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네요.
다들 한해를 어떻게 정리하고 계신지요?
저에게 올 한해는 경제적으로 좀 쪼들린거 빼고는 개인적으로는 보람찬 한해였던거 같아요.
마냥 아기같던 둘째 처음 유치원 보내고 자유 선언한 해이기도 하고, 몇년이나 묵혀 두었던 살들 정리에 성공했고, 또 계획했던 자격증도 땄지요.
이제 새해가 되면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저는 학부형이 됩니다.
제가 82 첨 회원가입했을때가 울 큰아이 임신중이었는데, 그 애가 이제 학교에 가는거예요. 참 세월 무상이지요.ㅎㅎㅎ
근데 막상 최근들어 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점점 더 요리는 무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사와요. ㅠ.ㅠ;;
대충 만든 음식들을 대충 그릇에 담아 휘리릭~ 식구들에게 던져주는 수준..
요즘은 밤이고 낮이고 뜨개질만 하고 있거든요.ㅎㅎ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들 그러는데..한때는 저도 매일매일 무슨 음식을 할까, 고민도 하고,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이쁜 그릇에 최대한 보기좋게 담아 남편과 오손도손.. 머 이럴때가 있었다는거지요.
ㅠ.ㅠ;;
아무래도 내년 새해 계획은 바로 그거로 잡아야 할거 같네요. 초심 잃지 않기 프로젝트..
그래서 내년에는 나도 빵 말고 근사한 밥상 사진을 다시 올릴수 있는 날이 돌아오길 빌며...ㅎㅎㅎ

여름 전에 복지관에서 제과제빵 배우고나서 가을지나 시험을 치렀어요. (다들 배우자마자 시험치는데, 제가 게을러서 시험을 늦게 봤어요.)
근데 제과제빵 시험보고나서는 한동안 빵을 쳐다도 안보고 살았어요.
한참 배우러 다닐때는 매주 갈때마다 무지막지한 양의 실습품목을 받아왔어요.(자격증 코스라서, 양이 홈베이킹같지 않고 엄청 많았어요.) 그거 먹다가 식구들+ 주변인들이 모두 지쳐 나가 떨어졌고요,
그런다음, 시험준비한다고 집에서 연습하다가 또 그 많은 양+ 반복되는 메뉴(잘 안되는것만 집중 반복연습함)에 또 다들 질려 나가 떨어졌고..
근데 막상 시험 준비할때는.. 시험품목은 하나도 재미없어.. 이런것도 만들고 싶어, 저런것도 먹고 싶어.. 이러다가, 진짜로 시험 끝나고나서는 이도저도 하기싫어서 한동안 손놓고 살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베이킹에 다시 불붙을 계기가 생겼는데, 바로 광파오븐이 제 손에 들어온거였어요.
어느 가을날, 남편이 저를 데리고 동네 대리점에 가더니 막 싫다는데도 선물로 광파오븐을 사주는거예요.
알고보니 담달부터 월급이 오르게 되었다고... 그래서 너무나도 기쁜마음에, 아주 가벼운 마음에 질러주었지요.
그러고 나서 처음 만든것은 꿈에도 그리던 치즈케익이었습니다.
윗면이 고르게 색이 나오는 이쁜 치즈케익.. 밑불만 나오는 가스오븐으로는 절대로 이쁘게 구워지지 않는 품목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사용 미숙으로 보시다시피 첫작품은 윗면이 쩍~하고 갈라져 실패로 끝났습니다. ㅠ.ㅠ
보이시나요? 제가 보기 흉한 부분이라 뒷쪽으로 돌려놓고 사진을 찍어놔서리..
광파오븐이 높이가 낮고 불이 생각보다 세서 당췌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몇달 지났건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너무 많아요. 전 역시 오래된 가스오븐이 훨씬 쓰기 좋네요. --> 이건 남편한테는 절대 말 못합니다. ㅠ.ㅠ

광파오븐 적응하려고 이런저런것 구웠는데, 얘는 홍차쉬폰이네요.
높이가 높은 케익은 중간에 호일을 덮어줘야 하는데, 그게 은근 귀찮아요.
잘못하면 겉은 타고 속은 덜익어서 아주 난감하거든요.

고구마 케익도 만들었네요. 제누아즈 광파오븐으로 몇번 굽다가 결국 때려치고 가스오븐으로 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손에 익은 연장이 최곱니다.
이런 디자인, 제과점 쇼윈도에서 보고 비슷하게 따라해봤어요.

맥주 안주로 아주 좋은 치즈스틱이예요.
과자처럼 먹는건데 특이하게 이스트 발효시키는 빵이거든요.
제빵 시험 품목인데, 식구들한테 아주아주 인기가 많아요.
반죽은 아주 쉬운데 가늘고 길게 밀어펴는게 관건이죠. 이거 혹 모르시는 분 한번 해보세요. 은근히 손이가요, 손이가~~하는 메뉴거든요.
% 계량이예요.
강력 80, 중력 20, 설탕 20, 마가린 10, 소금 1, 베이킹파우더 1, 생이스트 3, 계란 20, 황치즈가루 10, 물 20
여기서 마가린은 버터로 바꾸시고 생이스트의 절반양의 인스턴트 이스트 사용하시면 되요.
반죽은 반죽기나 제빵기로 하시고, 1차 발효는 15분 정도로 짧게 하세요.
분할은 원래 시험에는 30그람으로 분할해서 45-50센티 길이로 길게 밀어요. 가정용으로는 그렇게 길면 오븐팬에 안맞으니 15그람으로 분할해서 25센티로 밀면 되겠습니다.
중간발효 없이 분할하고 바로 성형하는데, 요령은 덧가루를 쓰면 잘 안밀어지고요, 살짝 손에 물을 바른다음 밀면 잘 밀려요.
한꺼번에 원하는 길이를 맞추려고 하면 잘 안되니 처음에는 한 10센티 정도 길이로 전부 밀어 놓고 처음에 민 반죽부터 잡고 다시 길이를 늘려가세요. 한 두세번 정도에 나눠서 민다 생각하면 잘 됩니다.
2차 발효 역시 한 2-30분 정도.. 조금 짧게 주시고 약 150-160도 정도에서 15-20분정도 구우니 좋더군요. 온도가 높으면 금방 타요. 좀 말리듯이 낮은 온도에서 바삭하게 굽는것이 좋은거 같아요.

광파오븐 길들이기 때려치고나서 또 한동안 베이킹을 접고 있다가, 최근에 남편 근무지가 바뀌면서 쿠키를 종종 굽게 되었어요.
남편 회사가 멀어지면서 그나마 먹던 아침을 굶고 가요. 저녁은 일주일에 한번쯤 먹으면 다행인 생활을 몇달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하루 일찍 들어오면 그날은 마침 밥이 없거나 반찬이 없어요.ㅠ.ㅠ;;
완전 불량- 날라리 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대신 간식거리를 만들어 달라더군요.
회사에 매점이 없어서 간식 조달이 안된다고요.
그래서 커피브레이크에 먹으라고 이런저런것 만들어서 보내요.
대부분 쿠키를 구우면 왕창 싸들려보내고 댓개쯤 남겼다가 제 간식으로 먹곤 하는데, 한참 너무 맛나게 먹다가 딱 2개 남았을때 뭔가에 홀린듯 화들짝 놀라 사진을 찍었죠.
진~~짜 오래간만에 구운 오렌지피코표 특제 비스코티입니다.
진짜 맛있어요.
버터나 오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레서피를 사용하는데, 오래간만에 구워서 그런지.. 더더욱 맛있더라는..ㅎㅎ
이 비스코티 레서피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수많은 비스코티 레서피 중에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기때문에 엄청 담백하다는거, 그러면셔도 굉장히 끌리는 맛이 있어요.
기본 재료는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중력분 두컵 반, 설탕 3/4컵, 소금 한꼬집, 달걀 3개에 노른자 2개, 바닐라에센스 약간,
그리고 기본 부재료로는 보통 호두 한컵 반+ 건조 크랜베리 한컵, 레몬제스트 1개 분량을 넣으라고 하는데,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변형시키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는 아몬드 슬라이스 한컵 반을 호두 대신 넣었어요.
크랜배리 대신에 블루베리나 건포도를 넣기도 하고,
밀가루에 녹차가루를 섞기도 하고, 시나몬을 섞기도 하고요, 각종 견과류를 여러가지로 변형시켜서 굽기도 합니다.
만드는 법은 계란 거품기로 훌훌 풀고 설탕 섞고요,- 많이 섞는거 아니예요. 그냥 대강 섞으면 됨- 가루 채에 내려서 대강 섞고요, 마지막으로 부재료 넣으면 끝입니다.
23*9센티 규격으로 빚어서 180도 오븐에서 약 25-30분 정도 겉이 약간 황갈색이 되도록 구워냅니다. 그런다음 한김 식히고나서 1센티 두께로 썰어서 다시 140-50도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우면 됩니다.
아주 바삭한 질감의 쿠키가 되지요.

마침 아몬드 슬라이스 오래된것 다 처리하려고 아망디오 쇼콜라- 김영모 선생님 책에 나온것-도 굽고,

쇼콜라 만델도 구웠지요.
냉동샤브레 종류를 식구들이 별로 안좋아해서 생전 구울일이 없었는데, 더군다나 애들은 견과류는 입에도 안대거든요.
쇼콜라 만델은 이번에 처음 구워 봤어요. 아몬드 슬라이스를 아주 많이 넣었는데, 바삭하고 맛있어요.
글쎄 큰애가 이걸 몇개 먹더라구요. 아몬드 먹으면 죽는줄 아는지 알았는데.. 아몬드인지도 모르고 먹던데요? ㅎㅎㅎ

친정엄마 김장 도와드리러 가는날, 아버지 잡수시게 가져다 드리면 좋을것 같아 초콜릿도 좀 만들었어요.
날이 추워지니 본격적으로 초콜릿을 만들수 있게 되었어요.
여전히 알다가도 모를 초콜릿이지만 열심히 만들었지요.

이런것도 만들고..

저런것도 만들고..
얘만 반을 잘라 봤는데, 산딸기 가나슈가 들었지요.
다른애들은 마지팬도 넣어보고, 헤이즐넛 들어간것도 있고, 버터와 연유 넣은것도 있고, 망고퓨레도 넣고.. 등등.. 가지가지 넣었어요.

이렇게 두박스 담은것 말고도 밀폐용기에 가득담아 가져갔어요.
식구들 모두 모인데 풀어놨더니 정작 아버지는 안계신데 순식간에 동이나더라는..(따로 한박스를 남겨 두었지요)
이건 속에 뭐 들었냐고 다들 집고 물어보는데, 여러가지 하다보니 저도 햇갈려서 생각이 안나더라구요.ㅎㅎ
초콜릿은 그런게 재밌어요. 한입 베어무는 순간 각각의 속재료가 다른 맛이잖아요.
무슨 맛일까 하고 기대하는 맛, 그리고 속재료가 입안에 퍼지는 순간의 달콤함.. 뭐 그런거요.

지난주에는 미니큐브팬에다가 미니사이즈 식빵을 구워봤지요. 호밀 반죽을 딱 식빵 반줄 분량으로 해서 한끼만 먹을 요량으로 구웠는데, 웁스~ 이렇게 너무 많이 부푸는 바람에 윗면에 오븐 벽에 닿아 버렸지요.
팬 용적에 맞는 반죽양을 계산하는걸 배웠었는데, 앞으로는 꼭 계산 하고 맞춰서 구워야 겠어요. 대충하다가 꼭 이런일이 생기지요.
별건 아닌데 이 꼴이 너무 웃겨서 남긴 사진입니다. ㅠ.ㅠ;;

그래도 어찌어찌 잘라서 한끼 샌드위치 만들어서 애들 아침을 줬어요.
햄과 치즈만 들어간 가장 단순한 샌드위치지요.
미니사이즈라서 애들 양에 딱 맞으니 좋아요.

김장하고나서 지친 나 자신을 위로하기위한 초코 쉬폰 케익입니다.
얼마전 백화점 식품부의 베이커리에서 이런식으로 생크림 아이싱 위에 가나슈를 부은걸 봤거든요. 그래서 꼭 한번 따라해보고 싶었어요.
제껀 가나슈가 되직해서 백화점에서 본것처럼 날렵하게 안나왔어요. 위에 얹을 장식도 부족해서 대강 올리기도 했지만..
담에 농도를 조절해서 다시한번 해봐야 겠어요.

촉촉하고 맛있어요. 내가 먹으려고 만들었으나 울 작은넘이 거의 다 먹어버려서 그렇지..ㅠ.ㅠ

이게 뭔지 아세요?
백앙금에 녹차가루 섞는 모양입니다.

다 섞으면 이런 모습. 연두색 앙금이 나오지요.
이런짓을 왜 하냐하면, 찐빵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울 작은넘은 붉은 팥이 든 음식은 입에도 안대요. 그런데 녹색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녹색 음식은 뭐든 먹어보려고 하지요.
피스타치오나 민트맛 아이스크림은 물론 녹차아이스크림도, 쑥 카스테라도 잘 먹어요.
이녀석 먹이려고 참 별짓을 다 해봅니다.

이렇게 두가지 찐빵을 빚어서 찜통에 앉히기 직전입니다.
왼쪽은 앙금에는 녹차가루, 반죽에는 쑥가루를 넣었구요, 오른쪽은 백련초 가루로 앙금과 반죽을 각각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따로 다 반죽하려면 힘들어요. 저는 기본 반죽을 일단 해요. 완전히 매끈해질때까지 치대지 않고 재료가 살짝 섞일만큼만 반죽한다음 반 나눠서 각각의 색내는 재료를 조금씩 넣어요.
자색 고구마 가루나 단호박가루, 흑임자 가루같은것도 요즘 많이 사용해요.

찜통 샤워 하고 나면 이렇게 됩니다.
쑥이든 음식은 익히고 나면 색이 짙어지지만, 백련초 가루는 가열하면 색이 이렇게 옅어 집니다.

반을 갈라보았어요.
제 예상대로 큰아이는 붉은것을, 작은아이는 초록색 빵을 각각 맛있게 먹었어요.
큰아이가 파는것보다 훨씬 맛있대요.
최근에 좀 귀찮아서 한두번 수퍼에서 호빵을 사다가 쪄주곤 했었는데, 번번이 다 먹지 않고 남겼었거든요.
이유를 물어보니 반죽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고 뭔지 맛이 없었대요.
그런데 엄마가 만든것은 그런 냄새가 하나도 안나고 너무 맛있었대요.
귀찮아도 종종 해줘야 할까봐요.

단걸 너무 봐서 느끼하시죠?
이제 김치 드시고 속 정리하시라고..
취향에 따라 골라 드세요~~ 동치미 한사발 들이키셔도 좋고, 요즘 우리집 백김치도 맛있습니다.
내가 만든 김치 내가 맛있다고 하면 다들 자뻑이라고 뭐라 하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저는 제가 담근 김치가 뭐니뭐니해도 제 입에는 젤 나은걸요..ㅎㅎ
겨울이고, 우리집 김치 냉장고는 진짜로 김치로만 꽉 차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월동은 걱정이 없을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