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원래...음식을 잘하지는 못해도, 누군가를 초대해서 제 손으로 밥 해먹이는 거...참 좋아합니다.
특히 잘 지내고픈 사람들, 식당밥 같이 먹는 것보다,
제 집으로 초대, 사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따끈한 밥 한그릇 같이 나누면, 금세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죠.
창간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을 때 입니다.
회사 사정 때문에 기자 전원을 경력자로 스카우트 하지 못하고, 일부만 다른 잡지사에서 스카우트하고, 잡지 경험 전혀없는 신문사 후배와 주간지 기자 출신 후배들로 충원하게 됐습니다.
서로 판이한 경력을 지닌 기자들이 한배에 타게 된거죠. 이 후배들이 모두 출근한 첫 날, 그날 저녁 저희집에서 먹었습니다.
그 잡지 창간해놓고, 주부지 편집장으로 가게 돼서도 첫달 마감해놓고, 저희 집에서 밥먹었습니다.
후배들 모두 놀라더군요, 같이 퇴근해 들어와서 밥상을 차려주는 것도 그렇지만, 자기네 부장이 손수 해준 밥을 먹는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저희 집에서 밥을 먹고 나면, 조직 장악이 한결 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크든 작든 어떤 조직에서 보스로서 장악력을 가지려면 힘으로 밀어부치거나 권위로 누를 수도 있겠지만, 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솔직하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편입니다.
그러면 조직이 훨씬 더 민주적으로, 자율적으로 잘 돌아가요.
제 경우, 제가 차린 밥상 덕분에 한결 가까워진 후배들이 손발 걷어부치고 도와줘 잘 모르는 일 배워가며 실수없이 할 수 있었죠.
그랬는데... 예전에는 손님을 불러서 같이 밥 한끼 먹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일하면서 밥해먹기'와 '칭찬받은 쉬운 요리'이후 참 고민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요리책의 저자라는 사람이 식사대접할 일이 있을 때마다 식당에서 만나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으로 청했다가 음식이 손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망신을 어이할꼬 걱정스럽기도 하고...
낼 모레 금요일, kimys의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뭐, 식당에서 할 수도 있는 저녁모임이지만 식당 밥보다는 제손으로 정성껏 지은 밥 한그릇이 낫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네요. 잘 해야하기 때문에, 맛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겨우 메뉴라고는 김치, 순무김치, 메사니국, 참게장....겨우 이렇게 써놓고는 이리 맥놓고 앉아있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요리책의 저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그럼 좀 실수해도 용서가 될 텐데...
얼른 메뉴를 정해야..내일 장보러 갈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