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은 정독 도서관 철학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어제 수유너머 일본어 수업에 가려고 다 차려입고 밖에 나갔더니 갑자기 오한이 들면서
몸이 오슬오슬 춥게 느껴지는 겁니다. 앗, 이러다가 하루 종일 서울에 있는 일은 오히려 병을 덧내는 것이로구나
싶어서 다시 집에 들어왔지요. 못 간다고 연락하고 집에서 대신 일본어 공부를 했는데 물론 진도는 사부작 사부작
나갈 수 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 그것은 아마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공부만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서겠지요?
월요일 밤 길담에서 돌아오니 12시가 넘는 시간,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새벽 2시는 금방
오는데 다시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니 몸도 주인 잘 못 만나 고생스럽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회복되는 날까지는 두 번 정도 철학수업을 쉬고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오랜 시간 함께 한 공부라서 그런지 물론 오고 가는 시간이 절약되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고
강의도 듣고, 평소에 손을 못 대고 있던 책도 꺼내 읽고 다 했지만 효용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 이야기, 이런 제목의 책이 상하권 휴머니스트에서 출간이 되었습니다.
철학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변죽만 올리다 만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철학 하면 뭔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골치 아픈 이야기, 처음 시작은 의욕을 갖고 덤벼들었지만
중세 신학자들의 철학에서부터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입문서로서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처음에는 본격적인 철학서가 아닌 것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저자가 자신이 쓰고 있는 철학자들이
살았던 곳을 직접 다녀오고 그 자리에서 살았던 철학자들의 흔적을 느끼기도 하고, 생애에 대한 서술만이
아니라 그의 철학에서 핵심이 되는 사항, 혹은 쟁점이 되는 문제, 그가 누구의 영향을 받고 후대의 누구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누구와 서로 논쟁을 하거나 반박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미 철학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에게도 한 철학자에 입문하기 전 옆에 두고 참조하면 좋을 책이더군요.
인터넷 강의로 버클리와 흄,그리고 칸트에 대해서 들은 날, 바로 위에서 언급한 책으로 그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으니 강의에서 언급된 내용과 연결되어 생기는 연상작용도 재미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