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방학을 맞은 고3어린이 막내 바람도 쐬어 줄 겸해서.... 그 아이도 불러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젠...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친척 조카아들같은 느낌이 드는 그 아이...
우리 외식할 건데.나올래? 그랬더니... 흔쾌히 와서.. 재미있게..이야기도 하고... 맛있게 저녁도 먹고...
그러다... 남편이랑 그 아이.... 술을 좀 더 하고싶다고..저는 먼저 들어가라고 그러길래...
그럼 우리집 근처로 가자고 해서.. 결국은 집에서 늦도록... 술을 마시면서... 남편이랑...둘이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길래...
전 그냥 먼저 잤어요..
오늘 아침~~~ 일요일이지만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합니다...
어제.. 그 아이가 그랬거든요.. 어머니가 해주신 부추 김치 정말 맛있어요. 그러면서... 어제 식당에 나온 미나리무침을 아주 달게 먹으면서.. 이야기하더군요.
어머니..블로그에 올리신....음식을 보면서.. 따라 해볼려고 했더니...너무....어려워요...
참 다행스럽게.. 어제 낮에.....아들 친구를 불러 삼겹살 구워 먹이면서..장을 조금 봤는데.. 전부 그 아이가 먹고 싶다던 음식들을 집어 왔었거든요..신기하게도..아마... 우리 집에 올 줄 알았나봐요..
커다란 작업 비닐을 깔아놓고.... 음식 재료들을 손질합니다.
호박잎으로 쌈을 싸고...버섯들도...밑둥만 잘라내고.... 머위대도...껍질을 벗기기 위해 나와 있어요.

머위대는 데쳐서 껍질을 벗기기도 하지만... 전 그냥... 벗겨가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습니다.

머위..봄에는.... 잎으로 쌈을 싸 먹고..여름에는.. 대를 이용해서.... 들깨볶음을 해 먹으면 좋아요.
머위를 데쳐서..... 김치 담궈 먹기도 하고요.


밭미나리도... 다듬으면서.... 잘게 잘라내면... 일손이 편해집니다.

어제 사온 장조림용 소고기.... 핏물을 제거할려고 찬물에 잠시 담궈 놓았어요.

그런 다음..... 넉넉히 물을 붓고... 생강과 통후추, 소주를 넣고... 부드럽게 삶아 놓고요..

호박잎의 억센....섬유질을 제거하면서 보니.... 보드라운 잎보다는.. 억세고... 커다란... 늙은 호박잎들이 잔뜩이네요.
재래시장에서..채소를 사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살 수가 있는데... 마트에선..전부....비닐포장으로... 봉해버리니... 안을 헤집고 볼 수도 없고... 사고 보면 대략 난감일 때도 종종 있어요..ㅠ.ㅠ
보드라운 잎은 데쳐서 쌈을 싸 먹도록 준비하고..

억센 잎들은.... 바락바락 치대서... 풀물을 빼내고...... 연하게.. 만들어서....된장국 끓일 준비를 했어요.

머위대.. 데쳐서... 쓴 맛도 제거할 겸..찬물에 잠시 담구어 논 다음에...

꺼내어.... 다진 파, 마늘, 멸치액젓, 국간장으로 밑간을 해서 잠시 놔둡니다...
그래야... 적은 양의 간으로도..... 맛을 낼 수가 있거든요.

새송이, 백만송이버섯, 그리고 표고버섯..
어제 버섯전골 끓이고 남은 버섯을 가지고 오늘...볶아 먹을까 해요.
달군 팬에...포도씨유를 두르고...노릇노릇하게 볶아 줍니다.

맛깔나게 볶아졌으면... 프라이팬의 불을 끄고....엿장, 굴소스, 깨소금으로 버무립니다.
계속...불에서... 조림장을 넣고 졸이면....짜게 되기도 하지만...자칫.... 조림장이 타거나 눌러붙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노릇하게 볶아 준 다음에...소스를 한번..가볍게 버무려 준다는 기분으로... 볶음을 하면.... 보기도 좋으면서.... 간도 삼삼하게 버섯볶음을 할 수 있답니다.

버섯은 고기를 안 먹는 제게... 고기같은 맛을 주는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아주 진실한 고진교 신자인 제 친구가.... 저에게 그랬어요.. 넌 어떻게 사니? 난 하루도 고기 안 먹으면 못사는데....
고기..그 씹는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데.....(넌 그 맛을 몰라..참 안타깝다....)
그런데..전 그 고기 씹는 맛도 모르겠고..씹으면서... 왠지 기분이 그런데다가...
고기에서 나는 누린내가 너무 싫거든요. 비위가 무척 약해서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제 아이들이 절 안 닮았으면 싶기도 해요.
우선..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인지라..함께 가서 밥을 먹을 때..특히 고기집에 갔을 때....많이 불편해요.
먹질 못해서 불편함보다는.... 다른 이들이 먹을 게 없어서 어떡해요..하면서... 신경쓰는 것..잘 어울리지 못함이 참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억지로 먹는 척해야 하는데..그것 또한 곤역이 따로 없어요...ㅠ.ㅠ
그런 제게.. 버섯은.. 어떤 버섯이건간에..참 맛있어요... 쫄깃한 식감도 좋고..버섯마다의 특유의 향도 좋아요.
버섯은 물이 닿도록 해서 씻으면 쉬이 상하기 때문에...깨끗한 음식물전용 행주에 물을 묻혀서 살살 닦아내거나..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는 정도로만 세척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또 버섯 특유의 향을 살려서 조리하려면....파나 마늘같은. 향신채를 쓰지 않는 것이 좋고 빠른 시간내에 조리하는 것이 좋아요.
노릇하게 볶은 다음에... 불을 끄고 잔열로.... 엿장과..아주 극소량의 굴소스만 넣어서 후다닥 버무리는 까닭도..이런 조리법때문입니다.

호박잎... 거칠거칠하고 억센 잎들을 치대서.. 풀물도 빼주고..부드럽게.... 해 놓았습니다.
마이크로비오틱이라는 자연친화적인 요리철학..참 관심이 많습니다.
신토불이... 제철재료 사용하기...그리고 뿌리부터 겉껍질까지 먹기... 양념보다는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기기...도 좋지만..
그보다.. 음식물을 다루는데 있어서...손질부터 조리하는 과정내내.... 감사과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음식철학이
제가 늘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금치를 하나 무쳐 먹으면서도.. 푸르른 시금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남기지 않고 잘 먹는 정신...
거친...호박잎 하나 하나라도.. 다루면서도... 되도록이면.... 버리지 말고 정성껏 손질해서 먹는 마음을...
살아가면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멸치 육수를 내서 된장을 푼 물에..호박잎을 넣어 뭉근하게 끓이다가... 양파, 풋고추도 넣고.... 시원하게 먹기 위해서.... 콩나물도 넣었습니다. 어제 밤... 많은 양은 아니지만...술을 먹은 남편과 그 아이의 해장을 겸해서요.

미나리는 날로도 먹기 때문에 팔팔 끓는 물을 불 끄고 집어 넣었다 빼내는 정도만으로 데치는 것이 영양소의 파괴도 줄이면서...색감도 파릇파릇하게 유지하게 됩니다.
오늘은 유난히.. 미나리 향이 참 좋으네요.
다진 파, 마늘에 엊그제 볶아서... 고소한 맛이 좋은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멸치액젓 아주 약간넣고 천연 맛소금으로 간을 맞추었습니다.

머위대와 들깨는 궁합이 잘 맞는 재료라고 합니다. 머위에 풍부한 비타민 A의 흡수를 들깨의 지방산 성분이 도와준대요.
머위대를 들깨로 볶아 먹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들이 가장 즐겨드시는 머위요리일 거에요.
그런 걸 보면.. 삶속에서..오랜 습관처럼 굳어진 버릇들 중에..얼마나 지혜로운 것들이 많은지 몰라요. 예전 할머니들이 머위대와 들깨가.. 이론적으로 아셔서 그리 드신 건 아닐텐데 말이죠.
근데..전 들깨가루가 냉동실에 조금 남아 있는 줄 알았더니..없네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만.... 늘 신경써서 자주 먹는 식재료를 챙기는데...없어요...ㅠ.ㅠ
그래서 오늘은 그냥... 들깨가루 없이 볶아 먹었어요..

모두 함께 먹는 아침이고..특히 그 아이랑 함께 하는 밥상인지라... 삼겹살이랑 고등어도 오븐에 구었는데...
너무 구어져서.... 아이들이...엄마.. 삼겹살이 조금 바삭하네요...
삼겹살 과자처럼 되어 버린 듯~~~
아침 상을 차리는데.... 벌써 식구들은 대기상태로 와 있는지라..마음이 바빠서...사진 초점도 흐리고... 그러네요.


호박잎입니다...
어머님도..남편도..그리고 막내까지... 이런 쌈 싸 먹는 걸 좋아해서 자주 하는 편이죠.

미나리도 파릇하게 무쳐졌어요~

들깨를 넣지 않은 머위대볶음....
나름 담백하니 먹을만하네요....

삼겹살 과자라고는 하지만..그래도..그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픈 삼겹살 구이와 쌈장~


사진을 찍던 말던.. 수저통이 등장하고.. 밥도 뜨고 벌써 먹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그만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긴 그래요... 가족들... 맛있게 먹는 것이 최우선인데...사진찍다 보면 사진이 우선이 되어버리는 듯해서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만... 이런 우리집 밥상일기가..먼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그쵸?

막내는 수저를 부지런히 놓고~~

그 짧은 순간에... 남편은 딸에게... 젓가락질 강습을 다시 합니다....
우리 집에서.. 창피하게도..막내랑.. 저랑.... 젓가락질 개성있게 하거든요....
남편...절 가르쳐보겠다고... 애를 쓰다 포기하고.. 막내는....포기를 못하겠나봐요.. ㅎㅎ
이게... 아내와 딸의 차이인지도....

어라~~~ 딸래미... 쓰다듬습니다...
아마 땀을 잘 흘리는 막내... 덥지는 않니? 그러는 장면 같은데...
저희 집... 스킨십이 참 자연스러운 집이거든요..모든 식구들이 다 그래요...

이렇게 해서... 일요일 아침도... 맛있게 잘 먹고.....재미있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행복한 일요일 아침이 또 흘러갔어요...
이런 행복 충전이..다음 주에 지친 더위에...자꾸... 귀찮아지는 게으름도 다시 부추겨서... 보람찬 한 주를 만들 거에요.
어제 토요일 밥상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식구 모두 모인.... 주말 아침 밥상은 더욱 신경써서~ 잡탕버섯전골, 이상한 고추전 해결, 흑임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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