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떨립니다.
2003년 82쿡에 가입,
주로 '언젠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와, 저런 건 어떻게 만드나. 난 못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키친 토크를 구경했고
때로 다른 곳을 기웃거리며 역시나 또 구경을 했고...
그렇게 몇 해가 훌쩍 갔어요.
한두 해도 아닌 세월을 그렇게 눈팅족으로만 살아오면서
온라인의 넓은 세계에 저를 과감히! 등장시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네, 처음이에요~. *^^*
키톡에 글 쓰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활짝 열린 공간에 글 쓰는 것도 사실은
'피씨 통신'의 시대로부터 쭉 통틀어 정말정말 처음이랍니다. 그래서 떨려요; 아하하하.
눈팅족에서, '나도 한 번 써 볼까'로 가기까지 7년이 걸린 것을 보니
저의 머리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의 거리는 좀... 많이 먼가 봅니다. ㅋㅋ
살던 대로 그냥 살았으면, 어쩌면 지금도 키톡에 글 쓸 일은 없겠지만
문득 사진을 올려 볼까, 생각하게 된 건... 작년에 좀 별나게(?엥?) 살았기 때문이고요.
나름 먹고 살겠다고 매일매일 지지고 볶았으므로, 사진도 좀 남겨 둔 게 있어서
이젠 나도 말할 거리가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진을 골라 놓고도 고민했어요. 이걸 과연 키친토크에 올려도 될 것인가.
왜냐하면... 제가 사진을 올리려고 처음 생각했을 때는 분명히,
먹고 산 얘기를 쓰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오늘 사진을 골라 놓고 보니, 먹은 얘기보다 딴 얘기가 더 많더라고요.
그럼 이건 줌인줌아웃으로 가야 할 것이냐~
그게 맞는 것 같기는 했는데...
오늘 고른 사진들이 좀 그래서 그렇지, 정말 앞으로는 먹은 얘기 많이 할 거거든요... -.-;
사 먹었든 만들어 먹었든.
처음 사진은 줌인줌아웃에 올리고 그 다음부터는 키톡에 올리고... 것도 뭔가 좀 아닌 것 같고;ㅠㅠ
그런데, 보니까, 키톡 카테고리에 '이야기'가 있네요? 오호라.
저의 고민을 덜어 주고자 있는 카테고리 같네요. ㅎㅎㅎㅎ
부엌에서 고생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먹고 산 얘기, 그러다 생긴 일화에 대한 얘기,
이런 거 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으로 제 멋대로 해석하고... -.-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당. 하.하.하.
너 뭐니, 이게 무슨 키친 토크냐, 하신다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저는 요리도 그다지 썩 잘 하진 못하고;
할 줄 아는 것도 거의 여기 82에서 배운 거에요. ^^;;)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들려 드리고 싶어하는 웬 처자가 왔구나~ 하고 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아. ^^

너무 생뚱맞은가요... 기내식? (그래도 먹은 얘기잖아요!; >_<)
ㅋㅋ 요즘은 해외여행도 참 흔한 시대(즉, 기내식 먹은 게 자랑은 아닌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행기 탈 일 있으면 꼭 기내식을 찍어 둡니다.
촌티 나고 창피하고 그런 거 생각 안 해요-.-; 그냥 슬쩍 찍어요. 하하하;
때마다 다른 게 나오기도 하고... 항공사마다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은 어느 집이 더 맛있나 <- 이거죠, 네)
기록해 놓고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나중엔 기억이란 게 뒤죽박죽되고 흐려지기도 하는데
꺼내 보면서 아, 이때 이거 먹으면서 영화 봤지... 떠올려 보고 싶기도 해서요.
(근데 뭐 이 항공사, 저 항공사 따질 것도 없이 기내식이란 것은
공통적으로 그닥 맛은 없더군요. -.- 제게는요.
좁은 공간에 갇혀 꾸역꾸역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 .
그래도, 정신 놓고 꾸벅꾸벅 졸다가도, 배식 준비하는 소리 나면 침 닦고 일어나서
흐트러진 머리 수습하고 얌전히 앉아서 '저 안 자요, 밥 주세용+_+' 이런 눈으로 기다립니다. ㅋㅋ)
하여튼. 작년 초.
호주에 갔어요. 1년 계획으로.
working holiday visa를 가지고 갔죠.
홍콩에서 갈아타고 갔는데, 갈아타기 전, 짧은 비행시간에도 기내식을 한 번 주더군요.
케세이 퍼시픽 항공사였어요.
고기, 밥, 따뜻한 채소, 샐러드, 빵,
뭐 이렇게 기본으로 주어지는 메뉴였고요.
배가 안 고파도, 주는 거 안 먹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먹어요.
그런데 이 때는 배도 무지무지 고팠어요. 당연히 싹쓸이. ^^;

홍콩에서 갈아타고 나서 나온 기내식.
콴타스 항공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앞서 고기를 먹어서 다른 걸 택하고 싶었는데... 또, 호주를 가다 보니
그 나라 항공사에서 주는 쇠고기는 어떤가... 먹어 보고 싶기도 했
(었는지 앞서 다른 사람들이 다른 걸 다 택해 버려서 제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건지
사실은 생각이 안 나요=_=;;)
을 거에요. ㅋㅋㅋㅋ
샐러드, 쇠고기, 으깬 감자, 줄기콩과 당근, 푸딩, 빵... 이런 것들이었는데
(하이네켄도 한 캔. ㅋㅋ
비행기 타면, 공짜로 주는 맥주, 두세 캔 먹고 푹 자 버릴 테다! 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사실 하나 이상은 못 먹겠어요. 배도 부르고.)
저기 중간에 팀탐, 보이시나요?
디저트로 초코바를 주네~ 했는데
호주 가서 보니 이게 일종의 특산물(?) 비슷한 것이더군요.
마트에 가면 오리지널을 비롯한 각종 팀탐이 좌악~ 깔려 있어요.
열두어 개씩 든 포장이 제일 흔했던 걸로 기억하고요.(포장 단위가 크단 얘기죠;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시겠지만... 무지 달아요 >_<
이게 처음 먹어 본 팀탐이었는데, 이 때는 으악, 달다! 했는데
나중에 몇 개월 살고 나서는 앉은 자리에서 몇 개씩도 먹겠더군요. -.-;;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달다는 걸 느끼면서도 손이 막 가고
이게 또 거부감 없이 입으로 막 들어가요.
내 살의 8할은 팀탐이다! 를 외치는 한국 여자애들을 많이 봤어요. ㅋㅋㅋㅋ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 안에 초콜릿 쿠키가 들고 겉에 초콜릿이 묻은 초코바에요.)
아, 참, 며칠 전에 동생이 이걸 한 줄 사 왔어요.
몰랐는데 한국에서도 파는 모양이에요.

콴타스에서 두 번째로 준 기내식.
네... 이쯤 되면 지금 먹는 이게 아침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 가는 거죠.
그냥 주니까 먹습니다.
보시다시피 면을 먹었고요, 이건 좀 맛이 괜찮았어요.
과일, 요거트, 쥬스... 뭐 이런 게 딸려 나왔지요.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래도 여기는
그 비자를 받을 세대보다는 그 윗세대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말씀 드릴게요)
1년 간, 일도 하고 그 돈으로 언어도 배우고 또 여행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는... 합니다.
세 마리 토끼 잡기라니,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요;^^)고 허가해 주는 비자랍니다.
다시 말하면, 현지에서 일을 해 여행 경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합법적인 노동을 허가해 주는 비자죠.
협정을 맺은 국가간에만 발급이 되고요.
우리나라와 협정을 맺은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이고요.(그새 더 추가되지 않았다면.)
비자 발급 기준은,
뉴질랜드는 선착순, 캐나다는 심사, 일본은... 음; 사실 이 비자로 가 보고 싶었던 적이 없어서
알아본 적이 없는지라 모르겠습니다; 죄송.
호주는, 예전에는 통장 잔고 확인 등, 나름 기준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신체에 특별히 하자 없고 범죄 기록 등이 깨끗하면 거의 발급해 줍니다.
비자 받기 제일 용이하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많이들 갑니다.
(라고 써 놓고 보니,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네' 에서 방송됐던
호주 워홀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그거 보신 분들은 굳이 제 설명이 없어도 잘 아시겠군요; ^^;)
1년 제한이고, 평생 한 국가당 한 번만 발급받을 수 있으며,
만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이(?)들만 받을 수 있어요.
(예전엔 25세까지의 나이 제한으로... 문이 좀더 좁았는데,
요즘은 많이 넓어지는 추세 같아요.
참. 호주는 일정 조건이 충족된 경우, 세컨 비자라는 이름으로 1년 연장을 해 주기도 합니다.)

공항에 도착했어요.
아담한 공항 주차장.
바람이 칼날처럼 피부를 파고들고 눈이 하얗게 깔린 서울을 떠나, 먼 나라로 갔는데...
알고 간 거긴 하지만, 햇살이 이렇게 째앵쨍 내리쬐는 공항은 참; 낯설더군요.
날씨 하나 때문에, 다른 나라가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 느낌.
워킹 홀리데이 비자,
뭐... 돈 벌어서 낯선 나라를 마음껏 여행하라! 는 미명 하에
자국의 젊은이들이 안 하려고 하는 힘든 노동의 장에
외국의 젊은 인력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해석도 있긴 하죠.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은 하고요.
하지만 어학연수보다 더 거칠고 자유로운 날것의 세상을 만나보기!
좋은 기회란 생각에, 갔어요.
돈 보따리를 싸들고 가지 않아도 상당히 긴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가
관광객의 신분으로 스쳐 가지 않고 그 사회의 (임시로나마) 일원으로 살아 볼 기회이기도 하고요.
언어에는 큰 욕심을 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발전해 오리라는 생각도 있었죠.

도착한 방이에요.
한국에서, 정보 공유하는 카페를 들들 뒤져
숙소를 찾아 놓고 갔었어요.
그 숙소의 주인들이 공항에 나와서 저를 픽업해 갔고요.
집 주인은 신혼부부였고... 대학생 때 워킹 홀리데이를 왔다가 만나
한국에 돌아가 결혼한 케이스였고요.
한국 대기업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대로 시달리다가
과감히 사표 쓰고, 호주에서 대학을 다닌 후 다른 일을 찾겠다고
신혼 살림 싸들고 호주로 온 거라고 했어요.
다시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집을 렌트하고 모든 집기를 새로 사들이고 있는 중이라
저 침대도, 커버도 모두 새 것이었어요.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아요! 좋아라, 으흐~;)
하지만... 저 방에 들어올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고
저는 일 주일 묵을 임시 거주민이었다는 것. ㅠ_ㅜ
깔끔하고 조용한 방이었지만, 저는 얼른 다른 집을 찾아야 했어요오오오.

시내의 와플 가게에요.
화요일마다 와플을 반값 세일을 해요.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배가 무지 고팠던 날이었어요.
마침 화요일이기에, 들어갔죠.
돈을 그리 많이 가지고 간 것도 아니었고
모든 체감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1.5배 이상씩 비쌌으며
언제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전~혀 기약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군것질을 하는 것이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배가 고팠어요~;;;

장을 본 날이었어요.
뭐 하나 사는 것도 손 떨려 하던 때였는데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ㅋㅋ
낯선 땅에서, 적응이 아직 안 된 상태로 뭔가를 하면
한국에서 그런 일을 할 때보다 훨~씬 피곤한 건...
저만 그런 건가요?
많지도 않은데 물건은 무겁고 몸은 피곤하고; 아주 땅 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어요.
지나다니면서 침만 꼴깍 삼키던 와플이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 하면서~.

그 와플은 요렇게 생겼었답니다. 좀 길쭉해요.
동그란 것보다 싸서 그걸 시켰어요. ㅋㅋ
위에 올라가는 아이스크림은 반값 세일을 안 하더군요. 흥.
달달하니, 맛있었어요. 그런데 축축했죠;
다음 번엔 아이스크림을 따로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며 먹었죠.

쉐어 하우스가 있던 동네에요.
아아... 이 사진을 보니 길 잃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심각한 길치거든요.
음... 아니, 분석해 본 바로는, 정확히 말하면 방향치 같아요.
여러 번 꺾지 않고 어딘가를 찾아 가는 것이나
누구에게 길 물어서 처음 어디 찾아 가는 건 아주 잘 하는 편인데
여러 번 꺾어야 하는 길은... 다니던 길이어도 종종 헷갈려요. ㅠ_ㅜ
고쳐 보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이 쪽과 저 쪽의 다른 점이 눈에 잘 안 들어와요.
길 가면서 두어 번만 좌회전, 우회전 하고 나면 여기가 어딘고, 내 있던 거기가 어드멘고 @_@
이렇게 되고요. 엉엉;
이러니... 낯선 나라에 뚝 떨어져 살면서 길을 얼마나 많이 잃었겠어요.
틀린 지도도 가끔 저를 약올려 주시고... ... .
강렬한 햇살에 직화구이 되어 가면서 길 찾아 헤매기가 부지기수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아... ... .
하여간 이 동네 일 주일 살면서도 길을 대차게 한 번 잃었더랬죠.
아무리 아무리 헤매도 집이 안 나오는 거에요.
길 가던 어떤 소녀를 붙잡고 물었더니
찾을 때까지 같이 다녀 주었어요. 고마워라 ㅠㅠ

그, 일 주일 살던 집이에요. 아담하죵.



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던 길에,
아, 내가 어느 나라에 왔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 줬던 동상이에요.
나중에 시내 나가서 찍었죠.
저기 물 마시는 동상의 등 위에는 한 번 우아하게; 앉아 보고 싶었는데
끝내 못 했어요. ㅋㅋ
아무리 호주 도시에 동양인이 많다 해도, 그래도 아직도 우린 눈에 띄거든요.
길을 가면 참 많이도 쳐다봤어요. 힐끔힐끔.
그러니 눈에 띄는 행동을 할 수는 없지요오.
(우리나라라면 미친 척, 한 번 해 봤을지도...?
진상이라고 욕먹었으려나요? ㅋㅋㅋㅋ)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그 어떤 여지도 줄 수 없어요. ㅋㅋ

별 걸 다 올리네요. ㅋㅋ 핸드폰이에요!
장난감처럼 생겼죠~. 정말 장난감 같아요.
가볍고 작은 플라스틱 몸체에 고무 한 장으로 된 키패드에.
한... 6만 원 정도 주고 산 것 같아요.
좀 비슷하게 만만한 가격의, 다른 더 예쁜 게 있었는데
그게 마침 품절이었고, 이걸 다른 워홀 메이커들도 많이 쓴다기에 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모토롤라 레이저 폰도 한 3만 원만 더 주면 사는 거에요!
몰랐죠... ... .
뭐 전화 되고 문자 되면 상관없긴 하지만;
가끔 저거 쳐다보면서
'이런 건 한국에서는 길에 버려 놔도 아무도 안 주워 갈 거얏.' 그랬거든요. ㅋㅋ
너어무 후져서... ... . =_=; (그 후짐에 기가 막혀 찍어 둔 사진이랍니다. 음하하하.)
좀더 예쁜 걸 쓰고 싶은 소녀의-_- 마음에
살짝 상처를 주었던 못생긴 노키아 폰.
어쨌든, 고장 한 번 안 나고 1년 간 성실하게
저의 연락책이 되어 주었던 전화기랍니다.

자두, 바나나, 맥주를 샀어요.
새로운 곳에 뚝 떨어지니 입맛도 없고... 뭘 해 먹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곧 집을 옮겨야 하니 살림 늘릴 수도 없고,
그래서 빵쪼가리와 과일을 주로 먹었죠. -_-
아으. 물 사 먹는 게 제일 아까웠어요. 600밀리 한 병이 이천오백 원 정도.
그래서 한국 마트에서 보리차 사다 끓여 먹었는데
날은 날마다 오븐처럼 구워대지... 죽을 것 같았어요. ㅠ_ㅜ
집 주인인 신혼부부의 살림 중, 큰 전자제품들은
한국에서 '오는 중' 이었기 때문에... 없는 게 많았어요. 그 중 하나가 냉장고.
이 때, 저 곳은 날이면 날마다 40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죠.
와, 환장하겠더라고요. 시원한 물 하나를 못 마시니.
저 맥주는, 그리하여
집에 가서 이거 시원하게 마실 거야! 하고 어느 날 산 맥주에요.
처음 맥주를 사려고 했을 때, 마트 안을 뱅글뱅글 스무 바퀴는 더 돌았을 거에요.
아, 왜 맥주 코너가 안 보이는지!
직원한테 물어봐도, 입구 쪽을 가리키기만 할 뿐 별다른 설명을 안 해 주고요.
(제가 못 알아들은 건가요............;;)
술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다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요~. 누가 알려 준 적도 없는데.
나중에 보니, 마트 입구 쪽에 '리큐어 샵'이 따로 있더라고요. 아일랜드처럼.
이 또한 '피쉬 앤 칩스' 같은, 영연방의 사소한 공통점이냐... 하고
근거 매우 빈약한 상상을 했더랬는데
영국 있다 온 후배는 또, 영국에선 수퍼에서 술 다 판다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하여간.
저는 술을 그다지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관심은 좀 많답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술이 있잖아요^^
다양한 술병들이 주루룩 늘어선 걸 보면,
오호라~ 저건 무슨 맛일까... 궁금해져요.
(대부분은 '맛이 왜 이래-_-;' 하는 게 제 반응이지만요.)
그런 눈으로 본 호주의 술 가게는... 별천지더군요.
전세계 각국의 술이, 없는 것 빼고 다 있었어요!
생각 같아서야 한 번씩 다 맛보고 싶었지만 ㅋㅋㅋㅋ
생각에서 그쳤답니다. 맥주 몇 종류와 그 외의 몇 가지, 맛 보고 왔어용.
아, 사진 속의 저 맥주들은 향이 좀 독특했어요.
마시고 나면, 꽃향기가 혀끝에 좀 맴돈달까.

이런저런 고생 끝에 새로운 쉐어 하우스를 찾아, 이사를 갔어요.
이사간 다음 날, 처음 끓여 먹은 라면이에요. 어흑어흑. ㅠ_ㅜ
저 평소에 라면 별로 안 먹거든요.
그런데... 낯선 땅에서 빵과 과일로 연명한 지 한 열흘 되니
얼큰한 라면 국물이 너무너무 그리운 거에요.
기념 사진 찍었습니다. -.-V
보기엔 좀 비루한 사진이지만... 진~짜 맛있었어요!!!
뭐... 집 옮기기 전에도 끓여 먹을 수는 있었겠지만
거기 다른 쉐어생들은 원래 집주인의 지인들인 데다
저는 또 금방 나갈 사람이고, 해서, 겉돌게 되더라고요-.-;
뭘 해도 편안하지 않은 기분.
그래서 부엌에도 잘 못 들어가고 그랬어요. 괜히;
(어머 전 좀 소심한 면도 있군요. 몰랐어요. ㅋㅋ)

새로 간 집의 부엌이에요.
저기 사진 속에 있는, 밥솥처럼 생긴 것이 라이스 쿠커에요.
아무 마트에나 가도 다 팔아요. 가격도 싸고요.
아, 물론 쌀도 팔아요. 길쭉하고 펄펄 날리는 쌀도 팔지만
우리나라 쌀처럼 짧고 찰진 쌀도 있지요.
미디움 그레인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주변의 한국인들은 다들 그걸 사서 밥 해 먹었어요.
10킬로그램에 가격은 대략 23불 이쪽저쪽.
그런데 이상한 건요, 이 미디움 그레인으로 밥을 하면
처음엔 맛있는데, 한 번이라도 식혔다가 데우면 정말 맛이 너무 없어요.
원래 갓 지은 밥이 제일 맛있는 거지만...
희한하게도 이 쌀로 한 '데운 밥'은, 원래 있던 찰기가 갑자기 거의 다 사라지면서
쌀알이 다 흩어지는 거에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어요.
요즘은 한인 마트에서 가끔 진짜 한국 쌀을 취급해서...
그걸로 밥 해 먹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 밥은 얻어먹으면서도 황송했어요. ㅋㅋ
음. 이 쿠커는 밥을 하기 위한 거지만
저희는(쉐어 메이트들) 저기에 감자, 고구마, 닭가슴살도 삶고
만두도 찌고 그랬어요. ㅋㅋ 다용도 쿠커.

새로 간 집은 빌라 형태의 단지였답니다.
좋아 보이죠?
속은 뭐 별로 그렇게까지 좋진 않아요; ㅋㅋ 그냥저냥.

저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은 이렇게 생겼고요.
저보다 어린 한국 학생이 렌트해서 방을 각각 세 주고 있었어요.
저는 문간방 여인이 되었죠-.-
왼쪽에 보이는 블라인드 친 방이 제 방이에요.
원래는 방이 아니라 일종의 스터디룸? 그런 건데
그냥 방으로 세 주고 있었어요.
날이 추워지니 외풍 작렬이더군요. ㅋㅋ
그러나 이건 아주 나중 얘기.
건물이 단층인 게, 보이시나요?
호주에서... 제가 본 한도 내에선, 거주용 주택은 단층짜리 집이 많았어요.
그런데 단열 공사를 제대로 안 하는 건지
해가 뜨면 그 열기가, 지붕을 통해 집 안으로 그대~~~로 전달이 되는 거에요!
해가 뜨면, '아~ 해가 떠오르는구나... 점점 떠오르는구나... 다 떴구나...' <- 이게 느껴지도록
점점 가열되는 게 느껴졌어요. 아~ 환장해요... ... .
샤워하고 나서 수건을 집으면
벽에 닿아 있던 수건은 방금 건조기에서 꺼낸 것처럼 뜨끈뜨끈하고요,
모든 화장품은 끓어 넘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뜨뜻했어요.
43도인가, 올라간 기록적 더위의 어떤 날
이 집에 사는 네 명의 여인(?)들은 모두 거실로 기어나와...
그나마 차가운 타일 바닥에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 하루를 보냈더랬죠.
서로 말도 안 걸어요. 입만 열면 '아, 덥다...' 이게 고작이었어요. ㅋㅋ
물만 줄창 마셔대고.
얼음을 컵에 담아 놓으면, 조금 있다 보면 거의 다 녹아 찬물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아으, 그 더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스라히 기억 나네요.

제 방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이에요.
쨍하죠?
저는 호주 가서 깨달았죠. 환장하게 더운 날, 사진은 잘 나오는고나. 맑고 쨍~ 하거든요;
저 앞집엔 저희가 '베이스 청년'이라고 부른 청년이 살았어요.
틈만 나면 두둥둥둥~ 베이스 기타를 쳐댔죠.
뭐 그럭저럭 들어줄 만은 했는데 가끔 너무 더운 날 치면 괜히 짜증이 나서
'야 이놈아 좀 조용히 살자!' 하고 싶어지는... 그런 실력? ㅋㅋ
쉐어 주인 아이는, 그것은 처음에 비해 매우 많이 나아진 실력이라고 했었지용.

시드니나... 이런, 한인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는
빠른 인터넷을 이제는 흔히 쓰던데,
여기는 좀... 아니었어요. 인터넷 깔린 집보다 아닌 집이 많았죠.
인터넷 되는 집이어야 쉐어 들어오겠다는 조건을 말했더니
이 알뜰한 쉐어 주인 아이는 이런 기기를 샀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나오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그거에요.
속도 7.2메가-_-;
저걸 가지고 여러 명이 돌려 가면서 썼어요. 돈도 나눠 내고.
(근데 제가 인터넷을 필요로 한 건 070 전화기 때문이었는데
모바일 브로드밴드로는 그 전화기를 쓸 수 없죠! 결국 제겐 큰 의미는 없었다는 슬픈 얘기.)
한국의 이미지 많은 홈페이지는... 뜨는 것보다 안 뜨는 페이지가 더 많았습니다. 녜에.
뭐 그래도... 인터넷이 된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는데
김연아의 경기 동영상을 여럿이서 모여 보며 기뻐한 후 어느 날...
고지된 통신비를 보고 모두 쓰러졌어요.
정액 후불제였는데, 정해진 액수에 해당하는 용량을 넘겨 사용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마구 올라가는 것이었던 거죠.
동영상은 용량이 커서 요금이 많이 부과된 거고요.
(두어 개 봤나, 그랬는데 말이죠!)
N분의 1해서 냈는데... 두당 12만 원 이상씩 냈어요.
저는 저 때, 단돈 1달러도 아껴 가면서 살던 때였다구요 ㅠㅠ
아아 내 돈... ... .

애들하고 같이 차려 먹은 한식 밥상.
사진의 품질이 참 즈질이네요.-.-;
찍는 데에만 의미를 두다 보니...
된장국, 묵은지(한인 마트에 김치 팔아요), 치즈 넣은 계란말이,
그리고 닭모래집 볶음! 이에요.
가끔,
늘상은 아니고 가끔, 닭모래집이 마트에 있을 때가 있었어요.
득템일세~ 하고 사다 볶아 먹곤 했는데
궁금한 거죠... ... . 호주 사람들은 이걸 도대체 워디다 쓸까?
우리처럼 그렇게 먹을까? 진짜? 무슨 요리를 해서?
...호주 친구에게 물어본 적은 없어요-.-; 따라서 답 모름.
애고애고. 올리려고 준비해 놓은 사진은 더 있는데
제가 '이야기'에 중점을 두다 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지네요. ㅋㅋ
고만 하고 다음에 이어서 해야 할 듯 싶어요;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좀 뜬금없이 자르는 것 같긴 한데
음식 사진에서 잘라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드옵니다. ㅋㅋㅋㅋ)
읽기 지루하셨다면 죄송해요. -.-;;;;; 간단하게 좀 써 보고 싶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정리하듯 쓰다 보니...; 생각보다 훠어어어얼씬 길어지네요.
(네; 저 사실 이런저런 얘기 하는 거 좋아해요. ㅋㅋ 듣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하고...)
뽐낼 음식 솜씨도, 멋진 사진도, 뭔가 여러분께 전해 드릴 저만의 팁도 없지만
이야기 들려드리는 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감히 게시물 올릴 용기를 내 봤어요.
뭔 말이 이리 두서없이 많노, 하신 분들께는 죄송,
한 분이라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감사; 하고요.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