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주말농장을 합니다. 7년째입니다.
이제는 주말농장이 아니라 '텃밭'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올해는 운이 좋게 꽤 넓은 면적을 얻어서 재배 면적이 왕창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배추, 무 재배양은 예전 그대로 했습니다.
해마다 재배하는 방법, 기술을 상승시키면서 그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올려왔습니다.
텃밭농사는 이제 '믿을 수 있는 채소를 먹는다'는 이유는 거의 30% 정도의 이유 밖에 안되고
그 외에 제가 얻는 게 너무 많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유기농채소를 먹기위해'가
목적 전부가 되면 더 많은 것을 얻지 못한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정말 필요한만큼만 담기로 했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김장 이틀이 버거워 도움을 받을까도 생각했었습니다.
텃밭에서 수확해서 김장을 할 때는 날짜를 내가 정할 수가 없습니다.
배추나 무가 어는 날씨가 닥치기 전날이 바로 김장하는 날이 되니까요.
이번에도 이쪽에 갑작스럽게 추위가 닥쳐서 부랴부랴 배추부터 뽑았습니다.
뽑고 사흘 후 김장을 했지요.
도시인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거리가 될 듯하여 그 배추 수확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김장이야기까지 마칠께요.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겁니다. ^^;;

밭에 도착해서 먼저 배추부터 뽑았습니다.
배추를 뽑을 때는 아예 시든 잎은 완전히 정리해서 가져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집안이 흙투성이가 되어서 뒷일이 많아요.
그래서 배추 수확하러 갈 때는 반드시 부엌칼을 갖고 가야합니다.
모두 25포기입니다.
작은 것이 다섯포기고요. 요것은 국 끓여먹을 겁니다.
저 함지박으로 세 포기씩 담기기 때문에 8번 왕복해야 다 옮깁니다. 으이구

저 밭의 길이가 꽤 길어서 저 거리를 걸어서 배추 옮겼다간 내 허리 뽀사집니다.
다행히 고구마를 이미 캔 상태라 저 밭으로 차를 들여와서 내 배추 이랑 근처에 대기로 했어요.
문제는 어제 비가 왕창 온지라 밭이 많이 물러졌다는 거죠.
밭이라는 게 원래 도로보다 물렁한데다가 비에 젖어있으면 그야말로 수렁이 되어버립니다.
잘못 차가 들어갔다간 바퀴 빠져서 못나오기 십상이죠.
다행히 이 밭이 사질토라 좀 낫겠지...하면서 과감하게 차를 몰고 들어왔심다

바짝 댔더니 하필 그 지점이 흙이 너무 물러서 바퀴가 빠지더라구요.
조기 푹 패인 곳 있죠? 그 지점입니다.
그래서 좀더 떨어져서 댔습니다.
이런 상태에다가 배추에 무에 왕창 실으면 자칫 차가 못 빠져나갈 수도 있잖아요.
렉카차 또 부르기 싫습니다...ㅠ.ㅠ
(감자 캐던 날 고랑에 뒷바퀴가 빠져서 렉카차를 불렀답니다...)
얼른얼른해야함다.
요즘은 오후 5시면 어둑어둑해져서요...
식칼 들고 나섰습니다!

수확한다고해서 막 뽑아서 들고 오는 게 아닙니다.
밭에서 미리 정리를 다 해서 옵니다.
시든 잎은 버리고 딱 정리해서 집으로 옵니다.
안 그러면 집안이 흙투성이로 난리가 나지요.
김장보다 그 뒷처리가 저는 더 힘들더라구요.

잔해들입니다....

무도 수확이 괜찮습니다.
많이 심지 않고 딱 김장하고 겨우내 국물 낼 정도만 심었답니다.

수확해서 바로 무국 끓이면 고기 안 넣어도 너무 달고 맛나답니다. ^^


무도 이렇게 미리 정리해서 집에 가져갑니다.
무는 무대로, 무청은 무청대로...

무청은 이렇게 끈으로 엮어서 들고 갑니다.
여섯묶음이 나왔어요.

무는...아이고, 저거 들어보려다 허리 뽀사질 뻔해서
둘로 나눠서 차로 옮겼습니다.

먼저 앞자리에 돌산갓이랑 가득 싣고 운전석만 비워둡니다.

뒷좌석은 미리 비닐을 깔아뒀죠. 배추가 천장까지 꽉 찼습니다.ㅋㅋㅋ
덕택에 백미러가 소용이 없었지요.

전날 비가 온 밭에 배추와 무를 꽉꽉 실었더니.. 차 바퀴 들어간 것 보세요.
진흙성분이 많은 밭에 저렇게 차 몰고 들어가면 못 나옵니다....

뒷트렁크에도 무와 무청이 꽉꽉...
덕택에 닫히지 않아서 트렁크 열고 달렸습니다. ^^;;

아이고, 벌써 이렇게 어두워졌습니다.
밭에는 가로등은 커녕 집도 없습니다.
이제 완전히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갇힙니다.
얼른 탈출해야겠습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차 키가... 차 키가 없어요!
왜 내가 차 키를 빼놓은 걸까? 밭 한 가운데 훔쳐갈 사람도 없는데?
차 키가 어디 있는 걸까?
얼른 바구니를 뒤졌습니다. 분명히 거기 있을테니까...
그런데... 없어요!!
없.............다!!!!!!!!!!!!!!!
오마이갓... 이걸 어째!!
바구니에 없다면... 어디에??
옷의 주머니를 마구 뒤져도 없어요!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밭, 어딘가에 흘린 걸까?
주머니에 넣었다가 일하면서 흘린 걸까?
밭은 이미 어두워졌고... 어떻게 찾지?
전에 휴대폰을 밭에 흘렸을 땐 전화 걸어서 벨소리로 찾았는데 차키는 어떻게??
차 뒷트렁크에 들어갔을까? 뒷좌석에 들어갔을까???
그러면 이미 실은 배추, 무를 다 들어내야한단 말인가?
눈앞이 노래졌습니다.
주변엔 가로등도 없습니다.
이미 캄캄한 밭 한 가운데에 혹여 어딘가 떨여져있다 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키 없이 시동걸려고 서비스 신청하려고 해도 일요일 밤입니다.ㅠ.ㅠ
올 사람이나 있을지...
차를 그냥 두고 가려고 해도 차 안에 배추가 꽉꽉이고... 도로 밭에 내려놓을 수도 없고...
그리고 집에는 어케 간단 말인고?
휴대폰도 안 가져왔고...
집에는 또 어떻게 간다해도 열쇠가 없으니 집안엔 어떻게 들어간다?
눈앞이 캄캄해져서 망연자실한 상태로 몇 분을 서있던 그 때....

엄마나... 저렇게 얌전히........
엉엉.....
감격에 겨워하며 차에 앉아 천천히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딱 밟았습니다...
그런데... 차가 헛바퀴를 도는 거에요.
어마나.... 이건 또 뭐야... 나 오늘 드라마 찍는 거야???
진정 렉카차를 불러야하는 거야?
밭흙이 물렁거리는데다가 너무 많은 짐을 실어서 차가 내려앉았나봅니다.
안 움직여요..ㅠ.ㅠ
이대로 차가 밭에서 못 빠져나가는 거 아녀?
오늘 가지가지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바퀴가 슬슬 흙 속에 묻힌 겁니다.
그런데 전에 감자 수확한 날도 한번 당한 일 아닙니까.
한번 경험한 게 도움이 되네요.
그때 도와주러 온 레카차 기사가 하던 것을 따라해봤습니다.
기어를 2단으로 놓고 강하게 악셀을 꼬악 밟았습니다!!!!
저는 2단 기어를 놓은 적이 운전 15년간 단 1번도 없습니다..
왱!!!!!!!!!!!!!!!!!!!!!!!!!!!
그리고 그 순간 차가 팍 튀어 나갔습니다.
살았다!!
그 기세로 바로 앞으로 무섭게 전진해서 밭을 빠져나왔습니다..........
어이고 살았다...
집에 오는 내내 열린 트렁크와 뒷좌석에 천장까지 쌓인 배추들 때문에 백미러가 안 보이고
조수석 사이드미러 역시 쌓인 것들 때문에 안 보여서 운전석 사이드미러만 보고 운전했습니다.
집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이고 살았다!' 싶더군요.
그제사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허리야....
집으로 나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게 총 6회. 한번에 함지박 두개씩 나르다...

배추와 돌산갓은 이렇게 현관에 쌓아놓고 비닐로 꽁꽁 덮어놨습니다.
신발장 문 못 열 것 같아 미리 신을 신발 빼놓고.. ^^
여기까지만 했는데도 살 것 같심다...

2탄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