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하늘은 높은데..
말..말...말은 없구요
저는 살쪄요.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아니고, 천고아비(天高我肥)로 바꿀래요, 흥!
오래 살진 않았지만,
28년 제 생애 한번도 "밥알이 모래알 같던" 적 없구요(아니 왜?? 그 부드러운밥이 왜??)
쓰리다는 이별을 하고도 물 한모금도 못 삼킨 적 없어요.
밥맛 맛나고 배만 고프던데요?히히~
전에 자주가던 카페에서, 전업주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설문을 했어요.
물론 주부들 끼리요.
그런데, 무려 15%의 주부들이 "한심해보인다, 할일 없어보인다"라고 대답을 했네요.
참내.
밥알이 모래알같은 말씀 하고 계시네!! 흥!
얼마나 고귀하고 힘든 일 인데요.
하루만 주부 파업하고 청소며 빨래며 주방일 미뤄두면요
1년은 비어있던 집 마냥 더러워지고 퀭해지는데, 왜 그걸 같은 주부끼리도 모를까요?
할 줄 아는거 없어서, 능력없어서 집에 있는거 아닌데
같은 주부끼리 그런 모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맘이 안좋고 기분이 상하고 그랬어요.
잘 다니고 월급 많고 스트레스 최고로 높고 참 더럽고 서럽던 직장에 사표 던지고
"오빠가 벌어다 줄테니 넌 집에서 너 좋아하는 살림 해"라는 남편 말 한마디에
옳거니! 내 사람이겠다!! 싶어 결혼한지 다섯달이 되었어요.
저도 전업주부지만, 전업주부는 참 다재다능해야 한다는 걸 매일 새롭게 느낍니다.
제 하루가 얼마나 긴지 같이 봐 주실래요??
신랑이 오밤중에 출근해서 대낮에 집에오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청과물 도매를 다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아침을 혼자 먹는데..밥 해 놓은건 없고..해서
친정엄마 중국다녀오시면서 사다주신 월병 맛볼겸 아침을 먹었어요.
월병요?? 참 고소하고..뭐랄까..왠지 익숙하면서 낯선맛인데..배불러서 1/4쪽먹고 말았나봐요.
저지방우유랑 커피는...달고살아요^^;
매일아침, 화장실에서 바나나랑 인사하기위해 꼭 챙기는 껍질째먹는사과! 요새 홍로 제철입니다.
조만간 "양광"이라는 참 예쁜색의 맛난사과가 나오니..그때까진 홍로 맛나게 먹어야죠!
아침을 먹었으니,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해요.
저는 마룻바닥에 발바닥자국이 나거나 먼지송이가 앉아있는게 참 싫어서;;
청소하고, 장을 보러 가요.
장은 봐 왔는데..
산낙지 한마리를 물에 넣어 놓으니..꼼지락거리는것이...
차마 뚜껑을 뜯을 수 가 없어서....
한참을 고민하다 냉동실에 넣어요. 왜 한두릅 네마리는 다 못먹는데..나눠서는 안팔까요??
비싸게 한마리 사와봤자, 손질할때 덜 미안하려고 냉동실에서 머나먼곳으로 보내버립니다^^;
신랑 올 시간 다 되어가니 반찬을 좀 해야죠.
오늘은 뭘 먹지?? 참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화장실에서 10분동안 못나오고 용쓰시는 서방님 위해 우엉도 조려놓구요~
아삭한게 먹고싶어 얼갈이 한 단 사다가 세포기로 겉절이 무쳤어요.
맨 풀냄새가 참 싫다고 안먹는 돋나물도 손질해서 초장얹고..
(결국 저만 먹었는데, 이거 뜯어먹는(?)게 염소같대요;;;염소가 뭐니? 토끼같은 이쁜말도 있구만)
갑자기 상추쌈이 먹고싶어서, 쌈장 만들고 쌈채도 준비해요.
맵게 볶아 낸 돼지갈비찜을 참 좋아하는 서방님을 위한 써비쓰!!
그렇게 요리를 하고있으면 신랑이 와요.
우왕!! 오빠다!!
신랑이 다소 피곤한 얼굴로 퇴근했어요.
피로 풀리라고, 탄산수에 매실액 섞어서 한잔. 나는 홍초 섞어서 한잔.
달고 시원한거 좋아해서 자주 해주는 음료예요. 초정리탄산수!! 최고!!
요렇게 서방님 입맛까지 고려한 한 상을 차려요.
저 밑에보이는 깻잎은, 고기먹을때 넣어 먹으려고 더 달고 새콤하고 가볍게 절였어요!
밥 한그릇도, 이것저것 생각해서 1:1(쌀:잡곡) 잡곡밥입니당.
신랑은 이것의 세배는 먹나봐요.ㅎㅎ
밥먹이고, 씻고 나오면 한동안 도란도란 얘기해요.
얘기하다보면 출출해질때, 커피 내려서 전날 구워놓은 쿠키랑 먹어요.
남편은 달달한 마끼야또, 나는 진~한 아메리카노.
무언가 생각이 나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스타일이예요,전.
쿠키먹다 느끼하고 달달해서, 이따가 저녁엔 쫄면 먹어야지~~하면서 소스좀 만들어뒀어요.
어찌저찌 빨래하고..잠깐 책 좀 보고..하다보면 저녁이 돼요.
나물 볶아놓은 것 넣고, 제사때 남은 고기적 넣고 떡 넣고 떡볶이반찬도 만들구요~
(순전히 떡은 제가 좋아해서 넣어요.히히~)
김치 좀 꺼내고 국 끓여서 저녁상을 차려요.
엄마가 요렇게 먹는거, 참 싫어했는데. 부엌데기 같다고 하지 말랬는데
이젠 제가 이렇게 먹네요.
살면서 엄마를 닮아가는것이 하나, 둘 늘어나요. 엄마의 소중함과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요.
오늘따라 잠이 안오고, 맥주 한잔이 생각나요.
냉장고에 있던 치즈 두 장 꺼내서 1분 30초만에 치즈스낵을 만들었어요.
짜안~~ 한잔 합시다!! 돈 벌어오느라 수고했어요^^
그렇게 진짜 딱 한잔만 하고, 초저녁에 신랑은 벌써 꿈나라를 헤메고있어요.
밤까진 시간이 좀 남고..
아까 김치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나길래, 내일 엄마 갖다 줄 스콘을 좀 구웠어요.
제사 지내고 남은 곶감이랑 대추를 넣고 스콘을 만들면
의외로 맛이 잘 어울리고 참 맛있어요. 어른들도 좋아하시구요.
엄마 학원에 갖다드리려고 넉넉히 구웠어요.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나눠 드시라구요.
내일 신랑 오면 줄 쿠키예요.
버터와플 아시죠?? 그 쿠킨데요, 맨날 크게 굽다가 언젠가 작게 만든 사진을 보곤
저도 따라서.ㅎㅎㅎ 작으니 참 귀여워요.
단것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슈거파우더도 뿌려뒀어요.
오밤중에 일어나 출출해하는 신랑에게 찰떡들 좀 오븐에 구워서 줬어요.
그냥은 안먹는데, 설탕 묻혀주면 잘 먹어요. 뭔 애도 아닌데 참 입맛이 애예요.
아주 자이언트한 어린이!!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
겉보기엔 집이 그대로니 별 하는 것 없어 보이겠지만
엄청난 노동과, 머리씀과, 생각이 녹아있어요.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 참 대단합니다.
육아에, 남편기르죠(ㅎㅎ), 집안일하죠, 혹은 바깥일 하죠..
정말 팔방미인인 당신들, 우리들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와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레시피는 http://blog.naver.com/prettysun007 제 블로그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