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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수거 후 ,동네 한 바퀴

| 조회수 : 1,798 | 추천수 : 43
작성일 : 2010-10-06 08:55:13


  
화요일오후에서 수요일 아침까지, 아파트의 분리 수거 날입니다.

2주나 밀린 분리수거, 미루면 미룰수록 밖으로 들고 나갈 분량이 많아지니 꽤가 나고, 꽤가 나서 미루면

더 산더미가 되는 이상하게 주기적으로 하는 다른 일을 상당히 규칙적으로 하는 제겐 분리수거가 미스테리인

셈이네요.

새벽에 깨웠는데도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들을 기다리는 일에 마음이 상해서 마음 질끈 먹고 분리수거하러

나갔습니다. 몇차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저절로 몸이 깨네요.

그렇다면 하고 카메라 둘러 매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지난 번 건영빌라로 찾으러간 가을 국화가 우리 아파트 단지, 옆 단지에 수줍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더라고요.



비밀의 화원에 와 있는 양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새벽과 다른 시간대의 기분이 너무 달라서 아니 새벽이면 프랑켄슈타인이 되나 싶은 아들, 아마 올빼미의

전형인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서 그런 것이란 점은 같은 올빼미과인 엄마가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학원에 가야 하는 특수상황이니 스스로 조절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새벽이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처럼 힘들어합니다. 혼자만 힘들고 말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원 버스를 놓치면

다른 시내 버스를 기다려서 타야 하고, 늦으면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고쳐지지 않는

버릇때문에 끌끌대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그냥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문제는 마음을 먹는다고 그것이 바로 몸에 체화되는 것이 아니란 점, 그래서 새벽의 기분은 내 기분이

아니게 되는 날이 종종 있게 되네요.



어제 은행의 여직원이기도 한 한 학부형과 통화하던 내용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녀는 두 딸 아이를 낮 시간에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쓰는 방법을 못 배운

것은 아닌가, 그러니 이제라도 사표를 내고 집에서 그동안 못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두 아이가 중1 .중2  ,물론 지금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이긴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에게

손이 갈 일이 물리적으로는 별로 없는 나이가 되는 것이니 퇴직은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고, 아이들과

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서 자꾸 이야기해보는 것, 설교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먼저가 아닐까 이야기했지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꼭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옆에서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제게도  사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쉽다 어렵다 고민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여서 그냥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막상 큰 아이가 언젠가 결혼을 해서 아이 엄마가 되면 그 아이는 육아와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는 중에 만난 이야기라서 제 마음속에서도 해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아도 일하는 엄마의 고민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좀 더 노력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부러울 정도의 순간 집중력, 암기력을 갖고 있는 아이가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점, 좀 더 크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마음이 없이 바로 눈앞의 즐거움에 탐닉하는 것, 손으로 꼽기 시작하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여러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을 생각하다가 순간 아이도 엄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 해 더 하게 된 입시 준비로 본인도 스트레스를 겪고 있을 것이고 하루 하루가 지겹지 않을까?

갑자기 생각을 그렇게 하기 시작하자 내가 갖고 있는 잣대의 엄격함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제 마음속에 이미 꽉 박혀버린 돌처럼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아들과의 문제, 그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지혜가 생겨나길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아침, 사진을 정리하다가 오히려

무거운 ,그러면서도 뭔가 빛이 비치는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네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0.10.6 9:00 AM

    인투님~
    동네 한바퀴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셨을듯 하네요.

    꽃들이 참 예뻐서 제 얼굴이 웃고 있어요.
    인투님도 오늘 하루 많이 웃으실 수 있는 날 되시길요^^

  • 2. 미실란
    '10.10.6 10:00 AM

    가을이 너무 이쁘죠? 가을처럼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내세요.

  • 3. 고운 해
    '10.10.6 10:26 PM

    정말 오랫만에 보는 분꽃!!! 너무 예쁘네요.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져요..
    가을꽃과 글 잘보고갑니다.

  • 4. 봄사랑
    '10.10.7 10:01 AM

    소국..이쁘네요..
    오늘은 유치원다니는 아들,딸의 운동회날..직장을 핑계로 가지않았어요..
    가방가득 채운 과자,음료수,과일,김밥으로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줄수 있을까...
    "엄마 없어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해주었던 미안한 당부의 말을 아이들이 이해해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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