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녹즙은 여러가지 채소와 과일로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몸에 좋지요. 간에도 좋고
뭐 그렇게 좋은거 먹고 오래오래 살려고 그러는것이 아니고
걍 몸에 좋다니까 한번 먹어보자 했고
그렇게 이십여년을 선배님들께 골탕을 먹고도
아직도 거기에 속지않을 내공이 안되어서...
선배님께 속아서 녹즙을 만들게 되었죠.
녹즙 재료는 다양하게 사용하실수가 있겠으나
제 밭은 무농약 재배한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아무풀이나
식용가능한 거라면 다 묵을수가 있고
특히나 제가 농사지은 것들은 더할나위 없겠죠.
청방이라는 배추의 종자는 일찍 심으면
배추의 길이도 짧고 따박하고 노랗게 속이 차서 맛있답니다.
그런데 명절뒤에 먼저 배추를 심은 나머지 공간에
중간중간 뽑아먹으리라 하고 씨앗으로 직파했는데
날이 추워지고 배추라기 보다는 봄에 봄동같다 싶게 자랐습니다.
그것이 아주 아주 납작하고 파랗고 질기게말이죠.
음 뭐 고래힘줄처럼 질기지는 않겠으나
선배님 표현에 의하면 와작와작 씹다보면
턱이 아파서 (겁나 언어순화한거임) 도저히 더이상 못씹겠는...
해서 이 배추와 적채와 다른것을 섞어서 갈아드셨더니 아주 맛나더라고
속없이 또 속아서 이렇게 저도 야심차게 녹즙을 만들생각을.
아래 배추잎과 적채 그리고 곰바무리라고 애기별꽃을 생각하심 되어요.
나물로 먹을수있는 야생 풀이죠.
지천에 널려있는... ㅡㅡ;
좀 잘라서나 넣을것이지 자를생각도 않고
잠시 돌리고 쉬고 잠시 돌리고 쉬고 잘 갈리지도 않는것을
쥬스좀 넣고 요구르트나 유자청이나 뭐 이런것도 두루두루 한스푼씩 넣을수가 있어요
정말 엄청난 인내력으로 결국 갈았죠.
흐미 진짜 모터 열나서 터질까봐서 무한한 인내심으로
그 운동장만한 컵에 따라봤어요.
뚜루르 마실려고 해도 마실수가 없시요.
채소잔재물이 많아서 입에 다 걸리는
음 선배님 내외분이 셋투로 그거 수저로 떠먹으면 맛있던데 라고 하시던데
선배님 사모님 이제 안속거든요. 후배 놀려먹으심 재밌나요?
하기사 남편이도 저에게 각시는 선배님들 놀려먹는 재미를
절대 포기할수 없을거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입에 걸리적거리는 채소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해서
결국 거즈까지 동원해서 짜낸 녹즙 겨우 저 양이 나옴
맛은 끝내주지만 다시 맹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
어제 아침 애들에게
"애들아 엄마 비틀... 엄마 또 선배한테 속았다."
애들이 엄마 비틀거리는 포즈에 낄낄거리고 웃고
어제 제가 선배님께 속았다고 이야길했더니
선배님 엄청 웃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하시는 말씀이
" 그것이요. 첫째 믹서기 성능이 좋아야하구요.
둘째 배추잎부분을 이렇게 브이자로 잘라서 ..."
익익 절대 공감하면 안된다. 난 또 속는거야
저녁에 사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사모님 ㅡ마구 웃으시면서 "어이 자네 그것이 자네가 잘 할줄 몰라서 그러는거야.
내 방법대로 해보게. 우리는 그거 해서 잘 먹는데..."
저 ㅡ "됐거든요. 한번 속지 두번 속나요. (그래도 매번 속는다) ^^:"
사모님 ㅡ여전히 웃으면서 아니야 그 배추 녹색 잎부분만 자르고
흰부분은 질겨서 안잘라지니 유자청넣고 꿀도 한스푼 넣고 갓넣고 기타등등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
도대체가 성격좋은 후배 성격 베릴일 있으신지
아니면 아직도 제가 저 내공들을 따라갈려면 멀었는지
성격좋으신 분들 녹즙 만들어 드시와요. 겁나 몸에 좋데요
저한테 해묵으라 하심 "됐거든요. 니나 많이 해드셈요."
추가로 냉장고 비우기 일환으로 밤깎기
(김장 해야한다고요) 일단 칼로 껍질을 벗긴후에
감자필러로 속껍질을 벗겨주면 편리하고
음 단호박은 윗뚜껑만 따내는 방법과 이렇게 반으로 갈라서 사용할수도 있어요.
너무 특이한 맛이 나는 재료를 제외하곤 떡이나 오리훈제나
햄이나 치즈나 새송이 버섯도 넣고 파프리카니 피망이니 이런류도 넣을수있고
자 내맘꼴리는대로 재료넣기
그렇지만 윗면은 피자치즈 즉 모짜렐라 치즈같은것을 얹어서
재료준비 끝
음 호박 싫어하는 애들을 위해서 고구마와 감자도 찌고
다른쪽은 찹쌀과 밤대추와 빨간 콩 간장 설탕 소금간 약간 거의 약밥 수준의
엄마가 줏어온 엄마가 아닌 친엄마라는 인증샷으로 애들 간식
그리고 시골작업실이웃에게도
저녁까지 등산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선배님내외분을 위한 간식도 같이 만들어서
샤샤샥 이렇게 담아서 배달을
선배님이 그러시네요.
"야 니 헛개나무 안가져왔냐? " ㅡ_ㅡ;
며칠전 근처를 지나는데 핸드폰 벨이 띠리리
"에 전데요. 왜요?"
선배님 ㅡ "야 내가 남면갔다가 산의 10부능선 거의 다간곳에서
헛개나무라 해서 장정 셋이서 30분간이나 힘들게 잘라왔는디
좀 봐주라 헛개나무인가 아닌가."
저 ㅡ " 네? 저 낼모레 들를거라서 오늘은 빈손이인데 걍 안들르고 갈라했더니"
선배님 ㅡ "야 어떻게 올때마다 뭐 들고 다니고 그런다냐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거여. 빨리와 이 시끼야."
나이가 흔이 넘었어도 아직 내게 저렇게 말씀하시는
선배님들이 디게 많다는...
하기야 존대를 해주셔도 겁나 불편시럽기는 마찬가지
가봤더니 아무리 봐도 헛개나무는 아닌거같고
호대생물학과 교수님이 그리말씀하셨다는 것처럼
층층나무로 보이더라.
"에 선배님 그러니까요. 그런것은 후배의 나와바리(구역)에
오세서 하세야지요. 걍 길가에 있는것을
하여튼 고생을 할라면 뭔짓을 못하냐?
뭐 산꼭대기까지 가서 저런것을 하고 그러십니까?"
옆의 사모님 거의 흥 비꼬는듯이
"아유 술을 다 내다버려야되 무슨 헛개나무는 하여튼 간에 좋다면..."
저와 선배님은 둘이 마주보고 웃으면서
"그 아까운것은 절대 못버리죠. 마세부러야지." ㅋㅋㅋ
아놔 술을끊던가 헛개나무를 구하질 말던가
요샌 후배노릇도 힘들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