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감자농사를 짓습니다.
그저 나 혼자 몇 달 먹을 양만 합니다.
땅이 모래 땅인데다가 박토라 전보다는 그리 수확량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감자는 가장 먼저 수확하는 종목이라 재미있지요. ^^
캐도캐도 못 캐고 땅 속에 묻혀 있던 것은 나중에 김장배추 심으려고 8월에 엎으면
그때 또 나옵니다. 그것도 한 바구니지요.

아이고 잘 생겼어라...
그런데 감자 농사 하는 분들은 감자 수확철이면 감자를 주체하지 못하죠.
이때 빨리 많이 먹어치우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바로 모든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감자칩’입니다.
<감자칩 만들기>
감자칩은 감자도 먹이고 간식도 되고 많은 감자 왕창 소비하는데 요긴하지요.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감자를 약간 도톰하게 썰어서 삶습니다.
물에는 소금을 넣어서 짭짤하게 하세요. 이것이 나중에 감자칩 맛을 결정하니 간을 잘 보세요.
냄비가 아니라 들통에 물을 잔뜩 끓인 후 썬 감자를 넣으세요.
감자를 얇게 썰면 삶으면서 다 부서집니다.
70-80% 정도만 삶아서 견져요.
그리고 식힌 다음에 채반에 널어 저렇게 말립니다.
조심할 것은 아주아주 바짝 말려야합니다. 거의 잊다시피 햇빛에 말리세요.
어느 정도?
요 정도죠.

이 정도로 바짝 말립니다.
마르면 이렇게 얇아지니 썰 때 얇게 썰지 마세요.
이렇게 썰어 말려서 비닐봉투에 넣어서 그냥 실온보관하면 됩니다.
이 감자 말린 것은 거의 3년 된 건데 저렇게 멀쩡해요.
완전히 말리기만 하면 곰팡이도 안 슬고 끄떡 없습니다.
냉동실에 넣으면 자리를 차지하지만 실내에 보관하면 훨씬 좋습니다.

감자칩을 만들어 볼까요.
식용유를 조금만 따라서 달궜습니다.
조심하세요!
감자를 넣어서 3초면 충분합니다. 4초 넘어가면 탑니다. ^^
그러니 많이 넣으면 안됩니다. 건지는 동안 탈 수 있어요.
아예 국자나 체에 넣어서 넣었다 건지면 더 좋습니다.

3초면 되기 때문에 저만큼 튀기는데 몇분 안 걸립니다.

맛은 짭짤하고 바삭바삭합니다.
그냥 놔두면 눅눅해지니 조금씩 그때그때 튀기면 좋아요.
기름 남은 것도 찌꺼지도 안 생길 정도로 깨끗합니다.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감자칩입니다.
이건 감자 한 개 썰어말려도 한 줌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삶을 때 왕창 하세요. ^^
더울 때는 힘들지만 쌀쌀해지면 들통에 물 끓여도 괜찮겠지요?

가지도 수시로 썰어 말립니다.
만일 가지를 샀는데 미처 요리 못했다면 저렇게 도톰하게 썰어서 채반에 널어 말리세요.
말릴 때 곰팡이가 안생기고 빨리 잘 말리는 방법은 저렇게 아래가 공중에 떠야합니다.
바닥에 놓고 말리면 잘 안 마르지요.
말릴 때는 아주 완전히 바짝 말리세요.
그러면 비닐봉지에 넣어서 서랍에 넣어둬도 됩니다.
가지, 호박 말린 것은 가격이 굉장히 비싸거든요. 쌀 때 틈틈이 말려도 좋지요.

제 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께요. ^^
제 밭 야콘 이랑이 끄트머리에 있어요.
그 옆은 배나무 과수원이죠.
다른 이랑 풀을 잡느라 야콘이랑은 방심했어요.
야콘 이랑은 별로 해줄 게 없어서 그 이랑 사이로는 안 가고, 그 옆에 토마토 이랑만
손 보고 그랬지요.
그 날도 토마토 이랑만 왔다갔다하면서 바로 옆 야콘 이랑쪽은 ‘내일쯤 풀 베야겠다..’
고만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저 끝이 과수원 담장입니다. 그물망 같은 걸 쳤습니다.
야콘 이랑 옆에 담 밑으로 저런 공간이 있죠.
토마토 이랑을 돌보면서 잘라낸 토마토 가지를 저 담장쪽으로 홱 던졌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후다다다다닥!!!
엄마야!!
뭔가가 후다닥 고랑 사이에서 뛰어갔습니다!!
바로 제 옆이죠.
너무 순간적으로 놀라면서 "뱀이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했죠.
그리고 반사적으로 토마토를 찍느라 들고있던 카메라를 그 쪽에 대고 찍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조금씩 다가가려고 하니 뭔가가 풀속에서 움직여서 가더라구요??
심장이 벌렁벌렁...
바로 저 울창한 잡초 사이에 뭔가가 계속 있었던 겁니다...
뭘까요?
위 사진에서 찾아보세요. ^^
찾으셨나요?

이제 찾아보세요. 찾으셨나요? 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고라니입니다... ^^
아 글씨 이 놈이 바로 제가 옆에서 왔다갔다 하는데도 숨도 안 쉬고 한 시간을 이렇게
풀 속에 숨어있다가 제가 토마토 가지를 머리 위로 확 던지는 바람에 놀라서 뛰어나간거죠.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몰론 좀 떨어져서 산이 있지만 꽤 걸어와야하는데??
이 놈을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어른이 아니라 새끼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로 작더라구요.
담장이 막혀있어서 잡으려면 잡는데 잡아서 제가 뭐하겠어요.
제가 더 쫓으면 사람들 있는데로 뛰어나갈 거 같아서 도망가서 다른 수풀 속으로 숨는 걸 보고 돌아섰습니다.
너무너무 놀라고 무서워하는게 등뒤로 보여서 더 안 쫓아갔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밭에 와서 고라니가 숨었나.. 왔다갔다 했습니다.
없더군요.
그런데 저 쪽에서 한 농부(?)가 백구 한마리를 끌고 다가오더군요.
백구가 꽤 크고 잘 생겼어요.
다가오는 폼이 뭔가 할 말이 있어서 다가오는 거 같았어요. 모르는 척 할 수 없어서 목례를 했더니
"여기 고라니 못 봤어요?" 하는 거에요.
봤어요."했더니 흥분하시면서 "어딨어요? 어디?"
"엊그제 제 밭에서 봤어요. 숨어있던데요." 했더니
바로 그 지점을 수색(?) 하시는 거에요. 백구를 앞세워서..
알고보니 고라니가 그 집 콩을 몽땅 작살을 냈다는 거에요. -.-
콩순을 다 잘라먹었다고, 화가 나서 고라니 잡으러 새벽같이 나오신 거에요. 백구 끌고..
고라니가 그걸 알았나, 아니면 나한테 아지트를 들켜서 안 왔나, 아무튼 이 근처에는 없고
해서 그 분은 다른 곳으로 고라니 잡으러 가셨습니다.
그러자 생각난 것이,
'이 놈이 내가 콩을 심었으면 내 콩을 다 아작냈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제가 사실 올해 콩을 심으려다가 그 시기에 너무 지쳐서 포기했거든요.
이 놈이 내 콩밭을 식당 삼고, 내 야콘 이랑을 잠자리 삼아 내 밭에서 살림 차릴 뻔 했지 뭡니까...
그 꼴을 보고 '더이상 안되겠다... 오늘은 이 놈의 잠자리를 없애야겠구나...'
마음 먹고 풀을 베어 냈답니다.
오전 10시. 4시간 일 마치고 나오려는데 저쪽에서 백구 아저씨(?)가 다른 사람에게
"고라니 못봤어요?"하는 소리가 들려오네요..아직도 포기를 못하셨네요...
고라니야, 이제 니 아지트 없어졌으니까 다시는 여기 오지 마라. 백구가 기다린다...

올빼미 화원. http://blog.naver.com/manwha21/130051830579