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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하루에 한 접시, 열쇠가 신발 안에 있다

| 조회수 : 6,507 | 추천수 : 164
작성일 : 2009-11-14 00:30:45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금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밤입니다. 저희 사는 여기는 방고래 구들장 같은 게 있을 리 없는 아파트이지만^^ 난방 단속하는 걸 깜빡 잊은 바람에 아직까지도 발바닥 아래가 제법 뜨끈합니다.    


어제 아이가 엄마 핸드폰 충전 안 해도 돼? 툭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그 말에 괜스리 핸드폰을 붙잡고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왜 그러느냐, 아이는 묻고
전 먹는 거 사진이 너무 없어 그런다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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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야 항상 챙겨 먹습니다. 지난 주에 올린 글의 그것들이랑 다름이야 없지만요. 날씨 탄다고 팬케이크와 수프(스프나 슾 말고 수프, 할 때 떠오르는 그 수프 말입니다^^) 정도가 더해졌을 뿐입니다.  

평일엔 점심을 다 따로 먹습니다. 그러고보니 새삼스럽네요.

하하 참...우리 J 밥을 준단다. 학교에서. 애 점심을 챙겨 준단다. 밥도 주고 국도 주고 김치와 채소 반찬을 고루고루 준단다. 나 이제 한식으로 도시락 안 싸도 된단다.

아이의 학교 급식, 그건 생각만으로도 제 입가에 ‘아무도 모른다’의 웃음을 추릅추릅 흐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적고 있자니 그때의 그 해방의 아우성이 제 속내의 방방곡곡에 다시 마구 울려 퍼지는 것 같네요...^_^  

이 정도면 달랑 세 식구 저녁 식사 해서 차리는 거, 일도 아닌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반타작 했나 봅니다. 월요일엔 해 먹었고, 화요일엔 제가 퇴근이 늦어서 둘이 뭐 사먹으라고 했고(뭐 사먹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수요일에도 제가 여의치 않아서 둘이 짜장면을 사 먹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목요일엔 저녁을 지어 먹었습니다.

오늘 저는 저녁을 차렸지만, 만일 어젯밤 아이의 말에 무심히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제가 먼저든 남편이 먼저든, 저녁 간단히 사 먹고 말자는 말이 나왔을 거고 그 말에 따랐을 겁니다.

그렇더라고요. 여러모로 집에서 해 먹는 밥이 유리할 게 없어 보이더라고요. 이것저것 따지며 사다 보면 세 식구 한 끼 밥에 드는 돈이 적잖고, 그런데 길 양쪽엔 밥집이 지천이고, 그 중엔 못 먹어 본 것들도 많고, 결정적으로 저희가 밥 먹는 일에 그리 대단한 기대를 하거나 까다로운 기준을 갖다 대는 치들도 아니니 외식이냐 아니냐를 놓고 별 고심할 거 없으니까요.  

아까도 밥을 하면서 또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럼 난 왜 밥을 하고 있을까? 밖은 못 미덥고 난 미더워서? 요리하는 게 좋아서? 요가가 심신의 숙련이라던데, 나에게 요리가 바로 그런 거? 아니면 ‘내 집 내 식구들과 내 마음대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어서?

답은 모르겠고, 그냥 오늘 제가 밥을 하고 싶었던 이유 정도는 알 것 같았습니다.

오늘 바깥은 비에 젖어 축축했습니다. 어제보다 빨리 해가 졌고, 제가 오갈 수 있는 길가의 밥집들은 그냥저냥 시시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었습니다. J 녀석 숙제가 없거나 있어도 주말 이틀이면 할만할 금요일. 그러므로 식탁 대신 밥상에서 영화 한 편 틀어 놓고 밥 한 수저 뜨는 데 몇 분이 걸려도 바쁘지 않을 금요일.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이 무기나 식량을 채우듯 심각하고 비장하게 배를 채우지 않고, 바닥을 기는 로빳데리 상태로 굴어도 괜찮을 법한 느슨한 저녁이었던 겁니다. 이런 즈질^^ 정신머리로 저는 정말 대충 저녁을 해 먹고 UP을 보았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보통 때 같으면 영화가 중간을 넘어가면 ‘먼저 간다’ 손을 흔들며 잠에 빠져들고 마는 남편도 오늘은 (아니!) 뜬눈이었습니다. 영화가 두 시간은 넘었을 텐데, 그때까지도 저희는 밥상을 물리지 못했습니다. 보통 때의 네 배? 다섯 배?....    


아래는 그 반타작 저녁 밥상에 오른 먹을 것들입니다. 한 번에 한 접시만 찍어 놨네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저희 밥상이 매우 단촐합니다.

저희 가족은 밑반찬을 잘 안 먹습니다. 남편은 제가 만났을 때부터 반찬 종류는 극소량만 먹는 식습관을 가졌고, 저는 저대로 갓 나온 채소나 심심한 곡물 콩과 두부를 좋아하는 식성을 가졌고, 한국 식당이나 한국 식료품 가게에 흔하지 않은 곳에서 입맛을 다진 J는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 곧 한국 음식 전부인 식성을 가지게 되었고...그러다보니 젓갈이나 마른 반찬은 없어도 그만이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찬은 없어서 그만이고...그렇게 된 것이죠^^;;;;

아무튼, 월요일엔 닭고기로 요리를 했습니다. 국 하나 더했고, 살짝 찐 두부 한 모와 오이 당근과 김 정도를 상에 올린 것 같습니다. 김치와 매실장아찌가 있었고요.

그 얼마 전 파인애플을 싸게 팔길래 한 송이? 샀습니다. 벗기고 깎아 보니 빨리 먹어야겠길래 어서 먹이고 고리 두 개쯤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걸 보고 생각이 나서 닭고기 가슴살을 사다 만든 겁니다.

이름도 없는 요리인데...카레 가루를 버무려 파인애플과 함께 넣은 닭고기 가슴살 볶음쯤 되려나요. 카레와 닭고기의 조합이야 유명한데, 제가 해 먹는 건 카레와 닭고기를 푹 끓이는 게 아니고 닭고기에 카레 가루를 버무려 볶는 겁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닭고기를 파인애플 즙에 재워둡니다. (술이나 우유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파인애플은 굵게(두툼하게) 썰어 둡니다.
:닭고기에 레몬후추나 굵은 통후추를 뿌립니다. 소금도 뿌려줍니다.
:카레 가루를 묻힙니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 것이 고춧가루가 아니고 카레 가루입니다. 이때는 노랑 카레가루 말고 반달루(요즘 보니 인델리에서 반달루 카레 가루를 팔더군요. 전 그걸 썼습니다.)처럼 토마토 소스 베이스의 매콤하고 새콤한 가루를 쓰는 게 더 맛있습니다. 노란 강황이 많이 들어간 카레 가루를 버무려 볶으면 조금 텁텁한 맛이 납니다.  
:닭고기에 각종 마른 허브를 뿌려 가볍게 버무려줍니다. 없으시면 샐러리라도 다져 씁니다.
:닭고기에 구운 마늘을 뿌립니다(없으면 생마늘을 굵게 다져 쓰는데 구운 마늘이 좋습니다)
:올리브유와 포도씨유를 반반 섞어 두르고 센 불에 닭고기를 볶아줍니다. 반 정도 익었으면 파인애플을 넣고 불을 줄여 계속 볶아줍니다. 아까 그 붉은 빛은 어디론가 가고 옅은 주홍이나 진한 노랑이 보일 겁니다.
:파인애플이 뭉글게 되면 즙이 나오고 그 즙이 닭고기에 배이게 합니다. 충분히, 부드럽게 익혀줍니다.








이렇게 해서 먹으면 됩니다. 감자처럼 보이는 저것이 파인애플인데, 부드럽고 달콤해서 반달루 커리에 매콤새콤하게 버무려진 닭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카레 맛이 강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맛있게 먹습니다.  

목요일의 한 접시는 상추 살짝 무침^^입니다.

동네 마트에 갔더니 갈치 네 마리에 팔천원을 받길래 사 왔습니다. 두툼하고 큰 갈치 구워 주면 보드랍다고, 한국 갈치 정말 맛있다고, 좋아하며 잘 먹는 녀석인 줄은 알지만 이사 와서는 아직 한 번도 못 샀습니다. 아이와 제가 기억하는 그런 맛을 낼 것만 같은 갈치는 너무 비싸더군요. 자잘한 갈치를 씻어 말렸다가 굽는데, 팬에 들러 붙고 난리가 나서 그 사진은 없고, 이것 뿐입니다.  

그날 갈치랑 같이 상추를 샀습니다. 한 봉지에 천 구백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깜짝 세일인지 천원에 팔길래 냉큼 집어 온 겁니다. J 녀석 채소 많이 먹이고 싶을 때면 이렇게 자주 해 줍니다. 열 살 쯤 되었을 때 한국 갈비집에서 상추 무침을 아주 맛있게 먹는 걸 보고 그때부터 자주자주 해 주었습니다.  

설명 드릴 게 없는 요리라^^;; 짧게 적습니다.

:상추를 깨끗이 씻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공정인 것 같습니다.^^
:상추의 물기를 천천히 촘촘히 닦고, 들기름과 참기름을 1:1 정도로 넣습니다.
:깨소금 종류를 듬뿍 뿌립니다. 마늘 갈아 둔 것도 조금 넣습니다.
:고춧가루를 약간 뿌립니다. 생략해도 됩니다.
:아이 줄 거니까 삭힌 강한 액젓 같은 것보다는 국간장이나 해물간장을 마지막에 조금 뿌립니다. 동시에 매실즙도 조금 뿌려 줍니다. 싱겁다고 그러면 원래 싱거운 거라고 말하고 주고, 아무 맛도 안 난다고 하면 맛나게 하면 상추가 물러서 못 쓴다고 우겨서 먹입니다.






이건 딸기.

그 전날 딸기를 봤습니다. 겨울에 한국 딸기라니!!! 싶어 한 팩을 샀습니다. 정말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달고 폭신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솜사탕 딸기. 그리고 이날 남편이 두 팩을 더 사왔습니다. 두 팩에 오천원을 받더라나요.
그렇죠. 물러버린 딸기가 섞였을 가능성이 매우 컸겠죠. 그런 걸 잘 모르거나, 알아도 가격에 끌려 사 온 거였겠지요. ^^  물러버린 부분을 베어 내고 할머니께서 백화점 구경 다녀오시면서 받아다 주신 접시에 담아 주었습니다.


이런 걸 먹다 미국 딸기를 먹었으니..
그러게..그 딱딱한 딸기라니..

저희는 이런 소릴 하며 황송하게 딸기를 먹는데,
J 녀석은 뭔가 튕기는 딴소리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근데 난 미국 딸기도 좋았어 엄마. 그건 휘핑 크림 해서 먹으면 맛있잖아.
에..뭐 그렇긴 하지. 이 딸기는 휘핑 크림까지 얹으면 좀 뭐랄까...오바라 할 수 있지.
난 한국 딸기도 좋은데 미국 딸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애.
그래라 그럼. 근데 엄마는 이 딸기만 먹을래. 너나 미국 딸기 마니 머거.
(남편 피식..)  




그리고 금요일 오늘 해 먹은 한 접시입니다.

어제 사 온 갈치가 자잘하게 여럿이라, 오늘도 먹어야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한 가지쯤은 어제랑 다른 걸 해 주고 싶었는데 마트에 다녀 올 시간은 없고...
선반을 보니까 참치캔이 있길래 이걸 했습니다.

참치 전이나 참치 동그랑 땡 못하는 주부는 찾기 어렵겠지만^^적어는 봅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참치로 밥반찬은 잘 안 만들었습니다. 샌드위치 속으로 쓰는 게 다였지요. 이사 와서 아이가 참치 김밥 좋아하는 거 보고 해 먹기 시작했고, 거기선 구하기 어렵지 않았던 게살(크랩 미트)이 여기선 구하기 쉽지 않은 줄 알고 나서부터 크랩 케잌 대신 참치로 엇비슷하게 해 주게 되었습니다. 맛이야 같을 수 없지만, 영양 따진답시고 가끔씩 해 줍니다. 아래가 그 크랩케잌 비슷하게 만든 겁니다.  

:참치 기름을 빼 줍니다.
:원래는 샐러리라야 하는데, 마트에 갈 시간이 없어서 양파로 대신했습니다. 양파가 들어가면 질척해지니까 참치 전이 되기 쉬워서 가급적이면 샐러리를 쓰면 좋겠습니다.
:파의 푸른 부분을 잘게 썰어 뿌립니다. 잘게 썰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마구잡이로 썰었습니다. 파의 안쪽 즙으로 참치 반죽에 끈끈함이 돕니다.
:계란 흰자를 따라 넣어줍니다. 더욱 끈끈해집니다.
:레몬후추(또는 굵은 후추), 소금, 허브, 구운마늘(없으면 굵게 다진 마늘)을 넣습니다.
:바질 페스토(없으면 생략)을 넣습니다.
:빵가루를 넣습니다. 보통 참치동그랑 땡엔 두부나 밀가루를 넣는데, 전 빵가루만 넣습니다.
:성형^^;;을 합니다. 쿠키 틀을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피자나 치킨 시키면 따라 오는 저런 거 소스통 같은 거, 거기에 대강 눌렀다 빼 줍니다.
:올리브유와 포도씨유를 1:3 정도로 해서 둘러 구워줍니다.
:모양을 잡아야 하지만 난생 처음 공정을 사진으로 찍고 그랬더니 경황이 없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천천히 굽는(지지는) 동안 케쳡에 타바스코 소스를 넣어 섞어줍니다. 가게에서 파는 스파게티 소스나 스윗칠리 소스랑 내도 좋습니다. 스윗칠리 소스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모양이 정말 너무나도 안 살았는데, 다 익고 나면 키 낮은 컵케이크나 원통 모양으로 보입니다. 차려 내면 재료는 거의 같은데 어디서 딴나라 음식이라도 나온 것처럼 다르게 반응합니다(조카들을 보니 그렇더군요^^)














하루에 한 접시, 이번 주엔 반타작, 그러므로 합이 세 접시는 이상입니다. ^^

그리고 이건 제 일, 남의 일 읽어 보다가 생각이 나서...

지난 주 후반부터 이번 주 월요일, 한 화요일까지도 마음이 약간 심란했습니다. 별 일은 아니었지만요.
대강 털고 마음 비워 일어서려는데, 마음이 불러오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J 녀석은 세 살에 할머니 할아버지 곁을 떠났는데, 그땐 그래도 한글도 읽고 제법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떨어져 살다 보니 차차 한국말을 잊고 한글도 까먹고 그랬습니다.
한글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고, 집에서야 우리말을 썼지만 좀 더 많이 쓰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 뭘 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저를 만난 바람에 그냥저냥 살던 어느 날,

나갔다 돌아오니 문이 잠겼고,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빙그레...벙그레.. 제 얼굴에 미소가 퍼졌습니다.

이거 적기 얼마 전이었을 겁니다.
제가 아이를 혼냈습니다.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 한다.
가족을 걱정시키지 마.

그리고 이런 말도 그 전후에 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한테는 우리나라 말로 해 줘.

또 아빠는 늘 이렇게 말하지요.
열쇠나 지갑을 챙겨. 문 잠궜나 봐야지. 가스도. 항상.
열쇠 두고 갈 때는 남들이 알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우리집 열쇠니까.  


아이의 귀를 타고 들어와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여러 가지가 저렇게 드러났던가 봅니다.  
앞 집엔 오스트리아에서 와서 사는 가족이 있고, 저편엔 일본인 가족, 아래층엔 미쿡 사람이 살고...한국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우리집을 아는 한국 사람은 자기가 놀러가려고 하는 그애네 빼면 많지 않으니까...

이 쪽지 쓴 지 한 사 년 쯤 된 것 같은데...그때부터 고이 접어 간직해 왔습니다. 제 지갑에 아이나 남편 사진은 없지만, 핸드폰에도 그런 거 없지만, 아이가 보고 싶으면 저걸 꺼내 봅니다. 지갑을 잃어 버릴까봐 지갑엔 복사한 걸 넣어 다니고 원본은^^;;;서랍에 잘 넣어 두었습니다.

심란하던 마음이었으므로 그랬겠지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썼을 텐데
요즈음의 제 마음에 보탬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열쇠가 신발안에 있다.



맞다맞아. 열쇠는 머리 속이 아니라 신발 안에 있지.
알았다알았어. 걱정근심 고만하고 움직일게.
걸어다니고 뛰어 다니고 하다보면 뭔가 열리겠지.
안 되더라도 뭐 곁길이나 샛길이라도 보이겠지.
열쇠 꽂았다 치고서 신발 신고 헤매다 보면...


꿈보다 해몽은 여기서 마치고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주말 즐겁게, 건강하게 보내세요. ^_^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몽구스
    '09.11.14 2:37 AM

    blogless님 글 읽다가 팬 되어부렀어요~
    뭐랄까.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글이 넘 좋아서요.
    예전에 글도 좋았는데. 잡힐듯 말듯..상황을 눈감고 그려보다 피식 웃게 되는 그런 분위기가요.
    저도 아이가 가끔 툭툭 던지는 한마디 말들, 행동들,,기억하고 싶은데...
    블로그가 없어서!!^^ 단기기억에 머무르고 마는것이 늘 안타까워요^^

    파인애플 닭카레 볶음 꼭 한번 해먹어볼랍니다.

  • 2. 블루벨
    '09.11.14 9:15 AM

    아이 마음이 세심하고 예쁘네요.^^
    엄마가 해 둔 말도 다 기억해서
    엄마한테 감동도 주고.

    저도 딸아이랑 가끔 실랑이 한답니다.
    엄마한테는 한국말로 말해줘!!

    4살 무렵 곧잘 거리를 다니면서 읽던 한글도 다 잊어버렸네요.
    요즘 아주 열심히 한글 공부 시키고 있는 아줌마인데
    blogless님 글 읽으면서 제 아이가 연상이 되니
    글 읽으면서 자꾸 혼자서 비실 비실 웃어요.

    여기도 비 많이 내리고 날씨 우중충해서 마음이 좀 가라앉아있었는 데
    재미있는 글 읽고 갑니다.

  • 3. 애플
    '09.11.14 10:22 AM

    님의 글은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어려움을 주지만 사이사이 끼어 있는 유머(^^)가 웃음짓게 하네요....

    정말 꿈보다 해몽이시네요......아이의 귀여운 쪽지......아이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심오한 메시지......
    계속 웃다가 갑니다.......^^

  • 4. 예쁜구름
    '09.11.14 11:09 AM

    "젓갈이나 마른 반찬은 없어도 그만이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찬은 없어서 그만이고..."ㅋㅋㅋ
    제대로 된 해몽이네요.. 나도 흘려듣는 명언이 없는 지,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봐야겠어용^^
    열쇠가 신발안에 있다.. 생각 할 수록 참..............................................................

  • 5. 변인주
    '09.11.14 2:13 PM

    우기고 먹이느 엄마~

    아이를 잘 키우고 계신듯!

    열쇠는 신발안에~ 명언입니다.

  • 6. 더불어...
    '09.11.14 4:50 PM

    ㅎㅎ, 저희도 미국 살 때 남들 모르게 메모 같은 거 써붙여야 할 일 있으면
    한글로 쓰곤 했지요,
    남들 아무도 모르는 한글이니 암호가 될 수 밖에.
    열쇠는 어디있다, 엄마는 어디에 있다, 뭐....그런 거....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7. blogless
    '09.11.15 1:00 AM

    한 달하고 반이나 지났나 봅니다. 9월 말쯤 키친토크에 첫 글을 올렸으니까...여러모로 짧고 빈약한 제 부엌 수다가 마음에 든다고 말씀해주시니, 이건 틀림 없이 제가 아니라 몽구스 님 탓인 겁니다. ^^ 마음 주는데 복잡 떨지 않고, 그런 마음 전해주는 것도 꼬거나 돌리지 않고...제 넘겨짚기, 맞나요?^_^

    괜히 그냥 처음 쓴 글이 생각나네요. 하이디와 흰빵, 그리고 제 아이 먹성 얘기였지요. 그렇지만 그건 모두 연상된 것일 뿐, 실은 아홉 살쯤 먹은 어느 아이에게 닥친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일이 제게 뭔가 적게 만들었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럴 수가...부엌에 서 있으면서 되뇌고 또 되뇌었던 소리가 온라인의 이런 부엌 공간에까지 혼잣말처럼...

    제가 여기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어요. 빠르게 길들고 있으니 당분간이야 계속되겠죠. 전 여길 블로그로 여길 생각은 없고요(제 경우는 자기부정이 되잖겠어요^^), 이따금 혼자 있기 심심할 때 이웃집 부엌 동지들 초대해서 일지 보고 형식으로다가 이야기 늘어 놓는 기분, 그럴까 합니다. 몽구스 님 말씀처럼 아이 먹여 기르면서 기억하고 싶은 것들, 그런 순간이 있거든요(파니핑크 좋아하셨나 봐요. 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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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살던 곳도 겨울엔 비가 많았어요. 오늘도 어제도 보나마나 내일도 쨍쨍한 날들...의 와중에 비님이 오시니 사람 살 것 같고 좋았습니다. 묘하게 꺼지는 기분이긴 했지만요.

    아이들 한글 한국말 잊어버리는 거 보면 얄밉죠. 언어 스위치를 달칵, 하고 내려 놓고는 절대 다시 켜지 않는 거예요. 분명히 켤 줄 아는 것 같은데 마치 그쪽으론 불 들어 온 적 없는 것처럼 어쩜 그리 깜찍하게 까먹어주는지..

    앞 일은 모르는 거니까 블루벨 님, 아이 한글 공부, 한국어 말하기 신경 써서 가르쳐주세요. 그런 환경도 만들어주시고요. J는 (당연하겠지만)입만 열면 티가 많이 나요. 가령 이런 식이에요. "아빠가 서점에 가도 된다고 그랬어." "아빠가 나 서점에 가도 된대" 뭐 이렇게 말해야 자연스러운 입말이 될 텐데, "아빠가 말했어. 나 서점에 가도 된대." 로 말을 하는 거예요. 영어 문장이 일대일 직역이 돼서요. 저야 자꾸 듣다보니 이상한 줄 모르는데, 애 말하는 걸 처음 듣는 분들은 웃거나 뭐란다니? 그러셨어요. 그래도 몇 달만에 아주 마아니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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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님 잘 지내셨어요. 저희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다가 밤 아홉시 넘어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놀다 왔네요. 아니 근데, 어젯밤엔 제가 뭘 저리 길게 주절거려놨나 모르겠네요...^^;;;

    맞습니다. 쪽지 건은 정말 해몽 천국이어요. 골싸매면 뭐하냐 잊고 살자 요렇게 마음 터는데 도움은 되었지만요. 그나저나 제 눈엔 저 쪽지가 아직도 웃기네요. 엄마~ 열쇠 신발 안에 있어~하든지 신발에 열쇠 놨뒀어~하든지 그럼 될 텐데 열쇠가 신발안에 있다. 이래버리니까 평서문이 뭔 선언문 같고 그래요. 알았다 오바. 근데 뭐 어쩌라고 대꾸하고 싶고 말예요.^^J한테도 선불요금제 적용되는 핸드폰을 하나 쥐어줬거든요. 녀석이 핸드폰 문자로 저리 한 줄 날려줄 날이 오겠지..요즘은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전 아직 문자 보낼 때 띄어쓰기를 못하고, 아이는 한글로는 문자를 못 보내고, 남편도 저랑 별 차이 없고 그래요^^;;;;;)

  • 8. blogless
    '09.11.15 1:09 AM

    예쁜구름 님 오늘 식사는 아이들 말에 귀기울이시면서 맛있게 하셨는지요. 전 자랑할만한 것들을 (얻어)먹었습니다. 점심엔 비지찌개였어요.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돼지고기 안 넣고 끓인 거라 더더더욱 맛이 좋았습니다. 저녁엔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게 밀가루 떡볶이였습니다. 아 정말 이거 몇 년만이야 ㅠㅠ 흑흑...아 황홀한 날이야~ 이러면서 먹었습니다. ^^  
    -------
    변인주 님. 제가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우겨서 애 밥 한 그릇 싹 비우게 하는 건 쫌 하는 듯‘,입니다. ^^ 반찬이 없으면 간장에 밥 비벼 버터 조금 잘라 넣고 먹이는데, 일단계로는 버터 가격을 내세워 압박을 가하고, 반쯤 먹었다 싶을 때 슬그머니 김 몇 장 꺼내주면서 감사히 먹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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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님 가족도 그러셨군요. 슬며시 미소가(이리 비슷하니 다들 비슷비슷 사람인게야...^^)

    한글과 한국어가 암호와 같던 시절..기억이 새록새록...을 읽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네요. 아이가 한글 학교 다닌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에요. 백일장을 했는데 주제가 물이었어요. 물에 얽힌 추억이나 감상을 적어 보라는 거였죠. 전 그날 바빠서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끝날 때쯤 가서 애를 데려왔는데, 뭐라고 썼는지 물어보곤 한참 웃었습니다. 재구성을 하자면 녀석의 수필?은 이랬습니다.

    제목: 물에 관하여. 이름 J.
    (첫 줄부터 대뜸 영어)쏘리. 영어로 먼저 쓰겠다. 다른 아이들은 추억을 적겠지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난 한글로는 글을 글게 쓰지 못한다. (한글)한글이 어렵다.(한글 끝. 영어 시작)그리고 나는 픽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팩트가 좋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부터 영어로 물에 대해 넌픽션을 써 보겠다.(한글 갑툭튀)잘못했습니다(저 여기서 빵 터짐.)(영어 시작)일. 지구엔 물이 몇 퍼센트, 사람 몸엔 몇 퍼센트다. 물은 뭐랑뭐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구에서 물 부자 나라는 어디고 가난한 나라는 어디다. 어쩌구저쩌구 쪼금 쓰고 급 결론. 지구를 지키자. (영어끝)(한글)지구 사랑(한글 끝)끝. 이랬답니다. ^_^ (일요일 잘 보내세요.)

  • 9. 변인주
    '09.11.15 7:40 AM

    원글님 댓글보고 또 댓글.
    물에 관한 제이의 글이 상상되어 ㅋㅋㅋ

    제가 토요일에하는 한글학교선생이예요. 제이같은 학생이 쓴글엔 길게 토를 답니다.
    다시 쉬운 한글로 풀어 써주지요. 그리곤 별표스티커랑 노력점을 흠뻑줍니다. 다음시간에 쓴글 돌려줄땐 하이파이브도하고 엄지도 치켜 세워줍니다. 수요일쯤부터 직장에서 미리 교제복사도하고 아이들이 눈에 삼삼~ 기달려져요. 전 엄청뇌물을 씁니다. 매주 작은수첩, 색다른 스티커, 이쁜연필, 등등 사가지고 가요. 아이들 연필하나에 목숨걸고 합니다.........ㅎㅎㅎ

  • 10. blogless
    '09.11.15 9:10 PM

    아, 그러시군요. 한글 학교 선생님이시라니, 갑자기 학부모 심정이 되면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게, 어느 날 보니까 J가 남의 말귀도 잘 못 알아 듣는 것 같고, 쓰기도 읽기도 너무 어려워하는 겁니다. 아, 이러다 애가 우리말을 깡그리 잊겠구나...걱정스러워서 한글 학교에 보내게 되었지요. 토요일인데다 아침반, 매 주 분량이 제법 되는 숙제까지 해야 하니까 녀석이 늘 즐겁게 학교를 다닌 건 아니에요. 그래도 그때 그 시간들이 아니었다면, J에게 한글과 한국어는 더 어려운 도전이나 당위였겠죠.

    학기가 끝날 때면 학예회 발표가 있곤 했어요. 초대 받아 가 앉아 있다 보면, 어설프게 흰 한복을 입고 영어로 수다를 떨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쳐다 보고 있다 보면 묘한 기분에 빠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21세기, 나는야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에 살고 있는 재외 한국인...근데 저 고색창연한 저 분위기는 뭐람..하고요. 내 어머니 나라에선 영어 학원이다, 블랜디드 외국어 교육이다 몰입 교육이다 하면서 멀쩡한 아이들 혀를 잡아 빼고 꼬부리려고 난리...반대로 여기선 빠다 발음 입혀진 애들을 모아다 놓고 무궁화 반, 진달래 반, 부채춤에 벽돌 격파 해 가면서 "자차카타 파하!" 혀를 펴고 힘을 줘야 제대로 나오는 우리말 발음과 낱말을 어떡해서든 기억하게 하려고 돈 써 시간 써 애를 쓰고 있으니..참 요지경이다..아, 이, 헷갈리는 오리엔테이션이여...싶은 잡념이 들어서요.

    변인주 님 학생들이 복이 있네요. 삼삼~하게 눈에 아이들을 담는다는 거, 그게 어디 억지로 되는 일이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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