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 곳이 있어서 찍어놓은 페스튜리 사진을 보니~, 불현듯 울 오빠 생각이 납니다, 저랑 딱 18개월 차이인 우리 오빠.
저 고3때, 당시 신입생이던 오빠, 명동에서 생맥주라도 한 잔 하고 들어올라치면, 그때 막 생긴 페스튜리전문점에서 페스튜리 딱 2개 사가지고 가슴에 품고 들어와 엄마도, 동생도 안주고, 저만 줬었죠. 저번에 '오빠부부 벗겨먹기'편에서 한번 쓴 적 있죠?
오빠 스스로 말하길 , 동생이자 누나이며, 친구이자 애인같았다고 했는데...그래도 어렸을 땐 많이 싸웠어요. 말로는 저를 어쩌지 못하니까 꼭 주먹을 날렸고, 주먹이 제 몸에 닿기를 기다렸다는 듯 대성통곡을 해대서, 오빠를 꼭 야단맞게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 스스로 매를 벌었던 것 같아요...제가 오빠라도 안 때려줄 수 없는...
초등학교 1학년땐가, 2학년땐가...국방대학원에 다니시던 아버지의 당번병이 우리 남매 한상에 앉혀놓고 공부를 봐줬어요.
오빠의 산수 진도는 구구단. 당번아저씨가 구구단을 시켰는데...오빠는 그만 버벅대고 말았습니다. 그때 다른 공부를 하는 척하면서 오빠가 막힌 그 단을 술술 외웠던 저...맞아도 싸죠??
오빠랑 같이 엄마가 절대로 못가게 하는 만화가게에 가서 불량식품 사먹어가며 만화를 보다가 저만 먼저 오빠 버려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숙제하는 척 했습니다. 잠시후 엄마는 당연히 오빠를 찾으러 만화가게에 가시고...
엄마에게 붙잡혀온 오빠, 엄마에게 엄청 혼나는 걸 곁눈질하면서, 마치 만화가게가 어디에 붙어있는 지도 모른다는 듯 숙제를 하고 있는 여동생...얼마나 미웠을까요?
그래도 오빠는 같이 봤다고 엄마에게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둘이 싸우다가 엄마에게 회초리로 맞을 때도,
전 일단 엄마가 매를 들기만 하면, 펑펑 울면서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께요"하며 매를 피했는데,
오빤, 매를 안 피하고 맞았어요. 나중에 엄마가 그러시대요, 차라리 저처럼 매를 피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맞더라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엄마는 아버지를 따라서 대구로 내려가시고, 오빠랑 저는 외할머니댁에 살았는데...
오빠가 너무너무 간섭을 하는거에요..자기가 아버지라도 되는 양 보호자 행세를 하고...
그래서 덤볐는데...오빠가 한대 때리대요. 분한 마음에 엄마에게 편지를 썼죠.
편지에 더욱 극적 효과를 내려고 눈물 한방울 일부러 짜서 편지지에 떨어뜨려 볼펜 얼룩지도록 해서요.
엄마 당장 올라오셨습니다. 오빠 혼내러...
어디 이것 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전 제가 잘못한 걸 몰랐어요. 그냥 오빠가 때렸다고만 생각했는데...
몇년전부터 문득문득 어렸을 때 생각이 날 때마다 '맞아도 싸다', '나라도 때렸다' 싶은 것이 오빠에게 너무 미안한거에요.
너무 늦게 철이 들었죠?
우리 오빠가 올해 쉰이래요...글쎄... 제 눈에는 아직도 만화 본다고 혼나던 초등학생, 무협지 본다고 혼나던 중학생 같은데...
우리 오빠...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도루묵 좋아한대요...엄마가 그러시네요.... 전 오빠가 뭘 좋아하는 지도 몰라요.
냉동고 안에는 꾸덕꾸덕 말려둔 도루묵이 있고, 해마다 "오빠도 한마리 줄께"해놓고 부도수표만 남발한 참게장도 맛이 들었고...
주말에 예전에 얄밉게 군 거 속죄하는 맘으로 오빠네 가볼까봐요, 저희 집에서 5분거리인데도,무슨 날이 아니면 가는 법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