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오랜만이에요 .
갑툭튀하여 몹시 어색하니 본론으로
2020 년 봄
밖에 역병이 돌아 꼼짝 않고 집에서 삼식이 & 삼순이들 밥해먹인 이야기입니다 .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전격 시작되어
우리집 삼순이 1,2 번이 모두 집에 돌아온 직후
미국은 St. Patrick's Day 였어요 .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1 년에 한 번은 안해먹으면 섭섭한 콘비프 (Corned Beef).
시즈닝된 패키지를 사서 그냥 여러 시간 푹푹 삶으면 되니 편합니다 .
양배추 , 감자 , 당근 등의 채소는 일찍 넣으면 물러지니
마지막 30-40 분 정도 남기고 함께 삶아요 .
남은 콘비프는 잘게 썰어서 감자와 함께
콘비프 해시를 만들면 아침으로 좋아요 .( 사진이 없군요 )
스테이 앳 홈 명령이 떨어지고 며칠 안된 어느 날 ,
띵똥 ~ 하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봤더니
가끔 가는 동네 꽃집 주인장께서 마스크를 쓰고
저만치서 제게 수국 한 다발을 던지다시피 하고 황급히 가시네요 .
덕분에 한동안 눈호강
(밸런타인 데이와 함께 꽃집 연중 최대 매출의 쌍벽을 이룬다는
5 월 마더스 데이에는 꼭 다시 영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요즘 저와 삼식이의 외출은 열흘에 한 번 정도 장보러 나가는 게 유일한데요
한 번에 장봐오는 양이 어마어마 합니다 .
장봐온 식재료를 정리해서 보관하는 일이 제일 골칫거리예요 .
식빵은 한 번 먹을 만큼 지퍼백에 넣어 냉동
계란은 빈 김치통에 넣어 김치냉장고로
우리집 냉동실에 항상 떨어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
이거 하나면 여러 가지가 해결되거든요 .
함박 스테이크나 미니 햄버거 패티도 만들고
(왼쪽 , 함박 스테이크 맞습니다 . 달리 보이는 건 기분일 뿐 …
오른쪽은 오이와 양배추를 꼭 넣어줘야 제 맛이 나는 옛날 햄버거)
김밥 속 , 칼국수나 비빔밥 고명
김가루랑 섞어 굴린 주먹밥 등등
갈은 소고기 한 팩이면 여러 가지로 돌려 막기 가능합니다 .
한동안 한국에서는 강원도 감자 구매 열풍이었다던데
여기서는 아이다호 감자 한 자루 득템하여
저랑 1 번 삼순이만 좋아하는 감자사라다 잔뜩 만들었어요 .
(양파와 오이 다져서 소금에 절였다 꼭 짜서 사용하는게 포인트!)
때마침 이웃이 쑥떡쑥떡 하셔서 저는 감쟈감쟈 ~
분명히 소모하는 칼로리는 전보다 확 줄었을텐데
어째서 섭취량은 그대로인가 , 아니 전보다 더 늘었는가 의문입니다 .
( 이것이 확찐으로 가는 길인가 …)
날이 갈수록
밤과 낮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 허기짐과 포만감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바깥 세상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모호해 지고 ㅜ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헷갈릴 때 즈음
우리집에서 1 년에 딱 한 번 , 설날에만 빛을 보는 3 단 찜기가
원칙을 어기고 등장했습니다 .
삼식이와 1, 2 번 삼순이들 환호하며 좋아합니다 .
1, 2 번 삼순이는 제가 보증하는 친자매이지만 식성이 달라요 .
1 번 취향
2 번 취향
( 우측 상단은 2 번 삼순이가 직접 만든 꼬막비빔밥 . 좀 짰 …)
아래는 둘의 취향이 일치하는 지점
삼식이는 제게 적응해 사는 법을 일찍 터득한 까닭에 가리는 것이 없습니다 .
참 다행이지요.
쓰다 보니 오늘이 삼식이랑 저랑 30 년 전 처음 만난 날이네요 .
(feat.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ㅋㅋ )
삼식이랑 저를 연결해 준 친구는 가업을 이어받아 양말제조업에 종사하는데
결혼식날 제게 와서 그랬습니다 .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 신을 양말을 대겠다고 .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 때 , 삼식이와 저는 별빛들판에 있었군요 .
( 이 무슨 의심의 흐름 ??)
갈리시아 지방 날씨 안좋다는 말을 듣고 떠난 터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너무도 청명했던 하늘
요즘 서울 하늘이 저렇다면서요 .
( 순례 마친 이름 모를 남녀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었던 작년 춘삼월도
삼순이 1, 2 와 꼭 붙어 지낸 올 춘삼월도
모든 날이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
뽀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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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시장통의 어느 해산물집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