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어느 밀감과수원 농가집에 이렇게 소박한 밥상이 차려졌습니다.ㅎㅎ
잡곡밥에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고, 이곳 제주도의 무밭에서 이삭이라는 상품성 없는
무우를 줏어 담근 무짠지 그리고 남편과 이른 아침 꺽어 말린 고사리나물과
무항생제 자연먹이로 유정란을 생산한다는 양계장을 방문하여 선물받은 유정란을
두알 부치고...오늘도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살이의 하루를 엽니다.

그동안 남편과 꺽어 말린 고사리를 판매(?)한다고 나물 한번 푸짐히 못해 먹다가
한줌을 물에 담그었답니다.

물에 담근 지 두어시간도 채 안되어 한줌의 고사리는 이렇게 푸짐하게 불려지고^^

말린 지 얼마 안된 햇고사리인지라 불린 그대로도 아주 부드럽지만
물에 살짝 삶아 고사리 쓴맛을 빼기위해 하루저녁 담그었어요~

물에 담근 고사리 꼭 짜서 우묵한 웍에 집간장과 대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살살 버무려 약한 불에 뚜껑덮어 두었다가 살짝 뒤집어 조금 더 익히니,
제주도 고사리 이름값 하듯 그 맛이 소고기보다 더 맛난 듯 합니다.^^
조만간 육계장도 한번 끓여 먹어얄 듯 싶네요~

울집 소박한 밥상에서 가장 우리 부부에게 맛난 음식은 이 우거지 지짐입니다.
남편은 이 우거지 지짐을 먹으며 연실 엄지손가락을 들곤 하지요~ㅎㅎ
앞집 제주할망의 고사리를 82쿡 장터에 팔아 드렸더만 연하디 연한 무우청을 말려
두신 것을 푸욱 삶아 꽤 많은 양을 가져다 주셨어요~ㅎ
물기 꼭 짜서 식용유 조금 넣고 된장 파마늘 고추가루 잘은 멸치 한줌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약한 불에 올렸다가 자작이 물을 부어 푸욱 끊이면 세상천지 이리 맛난
음식은 없는 듯...남편과 둘이 한 뚝배기를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먹는답니다.

가끔은 아침밥 먹기전에 서귀포시장에서 향기에 취해 사가지고 온 더덕을 우유에
꿀을 넣어 이렇게 갈아 먹고는 아침밥을 조금 먹기도 합니다.
맛도 상큼하니 일품이지만, 한잔으로도 배가 든든해 집니다~~
아침을 급할 일없이 이리 먹고는 한라산 자락에 일군 텃밭에 나가기도 하고
가끔 제주 생산물 구매 부탁 전화를 받고 서귀포 시장이나 한라봉 하우스농장에
가서 택배 배송도 하고...
날씨 좋은 날은 사징기 들고 제주 야생화에 엎어(?)지기도하고요...ㅎㅎㅎ
남편은 축구를 하러 가기도 하며 그런대로 한가롭던 제주살이가
나날이 나날이 이렇게 바빠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름을 이틀 앞두고 해 저물어 가는 과수원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현달이 심상치 않아 보이더군요^^
(사진 왼쪽 밑으로 다닥다닥 피어오는 귤꽃이 보이시나요?)


남편도 축구 야간경기를 나간지라 저녁밥 혼자 간단히 먹고는
밤하늘을 주시하여 보았습니다.

우리 침실(?)이라고 일컬은 방의 창으로 달빛이 쏟아 지는 데....
그 달빛이 어찌나 아름답던 지...가슴이 다 아릿해져 오더라구요^^~
별이 총총하진 않치만 옛시조를 읇조리게 하는
이화에 월백하고.....때마침 귤꽃이 하얗게 부서져 간간이 부는 바람에
매혹적인 귤꽃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들며~
어렸을 적 동화 알프스의 소녀를 읽으면서
하이디가 다락방에서 마른풀을 깔고 창밖을 내다보던
늘 내꿈으로 간직하던 그 풍광이 이게 아니였을까? 하는 환희로움에
사로 잡혀 버렸습니다.

어젯밤 울집의 창밖에 풍광입니다.
사진엔 잘 안나왔지만, 하얀 귤꽃과 나무잎새에 달빛이 흐르고...

창안으로 스미는 달빛을 담아 보았는 데....
내눈으로 보았던 그 느낌이 표현이 되질 않아 너무 아쉽군요^^ㅠㅠ
그래도 늦은(?) 나이에 어려서부터 꿈꾸어 왔던
다락방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던 하이디가 된 느낌이
오랜 꿈을 이룬듯 싶어 너무 황홀하기까정 하였답니다.
지난 밤 그렇게 달빛이 심상치 않게 비추더니
오늘 아침 제가 머물고 있는 밀감과수원에는 하얀 귤꽃이
이렇게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침햇살에 부서지듯이 피어오르던 밀감꽃들!
요즘 제주 전역에 퍼지고 있는 귤꽃향기입니다.
자아~~오늘은 오월의 제주 밀감꽃 향기에 취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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