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 몰라요
아내, 남편 알아요!
사소한 것 까지 너무나도 비슷한 부부의 생활을 파헤쳐보아요.
우리집 식탁은 항상 뭔가가 잔뜩 있어요.
반찬을 "갯수"로만 보는 남편이 아직도 익숙하진 않아요.
풀떼기는 갯수에도 못껴요. 생선이든 고기든 올라가야 잘 차렸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다 시엄마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고부갈등의 씨앗에 불씨를 당겨요.
하지만 곧 알게돼요.
밖에서만 밥 먹고 다니니 입에맞는 집반찬 많은게 그저 행복한거였어요.
초딩입맛 남편위해 전엔 관심도 없던 좀더 비싼 잡채어묵을 사왔어요.
이런제길. 이건 뭘 넣고 한참을 볶아도 네맛도 내맛도 안나요.
이런걸 사가라고 만든 회사를 향해 끝도 없는 화가 치밀어올라요.
티비를 보는데, 대전지방에선 유명하다는 "두부두루치기"가 나와요.
남편이 연신 입맛을다셔요. 맛있겠다는 말만 연발해요.
'그만좀해, 난 저거 먹어본적도 없어 시캬' 여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려요.
하지만 여자의 고질병인 "능률쑥쑥 호기심"이 발동해요.
오, 요녀석...생각대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월척이예요. 올레~
쿠키반죽을 랩심에 넣어 성형하는 건 다들 알아요.
그래도 아내는, 이런 알뜰하고도 똑똑한 자신이 대견해 견딜 수 없어요
네모모양은 랩통에 넣어 성형해요.
모 난 아내 성격과 일맥상통하는 각진 쿠키가 탄생할게 분명해요.
이 여자가 살이찌고싶어 안달났나봐요.
겨울용 청바지가 허벅지부터 들어가지 않아 바지를 꼭 쥐고 삼백번 콩콩이를 뛰며 겨우 입어야 정신을 차릴것같아요.
하지만 버터는 맛있어요. 설탕도 그 맛을 울트라 캡숑으로 증폭시켜요.
왜 맛있는건 다 살이 찌는지 아내는 도통 모르겠어요.
양심은 있는지, 버터를 안넣은 쿠키도 만들어요.
요즘 이 집엔 과자 굽는냄새가 동네빵집 뺨을 삼백만대 후려갈겨요.
이집 남편이 쿠키통을 얼싸안고 살기 때문이예요.
이게 다 군것질에 맛 들리게 한 시엄마 때문이라고
아내는 다시한번 고부갈등의 불씨에 화촉을 점화해요.
하지만 곧 알게돼요. 남편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안먹던 과자를 다 먹어요.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며 괜히 탓했던 시엄니께 무한한 사과의 마음을 갖게돼요.
남편이, 먹고싶다고 3박4일을 졸라서 겨우겨우 사준 비싼 아몬드후레이크를
반도 안먹고 처박아둬요. 저건 버리면 안돼요.
7천원이면, 지나다니며 군침만 흘린 별다방 커피와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쿠키에 넣어 속여먹여요.
이틀에서 삼일이면 사라질 쿠키들이예요.
첨엔 매일매일 반죽하고 다른걸 생각해내느라 아내는 진땀을 빼요
하지만 이젠 그런 실수따윈 안해요.
냉동실 가득 쿠키반죽을 쟁여놓고 그때그때 잘라 구워줘요.
이러면서 생색을 내 줘야 내 마누라 대단하다고 느낄게 뻔하기때문이예요.
수제비가 먹고싶었지만, 반죽이 너무 하기가 싫어요.
그래서 그냥 반죽 안넣은 수제비국을 끓여서 밥을 차려요.
남편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익숙한맛의 "국이래요.
그럼그렇지. 내 깊은 속을 알리가 없어요.
가끔씩 이쁜짓도 좀 하고 해야 남편 키우는(?)맛이 나요.
수박을 한덩이 가져왔길래, 남편은 조금만 잘라주고 아내 혼자 며칠을 내리 먹어요.
남편은 과일을 안좋아하니까 상관없어 라고 생각해요.
아기 생기면 아기한테 올인하느라 나 먹을게 없어질게 분명해요.
아내는 그래서 더더욱 철저하게 먹어치워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왔어요.
괜히, 아가씨땐 자주하던 된장놀이가 하고싶어져요.
그래서 손을 바들바들 떨며 커피와 케이크를 시켜요.
왠지 다시 아가씨가 된 것도 같고, 은근히 남편도 같이 있었음 좋겠고
아내의 기분이 야리꾸리해져요.
남편이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데, 그 앞에서 호박씨를 까요.
남편이 "호박씨는 뒤에서 까는거야"라며 시덥잖은 농담을 던져요.
날이 추워셔저 동태찌개를 끓였어요.
오 마이 갓.
나는 전생에 장금이였나봐요. 뭘 해도 너무 맛있어 미치겠어요.
이 실한 살점좀 보세요.
동태한테 쫌 미안하지만, 남의 살은 항상 맛있어요.
평소 찜해두었던 견과류에 제대로 지름신이 오셨어요.
버터를 줄이고, 견과류를 마구 쏟아넣은 쿠키를 만들어보아요.
신이시여, 진정 내가 만든 레시피가 맞나이까
아내는 마치 김영모쌤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요.
그날부터 견과류는 매일 식탁에 올라와요.
멸치가 아몬드 만나서 호강했어요.
빼빼로 데이가 다가와요.
여자는, 다년간의 실패로 얼룩진 빼빼로에서 탈피하고자
또 뭔가를 만들어봐요.
잔뜩 만들어 남편의 직장에 들려보내요.
안하던 포장도 하고 안묶던 리본도 묶어요.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거야, 라며 남편한테 말 했지만
사실은 다 나를 위한거예요.
남편 일이 잘 되서 부자가되면 내가 제일 덕을 많이 볼게 뻔하기 때문이예요.
수년 내 다가올 알 큰 반짝이는 무엇들을 상상하며 여자는 힘든것도 잊어요.
요게 제철이예요.
대낮이지만, 부부는 반주를 아끼지 않아요.
이 훌륭한 신의 물방울을 겸허히 온몸으로 받아들여요.
다 해치우고는 뿌듯해해요.
하지만 아내는 알고 있어요. 네시간 후면 김장 80포기를 하러 시댁에 가야해요.
시엄마, 시아빠 드릴 쿠키도 구웠어요.
무뚝뚝한 아들 두 놈(?) 키워주신 대단한 분들께
이런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울엄마한텐 안갖다줬는데..하며 마음 한쪽이 싸해져요.
결혼해야 엄마를 이해한다더니, 여자는 뒤늦게 철드는 자신이 미워서 설거지 하면서 울어요.
김장 80포기는 1박 2일에 걸쳐 마무리 하고 전리품을 가져왔어요.
이제부터가 큰일이예요.
냉장고 정리 생각에 앞날이 아득해요.
굴과 생밤을 넣은 김장 겉절이를 준비해요.
고기는 껍데기 붙은 생오겹살로 무리를 해서 장만해요.
내 입으로 들어갈건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해요.
내가 건강하고 기분좋아야 우리 가정도 건강하고 기분이 좋아질거라는게
여자의 기본적인 마인드예요.
신랑이, 수고했다며 남원에서 직접담근, 진하기 이를데없고 먹고 나면 요강을 뒤엎는다는,
시골옆집 아줌마가 이거 먹고 아들을 셋 낳았다는 그 전설의 복분자주를 따라줘요.
이남자, 무슨속셈이야 잠시 생각해요.
하지만 아내는, 노곤했던 몸을 위해 알콜을 섭취해요.
한잔
두잔
세잔
네잔
부부는 술이 떡이 되어버렸어요.
술 취해 멍멍이가 되기 전에 술버릇 없고 술 약한 남편은 얼굴이 벌개져 잠이들어버렸어요.
아내는 혼자서 식탁을 치워요.
내일은 소비자고발원에 고소를 해야겠다 다짐해요.
요강도 안부셔졌고, 아이가 생길 일 또한 없어요. 다 상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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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쓰다보니, 좀 경박한 표현도 있고 하지만
경제도 얼고 날씨도 얼었는데 다 같이 웃고 지나가자는 뜻에서 살살 넘어가주세용^^
울 팔이쿡 언니, 동생님들 모두
올 겨울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기도할께요~
모든 레시피는, http://blog.naver.com/prettysun007 에 있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