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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내일 도시락, 그리고 새로운 다짐

| 조회수 : 7,396 | 추천수 : 83
작성일 : 2010-08-02 12:34:05
내일부터 또다시 출근을 해요.
그나마 "방학"이 있는 직업이라 지난 한 달간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니 복이 많은 편이지요?

이번 학기에는 도시락을 좀 더 열심히 먹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방학 동안 여기서 배운 것도 많고, 또 이렇게 먹었노라고 글을 올리려면, 패스트푸드 보다 한식 도시락을 싸는 것이 건강은 물론이고, 여러 모로 나을 것 같아요 ^__^

내일 먹을 도시락은 저녁상을 차리면서 함께 준비합니다.
도시락이라는 것의 운명은 어차피 요리한 직후에 바로 먹는 것이 아니니까, 미리 통에 담아 가방에 싸두면 다음날 아침에 허둥대는 일이 하나 줄어들거든요.




현미를 섞은 쌀밥위에 뿌린 건 김가루예요.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한 보따리 사온 김가루는 볶음밥에도 넣고, 메밀국수에도 얹고, 떡국에도 얹어 먹는, 아주 다용도 완소 아이템이예요.
혈압이 높은 남편 때문에 모든 반찬을 제 입맛에는 맹맹하도록 싱겁게 간을 하기 때문에, 밥 위에 약간 뿌려주었어요.




반찬은 아홉시 부터 시계방향으로, 깻잎 장아찌, 가지숙주 볶음 (출처-보라돌이맘님 ^__^), 게맛살과 파머산 치즈를 넣은 계란말이, 그리고 일본식 생강절임 이예요.




외국에 살면서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우선 재료 구입에서 높은 장벽 하나를 넘어야 해요. 배추나 무는 미국 식료품점에서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아티쵸크나 브뤼셀 스프라웃 같은 생소한 채소는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몰라서 선듯 손이 안가고... 시금치나 오이는 어찌나 물이 많이 나오는지, 무침요리를 해놓고 한 시간이 지나면 냉국이 되어버리구요...

암튼, 그 다음 장벽은 냄새.
청국장이나 김치찌개 한 번 끓이면 온 집안 카펫에 냄새가 배어서 환기를 시켜도 완전히 빠지는데 며칠 걸리곤 해요. 저희집엔 한국사람만 사니까 그건 그런대로 참으면 되지만, 도시락에 김치나 마늘 장아찌 같이 향이 강한 것을 싸가지고 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메뉴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답니다.

간혹, 김치냄새 된장냄새가 부끄럽다니, 민족적 자긍심이 부족하다, 외국인 눈치를 너무 살핀다,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어느 정도는 그에 동의하는 편이구요.

그렇지만, 민족, 문화, 뭐 그런 거창한 단어와 개념은 접어두고, 간단하게 내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면, 생전에 맡아보지 못한 강한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겠어요?

남 생각 해주느라 먹고 싶은 음식을 절대 못먹고 꾹 참고 사는 건 좀 너무한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냄새가 강한 음식은 그 냄새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편안하게 먹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모두에게 무난한 냄새와 함께 밥을 먹는 게, 둥글게 둥글게 사는 법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해요.

자, 이제 밥을 다 먹었으면 과일로 입가심...




도시락 출석부가 쭈욱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총총...
^__^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맑은샘
    '10.8.2 1:45 PM

    ㅎㅎㅎ 도시락의 운명을 새롭게 확인해요~ 부지런하세요, 도시락도 직접 싸가지고 다니시구... 설명도 '아홉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렇게 상세하시구... 외국에서 우리 음식 장만하시고 만드시기 쉽지 않겠어요.

  • 2. 미야
    '10.8.2 4:37 PM

    소년공원님 이름보면, 박* * 이라는 본명이 저절로 떠오르네요.^^
    제철 과일까지 같아서,도시락만 보면 타국인지 모르겠네요.
    치즈넣은 계란말이 맛있겠어요.
    정성스럽게 계란을 말아 본지가 언제인지,,, 맨날 후라이만~~

  • 3. annabeth
    '10.8.2 6:41 PM

    좋은글 잘 보구 정성스런 도시락 사진도 잘 보고 가요~^^ 저도 소년공원님 의견에 동감이요~^^ㅎ

  • 4. 소년공원
    '10.8.3 2:54 AM

    도시락 먹으면서 도시락 글과 사진을 다시 보고 있어요 지금... ^__^


    맑은샘님, 도시락의 숨겨진 운명, 그걸 미니씨리즈도 아닌데 굳이 밝혀내는 제가... 참... ^__^
    외국에서 한국음식 해먹기... 힘들지만 오히려 안해먹을 수 없더군요. 나가서 사먹으려면 너무 멀거나 비싸거나, 심지어 내가 만든 것 보다 맛없는 것을 사먹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거든요.

    미야님,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여기 버지니아 날씨가 한국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내 사랑 annabeth님, 남자친구 없으면 우리 아들 소개시켜서 메누리 삼고싶구만... 그래도 스무살 연하는 쵸큼 무리겠죠? ㅎㅎㅎ

  • 5. hey!jin
    '10.8.3 9:47 AM

    저도 도시락 매니아인데, 이곳도 냄새에 민감한 동경이라
    한국요리는 마음껏 싸 주질 못해요_
    처음에는 너무 눈치보며 도시락 싸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하나의 배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그덕에 메뉴는 거의 한정적이지만, 꾸준히 즐겁게 싸고 있어요 :)

  • 6. 별이친구
    '10.8.6 6:22 PM

    타국에서의 한식도시락....특별하네요^^

    저도 도시락 싸는데 참으로 귀찮고 힘든작업이에요;;
    힘내서 저도 도시락 열심히 싸야겠어요~
    항상 영양도시락 드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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