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갑자기 마음에 바람이 들어서 오래된 음반을 뒤적여서 골라낸 것이 여행자의 노래입니다.
world music compilation이란 부제가 알려주듯이 세계 음악중에서 편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곡에 가끔은
자신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더군요. 새벽에 아침 상 준비해서 아이들이 식탁에 앉는 것을 본 다음
저는 소파에 누워서 마루의 불빛을 끄고 눈감고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아아아 좋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시간, 음반 한 장이 다 끝나자 ,다시 돌려 소리를 귀로 들으며 설겆이를 했지요.

마음에 비해서 늘 몸이 한참 덜 부지런하다고 느끼던 제가 요즘은 같은 비율이라곤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몸이 조금은 재빨라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몸이 반응하는 속도가 꾸물대고 ,재고 하는 줄다리기를
덜 한다고 할까? 그런 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음반을 들어볼까 싶어서 고른 것이 젊은 산조란 제목의 음반인데, 역시 아직은 산조를
즐겁게 몸이 반응하면서 들을 수준은 아니로군요. 그래서 대안으로 고른 것이 나들이 하고 돌아온 음반
for you입니다. 수요일 모임의 황은영씨에게 빌려주었더니 아들과 함께 잘 들었노라고 인사를 하네요.
음반도 좋은 인연을 만나면 여러 사람들에게 귀를 열어주고 마음을 열어주는 다양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제가 갖고 있는 음반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음반을 빌려간 사람들이 돌려주면서 새롭고 신선한 가끔은 존재하는 지도 까맣게 몰랐던
곡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surprise야말로 우연한 만남으로 인한 방향 전환을 경험하게 하는
촉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한 장의 명반, 신문에서 소개하는 그런 명반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듣고
아, 이 음반만은 함께 나누어 듣고 싶다 그런 사연이 있는 음반의 소개글을 읽고 싶어지네요.
아침에 everymonth에 올라온 글렌 굴드에 과한 지식메일 한 편 읽고 나니 갑자기 그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어지듯이 우리는 독자적으로 우리 자신이 결정해서 모든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글이 촉발하는 파장에 이끌려 새로운 것들과 만나는 경우가 더 흔하지 않은가
아니 일반론으로 말할 순 없지만 내 경우는 그런 기회가 많구나, 그런데 대개는 좋은 결과를 갖고 오는
경우도 많구나 문득 깨닫게 되네요.
10월 간송미술관에서는 전시가 시작되었을까? 그런데 왜 신문에서는 소식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for you에서 흘러나오는 가야금소리에 간송미술관 가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 아침, 소리와 어울린
로스코의 색이 매력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