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기러기 아빠예욤....아이들이랑 애엄마 미국 간지 벌써 몇년됐는데,
마지막 본게 1년 7개월이나 됐다네요.

청국장이예요.
그 집이랑 우리 집, 인연이 길어요.
그 부부 약혼식때 애들 아빠가 축가 불러줬고, 서로 연애할때도 계속 만났고,
첫 아이 같이 낳고, 둘째 같이 임신하고......참 친하게 지냈어요.
그때까지는 두 집 다 만사형통이었는데.....

에피타이저로는 샐러드와 차컵에 담은 계란찜을 냈어요.
IMF때 두 집 다 벼락을 맞는 바람에....사는게 힘들어 오랫동안 소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 10년만에 연락이 닿았는데....우리집은 겨우겨우 일어서서 밥 먹고 살고,
그 집은....,가족들 미국 보내고 그 친구, 혼자 지내나봐요.

시레기지짐과 묵은지 지짐
1년 7개월이나 가족을 못 본 이유.....일이 잘 안됐대요.
지난 겨울,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페라가 망하는 바람에 10억이 넘는 손해까지 보고...
가족들 만날 면목이 없다고 하데요. 휴.....ㅠㅠ...
면목은 무슨....가족끼리....면목을 따지다니 슬펐어요....

배추 데친 것 들기름, 국간장, 고추가루 넣고 무쳤어요.
그 친구가 온다길래
들떠서 음식 준비를 하는데....첨엔 잘 해준다고....
양장피, 고추잡채, 생선회, 샤부샤부, 스테이크.......마구마구...책보며 고민했어요.

감자볶음 - 고추가루, 마른새우, 매실액 넣고 졸인 것, 전, 저렇게 분을 내면 좋더라구요.
그러다가.....갑자기 머리가 트이더군요,
이 사람이 가장 먹고 싶은 건, 마누라가 해주는 집밥이 아닐까...하는...

오늘의 메인.....쇠고기 찹쌀구이
구리살을 쓰는게 가장 좋다고해서 구리살로 준비했어요.
야채는 깻잎, 영양부추, 양파, 대파, 무순, 대추채를 냈어요, 와사비간장과.
우리 가족끼리는 대파채만 놓고 먹습니다.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죠.
그래서, 갑자기 메뉴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평범한, 가장 토속적인 메뉴로....

호박지짐과 장아찌
사실, 접대용 메뉴는 수고에 비해 뽀대나고 만들기도 간단해요,
하지만, 집밥은...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가고, 더 힘들죠.....

홍합 매운 볶음, 항상 남는 국물이 아까웠던 음식인데, 요즘은 이렇게 해요.
버미샐리(쌀국수)를 익혀서 밑에 까는거죠. 그럼, 얘가 국물도 잡아먹고 홍합보다 인기가 좋더라구요.
메뉴 정하는데 머리 뽀사지는 줄 알았답니다.......^^;;
왜냐면, 우리집 육식인간들은 이런 것 별로 선호하지 않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메뉴를 정하고 시간이 필요한 음식들이라 하루 종일 준비했어요.
이 친구, 밥 먹다가 울컥하더니
정말로 집밥이 먹고 싶었다고....지나가다 계란후라이 냄새, 생선 굽는 냄새만 나도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하더군요, 손님 초대하고 너무 초라한 상이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휴...정말 다행이었죠?
에피타이져로 과일과 약간의 떡, 곡물차를 냈습니다.
남편도 종종 제게 기러기 가족을 제안합니다. 자기는 괜챦다고...
하지만, 저는 절대 반대예요.
아이들을 위해 나와 배우자의 인생을 몰수당하는 것도 원치 않지만.
어려서부터 가족과 분리돼 크는 아이들.....공부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결핍도 크지 않을까요?
가족은......
배를 곯을지라도 같이 자고, 밥먹고, 뒹굴고, 그렇게 살아야하고,
그게 가족이란 걸 배우는게 옳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너무나 많은 조기유학....최근, 정말 친한 3집의 아이들이 떠났어요.
그럴때마다 박탁감도 느끼고 우리애들만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저는.....온 가족이 떠나는게 아니라면 그건......안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