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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뭘 바래! 그냥 밥이나 해주면 되지...

| 조회수 : 6,617 | 추천수 : 29
작성일 : 2011-02-09 17:45:34








설 다음 날인가? 장보기도 마땅찮던 때,
냉장고 뒤져 마른 오징어 밤새 물에 불려 고추장 볶음, 우엉채 조림,
김밥 싸고 남은 단무지 꼭짜서 고추가루와 깨 뿌렸다.
무밥해먹고 남은 무 커다랗게 잘라 넣고 끓인 어묵국으로 한 상.



지난 가을 말려두었던 호박, 다시 불려 들깨가루 넣고 말린호박들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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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K에게 뭘 바래?”
“K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든가 이런 거”

“글쎄…….”
“제 앞가림하면 되지.
경제적으로 나보다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와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하는 일 없었으면 한다는 정도.”

“경제적으로 힘든 게 어때서? 부끄러워?”

“아니 짠하잖아, 그런 건 안 봤으면 좋겠다는 거지.”

“나처럼 비정규직으로 이러고 살면 짠한 거야?”
“우리 부모님도 짠해야 하는 거야?”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잠시 멍하고 있는 사이)
“결국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잖아.
남들보다 돈 많이 벌고 권력도 있고 떵떵거리며 살기바라는 선배 욕심이야.”
“애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질까 걱정되면 형이 많이 벌어, 선배가 많이 벌어서 짠하지 않게 주면 되겠네.”

“그런가? 내 욕심일까? 니 말이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짠한 건 몰라도 부모님은 걱정 하시지 않겠냐?”

“그렇지! 자 한 잔 해”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하는 일 없었으면 한다는 거, 그 건 맘에 드네.
그거 아주 못난 짓이거든. 암 그런 일은 없어야지”
“건배!”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입시철이기 때문인지 어쩌다보니 애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고
뒤풀이 술자리에서 좀 돌발로 터져 나온 얘기다.

그런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이가 어떤 삶을 살지 아직 모른다. 아니 사실 아이와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지도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내 맘으로 아이 삶을 경제 조건만으로 재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혹 내 욕심은 아닌지.

들 때는 몰라도 내려놓긴 힘들다는 욕심, 허리가 휘도록 무거운 줄도 모르고 잔뜩 짊어지고
‘밥 한 술 더 뜨라’는 부모 마음인 줄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한테 얘기하던 ‘지금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내게 해야겠다.
“지금 욕심을 버려야 내일 다시 어리석어지더라도 짊어질 거 아니냐.”고.






후라이팬에 토마토 구워 올리브유에 한번 굴려주고 파마산 치즈가루, 후추 얹었다.
다음엔 뭔가 더 얹어봐야겠다. 향이 있는 풀이라면 더 좋겠다.

연근을 후라이팬에 굽다 양송이 버섯 넣었더니 버섯물 때문에 저리 기름 두른 것처럼 보인다.
좀 촉촉해졌지만 아삭한 맛은 살아 있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
    '11.2.9 6:18 PM - 삭제된댓글

    어우.. 역시 오늘도 쨘~~하네요.
    [남들보다 돈 많이 벌고 권력도 있고 떵떵거리며 살기바라는 선배 욕심이야.]
    잘사는게 뭘까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라떼
    '11.2.10 2:57 AM

    의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구운 토마토에는 구운마늘도 좋고 다 만드신 후 생베이즐을 올려 드리면
    향기롭고 맛있어요^^

  • 3. 오후에
    '11.2.10 11:27 AM

    T님//그러게요 잘 사는게 뭘까요? 저도 알고싶습니다.

    라떼님//구운마늘... 생각 못했는데 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4. 파란하늘
    '11.2.10 6:55 PM

    항상 읽을 때마다 수필을 읽는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을...
    자식에게 바라는 진솔한 마음이 엿보여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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