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을 23개의 작은 장으로 나누어서 구문을 잘 분석해놓은 책을 함께 암기하고 있는 그 수업이
벌써 16장을 끝냈으니 역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그동안 함께 한 사람들의 변화가 놀랍고
그와 더불어 제가 처음 그 모임에서 부엌에 서는 일이 불편하고 낯설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참 달라졌네
하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저 자신도 변했는데요 그 변화를 오늘 뚜렷하게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

이 곳 저 곳에서 각자 가좌 마을의 황은영씨 집에 모이면 일단 주인장의 배려로 커피 한 잔, 그리고
약간의 다과가 곁들여지고, 구문 이해에 도움이 되는 설명을 합니다. 구문중에서 우리가 함께 외우는
연설문에서 본 바로 그 구문이 나오면 더 즐겁겠지요?
그 다음 오늘 새롭게 외울 문장을 함께 소리내서 읽고, 문장의 구성에 대한 설명을 하고 ,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받은 다음, 그 구문을 서너 차례 함께 읽습니다, 소리내서 함께 읽는 그 자체가 도움이 되지요.
머리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에
그리곤 여럿이서 서로 짝을 지어 암기를 하고 상대방이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지켜봅니다.

오늘 할 분량이 다 끝난 사람들은 지나간 내용을 정해서 두 장 정도 암기를 다시 하고, 그 내용을 서로
체크하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이 암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많이 벗어나고 심지어는 즐기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요리시간, 오늘의 요리는 파래 부침개와 두부 찌개 였는데요 제가 맡은 것은 파래 부침개였습니다.
지난 주의 김치 부침개때만 해도 부침개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조금 긴장을 했었는데 한 번 경험한 것이라고
파래 부침개라곤 먹어본 적도 없는데도 지혜나무님의 친절한 도움으로 조금은 능숙하게 할 수 있었지요.
역시 practice makes perfect란 말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물론 perfect란 말은 좀 과장이지만 그것을 지향하려면
practice가 없으면 불가능하겠지요?


모양은 그다지 예쁘지 않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다는 것, 그리고 어렵게 느껴지던 뒤집기도 요령을 배우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 수확인 날, 밤에 들어온 보람이에게 파래 부침개 이야기를 하니 엄마가
집에서 만들면 먹겠다고 하네요. 일종의 인사인 셈인데요, 평소라면 파래를 먹지 않는 아이가 엄마가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에 초를 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한 일년 이렇게 꾸준히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집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혼자서 너끈히 상을 차릴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든 날,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들었던
키신의 피아노 소리, 무소르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 반복되는 프레이즈가 그래 맞아, 반복이
주는 힘이 있고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어라고 저를 격려하는 것처럼 느껴저서 혼자 웃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