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 출근하고 한 시간 후에 일어날게”
“이제 좀 일찍 일어나 버릇하지?”
“그럴 거야!”
“알았어, 7시 40분에 깨우면 되지?”
“아니 내가 일어날 거야.”
“그래 잘 생각 했어.”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명절연휴가 끝나는 어젯밤 K와의 대화다.
어떤 이에겐 길고 피하고 싶은 연휴고 어떤 이에겐 짧고 아쉬운 명절이고
또 다른 이에겐 즐겁기도 짜증나기도 했을 설 연휴가 갔다.
H씨는 회의가 있어 일찍 출근한다 한다.
H씨 ‘아침은 바나나랑 두유 먹겠다.’ 하기에,
바나나랑 구은 단호박으로 아침상차려주고 도시락 준비만 했다.
찬밥 데워 보온밥통에 담고 꽈리고추 간간하게 조리고 샐러드로 도시락 쌌다.
H씨 출근하고 거실바닥에 쫙 펼쳐놓고 느긋하게 신문보다 K를 깨웠다.
“일어나라 시간됐다.” 하니 “알아”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온다.


부엌으로 나와 K의 아침을 준비했다.
샐러드다.
양송이와 느타리 버섯을 다진 마늘과 올리브유에 살짝 볶고
두부, 상추, 단호박, 바나나와 키위도 썰어냈다.
드레싱은 키위 반 개, 바나나 한 조각, 바질 이파리 두 개,
올리브유 약간, 소금, 후추 넣고 블렌더로 드르륵 갈아 준비했다.


샐러드 준비하는 동안 머리감고 씻고 나온 K, ‘맛있다’며 좀 먹는 것 같더니,
반쯤 먹고 배부르다며 손을 놓았다. “좀 더 먹지?” 하는 내말엔 대꾸도 않는다.
우리 집에선 “많이 먹어” “좀 더 먹지” 이런 말은 나만하고 주로 나만 듣는다. ㅠ.ㅠ
나 어릴 적 하곤 딴판이다.
3남매 오글오글 모인 식사 시간이면 어머니는 “더 먹어?” 하셨고
나는 “한 숟가락만” 하며 빈 그릇을 내밀곤 했었다.
어머니는 반 공기쯤의 밥에 꼭 밥 한 술을 더 얹으셨다.
“됐어, 그만” 이라고 하면 “한 숟가락만 주면 정 없데.” “아들하고 정 없으면 안 되잖아!”
말씀하시곤 했다.
내말엔 대꾸도 않고 무릎 나온 추리닝에 ‘야상’ 점퍼로 고 3패션을 완성하고 독서실 가더니
채 12시가 안되어 집에 왔다. 배고프다며.
파마산치즈가루와 브로컬리 넣고 김치볶음밥 해줬다.


K는 독서실가고 늘어지게 낮잠 자고 일어나
이틀이나 휴가가 더 긴 나는 이러고 있다.
나른한 오후, 늘어지는 오후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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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나 돌려야겠다. 설거지도 하고.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날이 이렇게 꾸물거리려나.
햇빛이 그립다. 어머니의 ‘밥 한 술의 정’이 생각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