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방학"이 있는 직업이라 지난 한 달간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니 복이 많은 편이지요?
이번 학기에는 도시락을 좀 더 열심히 먹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방학 동안 여기서 배운 것도 많고, 또 이렇게 먹었노라고 글을 올리려면, 패스트푸드 보다 한식 도시락을 싸는 것이 건강은 물론이고, 여러 모로 나을 것 같아요 ^__^
내일 먹을 도시락은 저녁상을 차리면서 함께 준비합니다.
도시락이라는 것의 운명은 어차피 요리한 직후에 바로 먹는 것이 아니니까, 미리 통에 담아 가방에 싸두면 다음날 아침에 허둥대는 일이 하나 줄어들거든요.
현미를 섞은 쌀밥위에 뿌린 건 김가루예요.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한 보따리 사온 김가루는 볶음밥에도 넣고, 메밀국수에도 얹고, 떡국에도 얹어 먹는, 아주 다용도 완소 아이템이예요.
혈압이 높은 남편 때문에 모든 반찬을 제 입맛에는 맹맹하도록 싱겁게 간을 하기 때문에, 밥 위에 약간 뿌려주었어요.
반찬은 아홉시 부터 시계방향으로, 깻잎 장아찌, 가지숙주 볶음 (출처-보라돌이맘님 ^__^), 게맛살과 파머산 치즈를 넣은 계란말이, 그리고 일본식 생강절임 이예요.
외국에 살면서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우선 재료 구입에서 높은 장벽 하나를 넘어야 해요. 배추나 무는 미국 식료품점에서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아티쵸크나 브뤼셀 스프라웃 같은 생소한 채소는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몰라서 선듯 손이 안가고... 시금치나 오이는 어찌나 물이 많이 나오는지, 무침요리를 해놓고 한 시간이 지나면 냉국이 되어버리구요...
암튼, 그 다음 장벽은 냄새.
청국장이나 김치찌개 한 번 끓이면 온 집안 카펫에 냄새가 배어서 환기를 시켜도 완전히 빠지는데 며칠 걸리곤 해요. 저희집엔 한국사람만 사니까 그건 그런대로 참으면 되지만, 도시락에 김치나 마늘 장아찌 같이 향이 강한 것을 싸가지고 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메뉴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답니다.
간혹, 김치냄새 된장냄새가 부끄럽다니, 민족적 자긍심이 부족하다, 외국인 눈치를 너무 살핀다,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어느 정도는 그에 동의하는 편이구요.
그렇지만, 민족, 문화, 뭐 그런 거창한 단어와 개념은 접어두고, 간단하게 내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면, 생전에 맡아보지 못한 강한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겠어요?
남 생각 해주느라 먹고 싶은 음식을 절대 못먹고 꾹 참고 사는 건 좀 너무한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냄새가 강한 음식은 그 냄새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편안하게 먹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모두에게 무난한 냄새와 함께 밥을 먹는 게, 둥글게 둥글게 사는 법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해요.
자, 이제 밥을 다 먹었으면 과일로 입가심...
도시락 출석부가 쭈욱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총총...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