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나 추석은 물론이고, 집안 제사나 음력으로 쇠시는 시부모님 생신... 요런 날을 잊어먹고 지나갈까봐, 컴퓨터에 저장시켜놓고 일주일 전에 알려주도록 알람을 설정해두곤 합니다.
올 설날은 - 늘 그래왔듯이 - 특별한 일 없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밥해먹고, 그렇게 지나갔어요.
늦잠을 푸짐하게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그래도 설날이었는데... 하면서 뭔가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어제 아침에 담궈둔 쌀이 아주 지대루 퉁퉁 불었군요.

큰 솥에 키친타올을 깔고 불린 쌀을 골고루 펼쳐서 앉힙니다.

그리고 짜잔~~~
지난 번 백설기 만들기 이후 다시 뵙는 푸드 프로세서 등장!

커터칼을 끼우고 찐 밥을 한 공기만 넣고 돌렸어요.
이제... 무슨 음식을 만드는지 예감되시나요?

네, 바로 홈메이드 가래떡이예요.

이게... 중간에 시행착오가 워낙 많아서 과정샷이 없어요.
처음엔 반죽하는 날을 넣고 돌렸다가, 푸드 프로세서가 "너 지금 장난하니?" 이러면서 비웃길래, 밥을 도로 퍼내고 칼날을 바꾸는 아픔이 있었구요...
처음 한 공기는 제대로 잘 갈아졌는데, 거기서 욕심을 냈다가 밥의 양이 너무 많고, 또 제가 찌고 있는 도중에 물 한 컵을 더 끼얹어서, 떡반죽이 너무 찰지게 되어서, 이번엔 "난 못해~~~" 하고 푸드 프로세서가 기절을 하는 바람에 또 한 차례의 아픔을 겪었죠.
오늘의 교훈은:
절대로 밥을 찔 때 물을 추가하시면 안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 번에 한 공기씩만 갈아주세요.
모양은 어설퍼도, 맛은 보드랍고 쫄깃한 가래떡 맛이 제대루 였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육수로 만든 근사한 떡국이 아니라, 라면에 넣은 떡라면이었다는 거...
그리고 남편이 성의없이 끓여서 면발이 불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
(이 사진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외국에서 떡라면과 함께 설날을 보내는 불쌍한 동포의 모습을 알리고저... 에잇~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