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준탱아.
벌써 네가 떠난지 3일째구나.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더니...
늘 엄마말 안듣는다고 그래서 미워죽겠다고 생각하고 말하던 엄마였는데
엄마는 네가 떠난 다음부터 바로 네가 보고싶었단다.
지금쯤 울 준탱이는 뭘 하고 있을까.
적어도 엄마 생각은 안하고 있으리라는것에 100원 건다.
뭐라고? 엄마가 평소에 돈내기 하지 말랬지않냐고?
그래 알았어. 그럼 네가 탐내던 엄마의 미니어쳐 장식품... 그중에서도 에펠탑 건다.
(간식거리도 뭐든 한번에 사기가 힘들죠? 몇번 들었다 놨다...
어지간하면 집에서 보물찾기하듯 간식거리를 찾아냅니다.
냉동실에서 발견한 떡국용 떡이 떠~~~억!
오븐에 구워주면 크랙이 쫘~~~~악!
식기전에 매실차랑 주면 뜨겁다고 헉!
기껏 잘 먹어놓고 식으면 딱딱해서 이빨 부러진다고 짜증이 팍!
얌마 기럼 그만먹고 내려놔! 꿀밤이 따~~~~악!
ㅋㅋㅋ 내가 왜 이러는지 몰러. 암튼 순덕엄니 빨리오셈~ 퀵!)
(한창 삭히고 있는 식혜! 울집 애들은 식혜밥이 적으면 화내요ㅡ,.ㅡ)
네가 없으니까 민탱이도 심심해 죽겠대.
5분간격으로 '엄마, 난 뭐하고 놀아요?' 물어봐.
이럴때 네가 있으면 '형이랑 놀아!' 한마디면 되는데 어제는 엄마가 숨바꼭질도 해야했어 ㅡ,.ㅡ
늘 너한테 기어오르고 이기려고 애쓰던 녀석이지만
엄만 확실히 보았다. 너희 둘이는 딱 쎄뚜로 놀아야하는 사실을...
(학교에서 안마시고 꼭 집으로 들고오는 우유... 대여섯개 모아지면 앤유씨양에게 요구르트를 부탁해~
집에서 요구르트 만들기 시작한 뒤로는 요구르트 사먹는 돈이 너무 아깝습니다. 비싸기도 하구요.
대신 철철마다 다양한 쨈을 만들어 갖춰놓아야 입맛 간사한 울집 남자들 한번이라도 더 먹이지요.
원래 용기는 성질버려서 아예 전용 용기를 마련했다는... 너무 작아 김냉에서 퇴출당한 김치통, 싸이즈가 따악!)
그리고 임마!
맨날 엄마한테만 문자하지 말고 아빠한테도 좀 해라.
은근히 너네들이랑 정신연령 맞춰가는 느그 아빠 질투하더라.
그리고 단답형으로만 네! 네! 하는 문자 말고.... 살갑게, 부드럽게, 사려깊게..... 앙?
(이넘들은 꼭 느닷없이 뭔가가 먹고 싶답니다. 나 입덧때도 안해본 만행을 어디서!
재료가 있어도 바로 당장 해다 바치는 무수리정신은 팽개치는게 정답입니다.
그렇게 시엄니가 키운 남표니... 가끔 속없드라 이겁니다.
그래서 적어도 하루, 보통은 2,3일 미뤘다가 해준답니다.
난 왜 이런걸 못사다 먹고 난리냐... 이 눈 찔끔 감고 좀 사다먹으면 안돼냐? 이래가면서...
얌마! 이런거 해주는 엄마가 어딨냐?
만두도 애들과 같이 빚었습니다. 전 똑같은 손으로 만드는데도 만두는 절대 이쁘게 못만들어요.
배꼽만두나 좀 봐줄까... )
그래도 준탱아! 네가 가끔 해주는 전화가 너무 반가워서 데이트 기다리는 처녀처럼 자꾸 시계를 본단다.
울 아들이 지금은 뭘 하겠구나 지금은 뭘 먹겠구나 하면서 말야.
엄마한테 이런면도 있는줄 몰랐지? 원래 엄마의 색깔은 아들들이 만드는 것이여~
원래는 핑크였는데 요샌 자꾸 빨갱이 퍼랭이가 된다니까!
그니까 얼른 엄마한테 다시 이쁜색을 찾아줘! 근데 요샌 엄마가 취향이 바뀌었어.
황금색으로! 아님 배춧잎색? ==33====33333
(부모님이 보내주신 쌀... 쌀벌레 생길까 무서워 밀폐용기마다 담아놓고 그래도 남은건 빻아다 냉동실에 소분해두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송편도 만들고....현미가 쌀짝 섞인 정체성 불분명한 때깔...)
그리고 엄마한테 소원이 하나 더 있어.
제발 엄마가 동네방네 사방팔방 "아휴~ 소를 먹이지 울애들 못먹이겠어요~~~ 어찌나 먹어대는지 나랑 애아빠 허리가 휜다니까요~~~ 철철이 새옷 사다 대기도 너무 힘들어요~~~ 아 글쎄 어젠 버스 환기구에 머릴 집어넣고 왔다지 뭐유~~~~" 이런말 한번만 하게 해주라.
무슨 머스마가 그렇게 밥알을 세면서 먹니? 그래 밥한공기에 밥알이 몇개든?
(녹차 우려마시고 다시 말리는중.... 요걸 후리릭 갈아서 가루로 만들면 맛있는 녹차쿠키!
냄새나는 신발장에도 넣어두고...)
등교준비하는 아침에 밥알 세고 있길래 꼴비기싫어서 만들어준 충무김밥.
적어도 들고 댕기면서라도 먹겠지 했는데 결국은 엄마가 들고 댕기게 했잖어?
승질같아서는 먹지마! 확 치워버리고 싶지만
엄마 마음이란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꾹 참는거야.
제발 엄마의 마음을 모독하지 맛!
(귀찮으니까 다신 안사야지 하면서도 슬그머니 또 샀습니다 생크림.... 빵도 하고 스프도 끓이고...)
그래도 네가 없으니까 저녁메뉴 고르기가 힘들어.
어차피 민탱이도 먹어야하는데도 이거 해먹을까? 하다가 접고
저거 해먹을까? 하다가 접고... 꼭 너랑 다 있을때 만들어야만 할것같아서 말야.
그래서 다 접어두고 요렇게 먹었어.ㅋㅋㅋ
걱정말어. 네것도 남겨놨으니까. 언제 해주느냐가 문제지만 말이다.
(찹쌀케익 굽다보면 슬쩍 본전 생각납니다. 이눔의것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것이여?)
글구 이젠 오뎅집 놀이 떡볶이집 놀이도 그만 하자.
다 컸다고 엄마 손도 쭉 잡아 빼던 녀석이, 부쩍 삐딱하게 서서 엄마한테 말대답하는 녀석이
" 여기 오뎅 2인분이요!" 이게 말이 되니?
그동안 외상한 오뎅값 떡볶이값은 다 어쩔거니?
그리고 이번에 이사하면서 오뎅꽂이도 다 버리고 왔어.
엄마한테서 오뎅집 그녀를 찾지 말란말이야.
(뭉게뭉게 구름떡... 당분간 안만들테닷!)
그렇지만 말야.
그 수많은 불만들에도 불구하고 네가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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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수학여행 재밌냐?
엄마 선물 안사오면 알지?
그리곰마! 수학여행 갔다오면 열!쓈!히! 공부한다고 한거 엄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등?
빨리와~ 오늘 저녁엔 네 빼놓고 해먹은 돈까쓰... 리필한다.
공룡에 푹빠져있던 어린 꼬맹이가 생각납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때 사준 공룡백과가 걸레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품고 있잖겠어요?
"준탱아! 이게 무슨 공룡이야?"
"티다노따우드뜨!"
"으응... 티다노따우드뜨? 이게 그 무서운 티다노따우드뜨야?"
"앙이~~~~~티다노따우드뜨~~~~~"
"그러니까 티다노따우드뜨 맞잖아."
"앙이~~~~~~~~ 티.다.노.따.우.드.뜨!!!"
"그러니까 티.다.노.따.우.드.뜨!"
"앙이~~~~~~~~~~~~~~으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티라노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라고?"
"응 방긋 ^________________^ "
애를 울렸다 웃겼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