쑤는 것 만큼 색이 곱게 되지는 않는 것같아요..
뭐랄까..색이 좀 검어지는 것 같아요.
맛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농도를 맘에 꼭 들게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구요.
냄비에 넣고 쑤다보면 쌀가루를 더 넣기도 하고..설탕을 더 넣기도 하는 등 맛을 조절할 수 있는데...슬로 쿠커로는 그게 좀...
물론 나중에 수정하기는 하지만...

남겨뒀던 호박은 가는 채칼로 밀어 소금 밀가루를 섞어서 저녁에 전 부쳤습니다.
재작년이든가, 늙은 호박을 삶아 으깬 다음 찹쌀가루를 넣고 반죽을 만들어 부치다가 그만 뒤집지 못해서 난감해하던...
그 때의 실패담이 생각나서 실실 웃어가며 부쳤어요.
다른 전들에 비해 나른하긴 하지만, 그래도 못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가는채가 익어가면서 마치 갈아서 반죽을 한듯, 엉겨주네요.
부쳐놓고 나서 맛을 보니...찹쌀가루를 넣었던 것보다 맛이 못하네요...
그때 뒤집지 못해서 그랬지 맛은 참 좋았는데...오늘 건 단맛이 약간 부족하고, 약간 쌉싸름한 맛이 돈다고 할까...
여기에다가도 설탕을 넣어야 하는 건지...
성공이에요, 성공...이렇게 호들갑을 떨 수 있을 만큼 맛이 완벽했다면 자세한 레시피 올리려고 했는데...
제 입에 뭔가 부족한 맛이라..재료분량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