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11.1. 오후 7시.
집 현관에 이렇게 쌓아놓고 비닐을 덮어놨습니다. 사흘을 이렇게 있었습니다.
저 비닐은 종묘상에서 팝니다.
넓이가 넓고 길이는 내 맘대로 살 수 있고 두 겹이라 한쪽을 자르면 더 크게 펼쳐지지요. ^^
저걸로 차 뒷좌석에 깔고 배추를 얹어서 차가 깨끗했고
이렇게 배추 마르지 않도록 덮어주었지요.
덕택에 배추가 하나도 안 말랐답니다.
그리고 배추를 많이 움직이고 썰고 하는 거실에 깔아두니 바닥이 깨끗하네요. ^^
(어쩐지 작년에 비해 바닥청소가 수월하더라니... )

11.4. 오후 2:25 드디어 김장 시작임다!!
비닐을 홱 벗어던지고 반을 가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칼을 딱 배추에 꽂았는데...
어어... 잘라지지가 않는 거에요.
온 힘을 다 칼자루를 잡은 손에 쏟고 으랏찻찻!! 하고 힘을 줬어요.
몇번의 칼집을 한 후에 겨우 반을 갈랐어요.
왜 이러지?
하고 반을 딱 갈라서 보니....
허허허...

속이 이렇습니다.
너무 속잎이 꽉꽉 차서 칼이 들어가질 않은 거에요... ^^

속이 얼마나 꽉꽉 찼던지... 손가락이 들어가질 않아요.
제 올해 목표가 '통 큰 배추보단 속이 알찬 맛난 배추'였는데...
강력 사질토(모래땅)에서 명품 배추가 나왔네요! 흠하하하!!!

다른 것들도 그런가 막 잘라봤습니다...
어이구... 속이 꽉꽉 찼어요.. ^^


속이 이렇게 차있으니 크기가 그렇게 크진 않은데도 배추가 무거울 수 밖에...
저거 나르다 허리 아파서 혼났다니까요.. ^^;;
작년 배추와는 많이 차이가 납니다.
초강력 사질토에서 어떻게 재배하면 최상의 배추를 기를 수 있을지 올해 시험한 결과,
작년과는 완전히 차이가 나는 배추를 얻었습니다. ^^
이제는 토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흠하하하!!!!

이제 이 놈들을 절일 시간입니다..
원래는 아침 일찍부터 절이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절여서 저녁 때 건져놓고 밤새 물 빼고
다음날 오전에 속 넣고 일찍 끝내려고 했는데
시작이 늦어졌습니다.

11.4. 오후 2:40부터 절이기
제 절임방법에 대해 궁금해하신 분이 계셔서 좀 자세히 설명할께요.
저는 김치를 자주 담그지도, 잘 담그지도 않는답니다.
그런데 홀로 김장을 수년째 하다보니 제 경험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지요.
배추 절이는 방식은 세가지가 있는데요,
많이 하는 '건식'은 채소에 굵은 소금을 그냥 뿌려서 숨을 죽이는 겁니다.
'습식'은 소금 녹인 물에 채소를 담궈서 채소 안의 수분을 빼내는 겁니다.
'습건식'은 둘을 혼합해서 소금물에 담근 후에 소금을 또 뿌려주는 거죠.
대개는 김장에서 습건식을 하시죠.
저는 습식을 좀더 많이 합니다.
큰 통에 소금물을 진하게 타서 (맛을 보면 짤 정도로) 배추를 저렇게 넣어서 속속들이 소금물이 침투하게
한 후에 절일 통에 담습니다.
큰 통이 없으면 커다란 비닐에 담아도 되지요.
그리고 좀더 절이는 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하얀 줄기부분에 소금을 좀더 뿌려줍니다.
저 부분의 수분을 빼는데 제일 시간이 걸리니까요.
대신 습식으로 하면 시간이 좀더 많이 걸립니다.
습식으로 하면 서서히 빠지다보니 더 채소의 단맛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소금물을 좀더 부어주세요.
아래에 깔린 배추는 소금물에 담궈질 정도로요.
그리고 5시간정도 지난 후에 보면 소금물이 확 올라왔을 거에요.
배추에서 물이 빠져나온 거죠.
그러면 위 아래 배추를 바꿔줍니다.
아래에 배추는 더 많이 절여졌으니 덜 절여진 위의 배추를 밑에 깔아주는 거죠.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배추를 확인해보니...
배추가 70-80% 정도 절여졌더군요.
자고 일어나면 8시간 후일텐데 너무 팍 절여질까 걱정 되겠지요?
그러나 습식이면 그런 걱정은 별로 안합니다.
그냥 덮어놓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1.5. 오전 9:30
거의 18시간을 절임.
아침에 일어나서 배추를 확인했습니다.

너무너무 잘 절여졌어요.
기가 막힙니다. ^^
아이고 만족스러워요.


잘 절여진 정도는 저렇게 굵은 줄기를 뒤로 제껴서 부드럽게 휘어질 정도입니다.

맛도 중요하죠.
잎을 떼어서 먹어봤어요. 조마조마... 그런데...
흑!!!! 너무너무 맛있어요....
먹다가 감격해서 울 뻔 했습니다...
내 생애 이렇게 단맛이 도는 배추는 첨이에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 '배추가 달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배추 자체가 단맛이 돌고 적당히 잘 절여져서 양념 하나도 안 한 절임배추일 뿐인데도
너무너무 달아서 맨 입에 배추 속잎을 왕창 뜯어먹었습니다.
허허허... 멈출 수가 없네...
올해 제 배추재배 목표가 '맛있는 배추'였어요.
그 목표를 이뤄서 감격이었답니다.

배추를 깨끗이 헹궈 물기가 빠지도록 놔두고...

11.5. 오전 11시 양념 미리 만들어놓기.
이번엔 정말 깔끔하게 양념을 했습니다.
찹쌀풀을 아주 묽게 쑤었는데 찹쌀에 고구마가루를 좀 넣어서 쑤었어요.
고구마가루에 대해서는 이미 올려놨지요?
그리고 흰콩을 전날 불려놨다가 믹서에 갈아서 혼합했습니다.
그 외에는 멸치액젓, 새우젓, 마늘, 생강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재료는 쪽파만 넣었습니다.

배추 물기 빠지는 동안 뭐했냐고요?
올해 김장은 25포기 정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확하면서 배추 포기도 좋았고, 이 정도면 다른 이에게 나눠주기 충분한 양이 나오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너무 몸이 힘들고 무리했다간 며칠 고생할 것 같아서,
몸 고생보다도 더 무서운 건 할 일이 많은데 며칠을 피곤 때문에 아무 일 못하는 게 겁나서
어떻게할까 고민 좀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그냥 남은 배추를 기증하자고요.
작년까지는 김치를 담궈서 김치로 기증을 했지만 올해는 포기수를 줄일 정도로 피곤하게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지라... 도저히 김치를 담궈서 기증할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배추 포기째로 기증하기로 하고 장애인센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역 장애인센타에 전화해서 몇 포기 안되지만 배추가 필요하시냐고 하니 좋아하시네요.
대개 장애인센타에서는 푸드뱅크를 운영하거든요.
김장하는 날 가져가시겠다는군요.
김장배추가 예상보다 속이 꽉 차서 포기 숫자를 좀더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9포기를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김장에 같이 사용하도록 제일 큰 무 하나도 같이 포함했고
무청도 2 묶음 같이 드리기로 했습니다.

장애인센타에서 마침내 오셔서 가져가셨어요.
무청 갈무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저 정도면 웬만한 김장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잘 된 배추라 김치를 많이 담그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만큼 잘 된 것은 다른 이의 몫이 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넉넉치 못해서 남에게 나눠줄 것은 없지만 이건 드릴 수 있지요.

그 분이 배추를 다 들고 가시니 드디어 현관이 깨끗해졌습니다.
아이고 시원해!!!
너무너무 현관이 넓어 보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분 다녀가시고 또 다녀가신 분이 계십니다.
11.5. 오후 12시.
김치냉장고를 청소하는데 어어... 패널이 이상한 거에요. 고장났구나!!
싶어서 낮 12시에 딤채 서비스센타로 전하했죠.
지금 전화해도 내일쯤 오겠구나... 했는데 웬걸 2시간 후에 방문한다네요. 아이구 잘됐다!
그런데 그보다 빨리 오셨네요.
보시더니... 어라라?
내가 할 때는 죽어도 안 꺼지더니 그 분이 하니 되네? 뭐 이런 눔이 다 있노?
너를 10년 이상 돌봐준 주인을 무시하다니!!
대신 다른 것을 오신 김에 손봐주셨습니다.
남자분과 한참 김치 대화를 나누고 그 분은 즐겁게 가셨습니다. ^^
워낙 오래된 초창기 김치냉장고라 복잡한 조절기능도 없어요. 간단합니다.
그리고 저는 김치냉장고의 익힘 기능을 안 쓴답니다. 그냥 '보관'만 써요.

11.5. 오후 2:20
그 분이 가시고 본격적으로 준비!
무채를 썰었습니다.
뭐가 이렇게 굵냐고요?
무채를 보통 가늘게 써시는데, 그렇게 썬 무채 안 먹죠?
다 털어버리잖아요.
저렇게 썰면 나중에 무채 다 먹고요, 아삭아삭 맛나답니다.

단, 이렇게 먼저 소금으로 절여 물기를 빼줘야합니다.
안그러면 물이 많이 나와서 맛난 배추양념을 무채가 쓸어가요.

10분후.
굵은 소금 넣고 마구 뒤적여주면 이렇게 물이 빠집니다.
꽤 많이 빠지지요.
그런데 이 무채는 양념에 섞지 않습니다.
왜?
김장배추를 담을 때 맨 나중에 먹을 김치는 제일 먼저 담습니다.
제일 밑에 깔리잖아요.
그렇죠?
그건 아마도 내년 여름쯤에야 개봉할 겁니다.
그러니 거의 묵은지처럼 먹지요.
그러니 무채가 들어가면 망합니다. 먹지도 못하고 다 털어버려요.
그러니 묵은지용에는 고춧가루 양념만 바르는 게 좋아요. 부재료는 안 넣습니다.
고춧가루양념 미리 만들어둔 것을 배추에 발라줍니다.
햐얀 줄기부분에만 좀더 발라주고 파란 잎 부분은 그냥 잎만 지나갑니다.
그래야 나중에 김치가 시원하지요.
많이 바른다고 맛난 게 아닙니다.
김치냉장고 한 쪽은 모두 다 그렇게 양념을 해서 담았습니다.

우리집 김치냉장고는 지금은 나오지도 않는 94리터짜리입니다.
그래서 김치통에 담아 넣으면 너무 적게 담겨요.
이렇게 담으면 2배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안쪽에 얇은 스치로폼을 사면에 대줍니다. 맨 밑바닥에도요.
그리고 비닐을 두겹으로 한 후에 김치를 담습니다.
이렇게 수년째 하는데 맛도 더 기가 막히고 절대로 얼지 않습니다.

김치는 공기를 접하지 않아야 됩니다.
이런 타이를 사용하면 완전히 말폐 가능해요.
꽉 잡아당기면 내년에 개봉할 때까지 완벽하지요.
문구점에 가면 팝니다.
저 끈이요 미국에서는 범죄자 우송할 때 수갑대신 사용하더라구요...

김치가 아주 잘 담궈졌어요.
배추가 좋아서 각 포기당 4쪽씩 다 나왔습니다.
충분히 다 저장했습니다.
어쩜 양이 딱 적절한지...
냉장고도 작년 묵은지 남은 거 2통 때문에 포화상태인지라 한 포기만 더 했어도 둘 곳이 없을 뻔 했어요.
기증하길 잘했네요. ^^

마지막 김치통이 안 닫혀서 속의 하얀 배추속만 베어내서 따로 담아내니 비로소 김치통이 닫기네요.
요건 수육 먹으면서 먹고 있습니다. 한 며칠 요걸로 끼니 때울 거 같아요. ^^
다른 건 다 필요없습니다. 따뜻한 밥이랑 요 김치면 끝!!

무채를 양념에 섞어서 배추 속으로 넣고 남은 것은
남은 양념에 무쳐서 무김치를 담았어요.
이것도 별미지요.
김장하실 때 양념은 조금 넉넉히 하셔서 무채에 섞어 익혀보세요. 기가 막히답니다.

그리고 돌산갓...
절이는 사진이 없었네요.
돌산갓도 배추 뽑을 때 같이 뽑아왔답니다.
절임 배추 건지고 남은 소금물에 돌산갓을 담가뒀어요.
배추 헹구고 물기 빼고 속 넣는동안 돌산갓은 푸욱 소금물에 절여졌습니다.
만일 무청김치를 담고 싶으시면 무청을 배추 건진 소금물에 담그세요.
단!!
무청은 절대로 완전히 절이면 짜서 못 먹습니다.
무청김치 짜서 못 먹겠다고 한 분이 계셨는데 그건 너무 푹 절여서 그렇습니다.
무청 절일 때는 무청을 휘었을 때 약간만 휘어지는 정도, 확 휘면 딱 부러질 정도까지만 절입니다.
덜 절여진 것 같죠? 그 정도가 딱 좋습니다.
완전히 배추처럼 푹 절이면 짜서 못 먹습니다.
무청김치에 대해서는 여기 글을 보세요.
(http://blog.naver.com/manwha21/130021441157)
배추 다 저장하고나니 돌산갓이 적당히 절여졌네요.
남은 양념에 섞어서 돌산갓 김치도 담갔습니다.
좀 양이 부족한 2통이 나왔어요.
한통은 내가 먹고 한 통은 푸드뱅크에 기증할 겁니다.
전 한통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돌산갓 딱 익었을 때 전화 드렸더니 그 분이 받으셔서는
"안그래도 주신 배추랑 무로 김치 담그고 있어요"하셨습니다.
그래서 "돌산갓 한통이 딱 익었는데 가져가시겠어요?"했더니
"돌산갓요???"하며 너무 좋아하시네요.
그것도 바로 오셔서 가져가셨습니다.
익은 돌산갓을 먹어보니 어쩜 그리 맛있던지...^^
가져가신 분, 맛나게 드시고 계시죠?

이것까지 끝내니....아이고, 살 것 같습니다.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다 찬 것도 기쁘지만,
내 계획대로 배추농사가 잘 되었고 맛도 좋아서 너무 기쁩니다. ^^
김치냉장고는 지금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김치가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는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내년에 먹을 김치라고 해도 지금 어느 정도 익혀놓은 다음에 보관을 해야 맛이 좋습니다.
나중에 먹을 거라고 온도를 낮춰놓으면 김치가 미칩니다.
한 사흘정도 있으면 김치에서 좋은 익은 냄새가 납니다.
그려면 전원을 키고 '보관'으로 맞춥니다.
그렇게해도 절대로 쉬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맛나게 다음 해 가을까지 맛난 김치를 먹을 수 있답니다.
김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치강의를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지킵니다. 특별한 비법도 없고 특별한 재료를 넣지도 않습니다. ^^
그러니 알려드릴 것도 사실 없습니다. 요게 다랍니다.
올해는 몸이 아프면 큰일인지라 최대한 필요한 양만 했고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이제 김장을 마쳤으니 남은 갈무리들을 슬슬해야겠지요.
요것도 틈나는대로 할 것입니다.
그것들도 쉬운 건 아니네요.
그것들도 차근차근 하면 또 알려드리지요.
그럼 모두들 맛난 김장 담그세요.

이제 드디어 김장의 계절이 시작되었슴다....아이구 아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